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에 앞으로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대량의 컴퓨터 연산을 수반하는 까닭에 전력 소비량이 크다. 전력 소비량은 늘어나는데 전력을 운송하는 송전망은 노후화된 실정이라 전력 과부하·전력 손실량 증가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주요 국가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 전력망을 교체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전선 제조사들은 전세계적인 전력망 교체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전력 산업의 문제 및 미래를 짚어보고 국내 전선 산업이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LS전선(엘에스전선)·
대한전선(001440) 등 국내 전선 제조사들이 미국 송전망 인프라 특수를 맞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선사들의 전력 케이블 생산 가동률은 ‘풀가동’ 상태로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전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전선업계의 투자 재원 확보도 용이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재무부담이 있는 차입보단 자체 자금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초고압 케이블(사진=LS전선)
늘어나는 수주…가동률 '포화상태'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주잔액은 4조5591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4363억원)보다 2.8% 증가했다. 아울러 대한전선의 수주잔액도 같은 기간 1조7359억원에서 1조9388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국내 전선업계 상위 업체들의 수주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발 수주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 내 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노후화로 인해 정전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송전망 업그레이드 인프라 개선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상 송전망뿐 아니라 해상풍력 발전소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수주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산업 전반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전력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력 인프라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늘어나는 전력 수요의 절반 이상은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가 담당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 관리국(EIA)은 올해 미국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에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 건설에 따른 전력망 신규 설치 수요도 존재한다.
전선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전선업계의 가동률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LS전선의 지난해 말 고압·초고압 케이블 생산 가동률은 108.4%, 저압·중압 케이블 생산 가동률은 100.7%를 기록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말 기준 당진공장 가동률이 94%를 기록해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에 진입했다.
향후 국내 전선 업계는 해외로부터 지속적인 전력망 관련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전력망 인프라 구축 작업이 2030년대까지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데다, 미국 현지 전선 제조사들이 생산 확장에 나서고 있지 않아 해외 전선 제조사들이 미국 전력망 교체 수요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계는 올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 재무부담은 ‘최소화’
이에 국내 전선업계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LS전선은 지난 2022년 3490억원, 지난해는 3733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투자금액을 대폭 늘려 6915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LS전선은 지난해 미국 현지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LS전선은 자체적인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LS전선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204억원으로 투자 예정 금액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S전선의 매출채권 규모가 지난해 말 1조4951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5183억원으로 증가하면서 향후 투자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반면 LS전선은 추가로 대규모 차입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LS전선이 차입금 축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LS전선의 올해 1분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44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656억원)보다 47.4% 증가해 차입금 감축 폭을 늘렸다.
LS전선 측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투자재원 마련 방안에 관해서 영업현금흐름 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의 투자금액은 2022년 128억원, 지난해 1088억원으로 생산설비 증대에 투입했다. 대한전선은 올해 883억원을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했다. 대한전선은 지난 3월 465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최대주주인 호반산업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한전선에 대한 자금 지원뿐 아니라 지분율을 40.1%에서 41.95%로 늘렸다. 대한전선은 유상증자 자금을 해저케이블 공장 증설 및 미국 등 현지 공장 시설 투자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