올해 7월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의 정식 시행이 꼬박 1년을 맞는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는 사전 지정한 운용 방법으로 금융사가 적립금을 운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제도 도입 후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 90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아직 시장의 후발주자고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퇴직연금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업계의 성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업계 퇴직금 적립금은 은행과 보험을 비롯한 모든 업권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 같은 높은 성장률은 증권업권 퇴직연금 상품의 높은 수익률 덕분이다. 실제 거의 대다수의 상품군에서 증권업계의 평균 수익률은 보험이나 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증권업계도 퇴직연금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시황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타 사업부문 대비 안정적인 수익성 때문이다.
수익률이 이끈 성장, 퇴직연금에 몰리는 증권업계
5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보다도 3조9644억원(4.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은 4조3041억원(2.17%), 보험업권이 5521억원(0.59%)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한 만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1분기 퇴직연금 상위권 증권사는 누적 적립금에서 퇴직연금 강자로 뽑히는 보험업권 상위권 증권사의 적립금 규모를 웃돌았다.
미래에셋증권(006800)(25조5177억원)과
현대차증권(001500)(16조3804억원), 한국투자증권(13조5714억원),
삼성증권(016360)(12조8612억원)은 적립금 규모가 10조원을 상회해 같은 기간 보험업권 적립금 3위인 한화생명보험 11조1234억원보다 높은 적립금 규모를 모았다.
이 같은 성장 비결은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익률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원리금 비보장 상품을 제외한 전 상품군에서 우위를 보였다.
상품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DB 상품에서 증권업계는 원리금 보장형에선 4.69%, 비보장형은 8.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3.62%, 7.88%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험업권의 4.45%, 9.29%와 근접한 수준이었다.
DC 상품군의 수익률은 증권업계가 원리금 보장형과 비보장형에서 각각 4.45%, 12.43%의 수익률을 기록해 은행권의 3.72%, 13.06% 대비 원리금 보장형에서 우위를 보였고 보험업권의 3.85%, 11.66% 보다는 모든 상품군에서 우위를 보였다.
특히 개인IRP에선 증권업계는 원리금 보장형과 비보장형에서 각각 4.37%, 13.38%의 수익률을 기록해 은행권의 3.46%, 13.27% 보험업권의 3.56%, 12.2%에 비해 모든 상품군에 우위를 보였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의 17.2%이었던 IRP 비중은 2032년 27.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 고령화 진행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고연령대의 이직자와 은퇴자 비중이 높은 IRP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증권사가 그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 퇴직연금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증권업계가 퇴직연금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업 특유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력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가 영위하는 주요 사업부문에서 브로커리지와 IB의 경우 시장의 환경에 따른 실적 변동폭이 큰 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시장을 비롯한 자산관리(WM)시장의 경우 경기와 시황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적어 한번 사업이 구축된다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실제 퇴직연금 상위권 증권사들이 지난 실적에서 WM부문 수익은 시황에 따라 급변하는 IB와 브로커러지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였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이 성숙기 맞으며 퇴직연금을 비롯한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확장에는 IB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를 뒷받침해 줄 튼튼한 체력은 WM부문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2023년 WM부문 수익은 2287억원으로 2022년과 2021년 기록한 2314억원, 2473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IB수익의 경우 증시 호조가 이어지던 2021년엔 447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엔 3775억원과 1120억원을 기록하는 등 큰 폭의 변동 폭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은 WM부문 수익은 2023년 1240억원으로 2022년과 2021년 기록한 1431억원과 1734억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IB수익은 2023년엔 2173억원으로 같은 기간 5910억원, 8001억원 대비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통상 증권사 퇴직연금 수수료가 0.3~0.5%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1조원 규모만 적립금이 늘어난다고 해도 최소 300억원 수익이 기대된다”라며 “퇴직연금의 경우 한번 계좌를 트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상품을 변경하지 않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이 절실한 증권사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