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상속세 골머리)③대원제약, 상속세 해결 방법 '오리무중'
사촌 형제 내야 할 상속세 336억원 추정
지금까지 받은 배당금 14억원 불과
이익 배당 자금 줄어 배당 확대도 '글쎄'
자회사 통한 승계 자금 마련도 '미지수'
공개 2024-06-0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17: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오너 2~4세들은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에 분주하다. 특히 후계자들은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속세 해결'이라는 큰 숙제에도 직면했다. <IB토마토>는 현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요 제약사들의 자금 조달 전략과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대원제약(003220)이 사촌 경영 체제에 속도를 내면서 경영 쇄신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향후 납부하게 될 상속세 재원 마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 유일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점치고 있는 배당 확대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원제약이 최대주주로 있는 다나젠과 에스디생명공학(217480)의 배당금 등을 통한 자금 조달도 가능해 보이나 이 또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진=대원제약)
 
배당금 확대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은 '무리'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원제약의 주당 현금 배당액은 300원으로 나타났다. 직전연도(350원)와 비교해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지난 2020년 160원에서 꾸준히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대원제약의 경영 승계 작업이 이뤄지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수단으로 보고 있다.
 
앞서 대원제약은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을 중심으로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후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에 돌입해 지난해 말부터 각자의 장남인 백인환 사장을 대표이사로, 백인영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켜 경영진에 이름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한 가운데, 백 대표와 백 상무가 보유한 대원제약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각자 아버지의 지분을 승계 받는 작업이 필요한 상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백 회장이 보유한 대원제약의 지분은 9.74%(216만404주)이며, 백 부회장의 지분은 11.46%(254만2824주)다. 각자의 장남인 백 대표(5.87%, 130만1581주)와 백 상무(2.95%, 65만5303주)의 총 지분은 8.82% 수준이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승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형제 경영에서 사촌 경영으로 무난히 이어질 경우, 대원제약의 지분 상속에 대해 백 대표와 백 상무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현재 배당금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백 대표와 백 상무가 납부해야 할 추정 상속세는 각각 154억원, 182억원으로 약 336억원으로 계산된다.
 
상속세는 각자의 아버지 지분에 단순 계산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상속세는 납부일이 도래하기 직전 2개월간의 주가 평균을 산출해야 하지만, 현재 대원제약의 상속세 발생 시점을 추정하기 어렵다. 이에 최근 대원제약의 주가(28일 종가 1만4660원)에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수와 30억원 초과 과세표준 세율(50%)을 곱하고, 누진공제액 4억6000만원을 감산하면 상속세를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사촌이 지금까지 받은 배당금은 1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배당금으로 백 대표와 백 상무는 각각 4억3084만원, 2억1652만원을 받았으며, 지분 확보에 나선 2019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으로 총 14억원을 지급받았을 것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등기이사에 올라온 이후 최근 2년간 받은 급여를 합산해도 17억원 수준에 그친다.
 
향후 배당금 확대를 통한 자금 조달도 가능하지만, 이익배당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금을 대폭 확대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대원제약이 이익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지난 2022년 2375억원에서 지난해 2519억원으로 6.06% 늘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원제약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558억원이다. 적립이 의무사항인 법정적립금 74억원을 제외하고 향후 배당이 가능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409억원에서 226억원으로 줄었지만, 임의적립금이 1899억원에서 2219억원으로 늘었다.
 
임의적립금은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서 사용을 유보해 둔 이익금으로 사용 방법이 자유롭다. 이에 결손금을 전입하거나 이익배당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원제약의 정관에 따르면 이익배당에 대한 임의적립금의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고 있어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나젠·에스디생명공학 활용해도…갈 길이 삼만리
 
지금까지 오너 일가는 구체적인 상속세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대원제약의 관계회사인 다나젠(현 대원바이오텍)과 에스디생명공학(217480)도 자금 조달에 사용될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이 또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나이스비즈인포)
 
다나젠의 주목할 점은 주주 구성이다. 다나젠은 지분 27.58%(65만5184주)를 보유한 대원제약이 최대주주로 있으며, 이어 최남희씨 4.46%(10만6000주)와 기타주주 67.96%(161만4000주)로 구성돼 있다. 기타주주에 대해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다나젠이 지분 89%를 보유한 디앤아이바이오의 소유주가 백 부회장인 만큼 오너 일가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다나젠이 디앤아이바이오 지분을 89% 보유하고 있지만, 디앤아이바이오 소유주가 백 부회장이라는 점에서 다나젠 기타주주에 백 부회장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나젠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배당금도 꾸준히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 마련 수단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나젠은 지난해 4억7504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배당성향도 지난 2022년 14.19% 수준에서 지난해 20.48%까지 늘었다. 실제 다나젠의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은 23억원이며, 지난 2021년 18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에도 33억원의 실적을 이루며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배당금 규모가 작아 대규모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원제약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를 결정한 에스디생명공학도 최근엔 백인영 상무가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이사진으로 투입됐다. 이에 향후 배당금 등을 통한 상속세 마련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에스디생명공학은 최근 3년간 배당이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회생절차와 함께 상장폐지 사유 해소 작업에 있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 이후의 배당을 기대하기엔 갈 길이 멀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배당금 확대 계획과 상속세 재원 등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현재 알 수 있는 사항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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