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휴림로봇(090710)이 기존 발행 주식 수의 50%에 달하는 신규 주식 발행에 나서면서 주주 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휴림로봇은 2차전지 기업
이큐셀(160600) 지분을 589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을 대부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통해 마련해 주주에게 다소 의존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좀비기업인 휴림로봇은 본업인 로봇 사업 부진으로 지속 적자가 나오고 있어 이큐셀과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매출을 증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진=휴림로봇 소개 영상)
720억원에 3500만주 발행으로 주주가치 희석 '우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림로봇은 지난 11일 유상증자로 719억2500만원을 모집하기 위해 350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발행가액은 기준주가 2934원에서 30% 할인된 2055원으로 정해졌다.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500억원, 운영자금으로 191억7100만원, 채무상환자금으로 27억5400만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휴림로봇은 지난 5일 이화그룹 계열사 2차전지 장비업체 이큐셀 지분 주식 2988만448주를 양수하기 위해 597억6089만6000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양수 후 휴림로봇이 보유한 이큐셀 지분은 86.65%로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지난 12일에는 이큐셀이 낸 230억원 제3자 배정 증자에 참여하기로 공시했다. 이큐셀 주식 828만2989주를 추가로 취득해 보유 지분을 91.28%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휴림로봇에 따르면 이큐셀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매출로 향후 휴림로봇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휴림로봇은 이큐셀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휴림로봇은 지난 1월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전환사채(CB) 20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00억원을 모집했다. 최대 주주인 휴림홀딩스가 총 300억원을 단독으로 납입하기로 했는데 납입일은 지난 4월19일에서 오는 7월16일로 미뤄졌다. 납입이 완료될 경우 300억원을 인수 자금으로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이번 증자는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회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금이 아니라 주주들의 손을 빌려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6일 발행가액이 확정되면 오는 7월1일부터 2일 일반공모 청약에 나선다. 수요 예측에 성공해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500억원을 발행하면, 앞서 발행한 300억원에 더해 총 800억원을 이큐셀 지분 투자를 위한 자금으로 얻게 될 전망이다. 정리하면, 이큐셀 지분 양수 금액 598억원과 제3자배정 유증 참여에 230억원이 소요돼 현금 총 828억원이 필요한데 28억원을 뺀 800억원 가량을 모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로 확보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유상증자로 3500만주가 모두 상장될 시 주주가치 희석은 자명하다. 3500만주는 기존 발행 주식수 7079만4294주에서 절반에 가까운 49.45%에 달한다. 실제로 주주들이 모인 종목 토론방에서는 “상습적이다”, “이큐셀 인수할 돈도 없으면서 주주들 돈으로 인수하려고 한다” 등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휴림로봇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기존의 회사의 주주가 아닌 신규 주주들께 공모를 받아 회사의 신규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받고, 회사의 일정과 원활한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 같아서 일반 공모로 유상증자를 하게 되었다"라며 "회사는 이큐셀 인수가 완료되면 사업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매출 증대에 흑자 전환했지만 로봇 사업 부실에 또다시 '적자'
휴림로봇은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정작 본 사업에 대한 매출은 떨어지고 있어 내실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2년 디아크 인수 후 휴림에이텍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흑자를 냈지만, 부진한 로봇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어 좀비 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휴림로봇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고객사에 웨이퍼 이송로봇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용 로봇을 공급하고 있으며 수평 다관절 로봇, 직각 좌표 로봇 등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매출은 2021년 273억원, 2022년 555억원, 2023년 827억원으로 성장세지만 적자가 지속됐다.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5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해 좀비기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영업손실률은 2022년 -13.46%에서 지난해 -2.25%로 개선됐다. 당기순손익도 2022년 -119억원에서 지난해 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휴림로봇이 지난 2022년 자동차 내·외장재 전문 기업
휴림에이텍(078590) 지분 39.81%를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른 덕분이다. 휴림에이텍은 인수 후 7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7월 아산공장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휴림로봇 자동차 내외장재 부문 매출은 2022년 292억원에서 지난해 637억원으로 증가했다. 휴림로봇은 지난해 4분기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반면 본업인 로봇 사업부문은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제조업용 로봇 매출은 2022년 279억원에서 지난해 194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2022년까지 12억원이 나오던 서비스 로봇 매출은 지난해 아예 0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제조업용 로봇 매출이 지난해 1분기 55억원에서 올해 1분기 29억원으로 46.42% 감소하면서 올해 1분기 휴림로봇은 또다시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연결 기준과 점점 격차가 커졌다. 휴림로봇 별도 매출은 2021년 266억원, 2022년 267억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190억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27억원과 비교하면 6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영업손실도 연결 기준으로는 지난해 19억원에 불과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49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2022년 198억원에서 지난해 69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적자가 지속됐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29억원, 영업손실은 1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휴림로봇은 2차전지 장비 기업 이큐셀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큐셀은 올해 1분기 매출 270억원, 영업이익 11억원으로 흑자를 냈고, 당기순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휴림로봇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본업인 로봇 사업에서도 꾸준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며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당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로봇 개발 기술력과 이큐셀의 장비제조 관련 기술력의 시너지로 양사 모두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