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업계가 IFRS17과 IFRS9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신용평가 업계도 신용도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수정된 평가방법론을 발표했다. 평가 방식에는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세부 측정 방안과 중요도가 반영되는 만큼 보험사 재무 파악에 가이드 라인이 된다. <IB토마토>는 각 신용평가사의 평가 방식 조정 내용과 강조점을 살펴본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국기업평가(034950)(한기평)는 보험업 신용도 평가방법 개정을 통해 자본적정성을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지급여력제도 지표인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과 후로 기준을 이원화했으며, 자본관리능력 항목을 따로 만들어 질적 측면도 고려했다. 자산 부실화 위험이 일부 현실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건전성과 유동성 지표 역시 일부 기준을 개정했다.
K-ICS 평가 기준 이원화…자본관리능력 지표 신설
한기평은 새 회계 기준인 IFRS17과 K-ICS 적용에 따라 생명보험·손해보험 신용평가방법론을 한차례 조정했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공시했던 평가방법론을 대체한다. 지난해 신제도 도입 이후 산출이 어려워지거나 유효성이 저하된 지표가 변경 대상이며 평가 기준부터 가중치, 등급별 구간값을 수정했다.
(사진=한기평)
주요 평가요소는 사업 항목에서 ▲산업위험 ▲시장지배력(월납보험료·원수보험료·총자산 기준) ▲보험상품믹스 ▲자산포트폴리오 위험 ▲경영·리스크 관리 등이며, 재무 항목에서 ▲수익성(총자산세전이익률·보험이익률·운용자산이익률) ▲자산건전성(고정이하자산비율) ▲자본적정성(K-ICS 비율·자본관리능력) ▲유동성비율 등이다.
한기평은 특히 재무위험 중에서도 자본적정성 지표를 강조했다.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는 지급여력비율로 나타내는데, IFRS17 체계서는 기존의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 비율(RBC)을 K-ICS가 대체하고 있다. K-ICS 비율 기준은 보험업법 100%에 금융당국 권고치 150%인데 한기평은 최고등급인 AAA급을 200% 이상으로 설정해뒀다.
다만 해당 기준은 금융당국의 K-ICS 연착륙 장치인 경과조치가 적용된 것이다. 경과조치 전 비율이 150%를 넘어 이미 양호한 수준인 경우는 적용 전 비율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150%보다 낮으면 경과조치 효과를 감안해 평가하되 개별 등급 상한선을 A로 제한했다.
지급여력 수준의 질적 측면과 듀레이션(금리민감도)까지 고려하기 위해 자본관리능력 항목도 새로 만들었다. 참고지표는 조정지급여력비율과 금리위험액비율이다. 조정지급여력비율은 K-ICS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에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변동성 있는 항목을 전부 또는 일부 차감해 산정한다. 자본 구성에 따라 완충 능력이 차별화된다는 점을 반영하겠단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금리위험액비율로 이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내 금리위험액을 가용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특정한 금리충격 시나리오에서 자본이 감소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만큼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꼽힌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이 부조화가 클 경우 금리위험액비율이 높게 나온다.
K-ICS 비율과 자본관리능력 항목의 가중치는 각각 10%다. 이에 따라 자본적정성 가중치는 총 20%로 재무 부문에서 수익성(15%), 자산건전성(10%), 유동성(5%)보다 중요도가 높게 설정됐다.
시장지배력 지표 조정…건전성·유동성 기준도 강화
보험사 시장지배력과 연관된 평가 기준도 조정했다. 생명보험업의 경우 수익 구조 변화와 데이터 가용성을 고려해 조정 보험료수입 기준을 월납보험료로 대체했다. 일시납(주로 저축성보험 계열) 상품 판매로 보험료가 대거 유입되면서 발생하는 지표 변동성을 배제하겠단 것이다. 손해보험업은 기존과 같이 원수보험료 기준을 유지했다. 이는 신계약에서 발생하는 초회보험료와 계속보험료의 합으로 산출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부문 통합으로 총자산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추가 도입했다. 이는 앞에 언급한 두 지표를 보완하는 차원이다. 보험영업의 누적 성과를 나타내기 위한 지표로서 월납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았던 일시납 저축보험, 퇴직연금 영업 등을 포함한다.
(사진=한기평)
고금리 환경 속 투자영업으로 자산 부실화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건전성 지표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한기평은 사업 항목 내 '자산포트폴리오 위험'과 재무 항목 내 '자산건전성' 부문의 가중치를 각각 5%에서 7.5%, 5%에서 10%로 상향했다. 자산포트폴리오 위험은 투자영업 자산의 안정성을 살펴보며, 자산건전성은 고정이하자산비율을 들여다본다.
유동성비율은 등급별 구간 값을 강화했다. 유동성비율은 직전 1년 지급보험금의 3개월분 대비 유동성자산을 뜻하며 유동성자산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자산이다. 즉 보유 자산과 보험금 지급 간의 매칭 수준을 나타낸다. 유동성비율 구간 값은 AAA등급 200% 이상, AA등급 150% 이상, A등급 125% 이상 등으로 올랐다.
송미정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보험사 신용등급은 최근 영업실적과 재무상태뿐만 아니라 3~5년 후 예상되는 평가 대상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 수준을 감안해 결정된다”라면서 “각각의 지표가 도출된 경영전략에 대한 이해와 개별 지표 간의 연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질적인 의미와 흐름 파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