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업계가 IFRS17과 IFRS9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신용평가 업계도 신용도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수정된 평가방법론을 발표했다. 평가 방식에는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세부 측정 방안과 중요도가 반영되는 만큼 보험사 재무 파악에 가이드 라인이 된다. <IB토마토>는 각 신용평가사의 평가 방식 조정 내용과 강조점을 살펴본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IFRS17과 K-ICS 도입에 따른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 평가 요소를 조정했다. 나신평은 특히 신제도 도입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 생명보험사의 이익변동성 관리 능력 항목을 신설, 강조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조정된 유동성비율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생명보험업 '이익변동성 관리 능력' 항목 신설
나신평은 생명보험·손해보험 평가방법론 주요 지표를 사업위험과 재무위험으로 나누고 산업위험, 경쟁지위,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유동성 등을 하위 항목에 뒀다. 산업위험과 경쟁지위가 사업위험에 속하며 나머지가 재무위험이다.
경쟁지위는 다시 시장지위,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채널 효율성, 보험 포트폴리오 적정성, 보험이익 창출력, 총자산순이익률(ROA) 등으로 구성된다. 재무 섹터는 자산건전성 항목에 운용자산 안정성과 부실자산비율이 있으며 자본정적성에 규제자본비율, 자기자본비율, 자본 관리 능력이 있다. 유동성은 유동성비율과 유동성 관리 능력을 본다.
(사진=나신평)
이번 신용평가 요소 조정을 보면 특히 생명보험업 부문에 이익변동성 관리 능력(사업위험-경쟁위험 항목)을 따로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IFRS17 체계 내 보험손익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계리적 가정(보험상품 손해율이나 해약률 등)을 어떻게 설정했는지가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IFRS17에서 보험이익은 보험계약의 미실현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과 위험조정(RA)을 일정 기간 경과에 따라 상각하면서 인식하는 방식이다. 특히 CSM은 보험계약의 예상 현금흐름에 기반해 산출된다. 보험금·사업비의 예상 비용과 실제간 차이(예실차) 발생으로 보험 부문의 이익이 변동될 수 있다.
정원하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회계제도 전환의 과도기라는 특수성에 따라 계리적 가정이 회사별로 크게 달라 보험이익 변동성도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정합성이 낮은 보험사는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현 재무적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재무위험 섹터에서도 생명보험업은 손해보험업과 달리 자산부채 관리(ALM) 능력을 따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는 기존에 경쟁지위 평가 항목이었는데 이번에 자본적정성 부문으로 이동했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고, 보험부채의 현금흐름을 반영하는 K-ICS 지표가 적용되면서 ALM이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갖는 중요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보험 업계는 종신보험 등 대다수 보장성 보험계약이 10년 이상 장기인만큼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매칭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같은 수준에서 관리하면 금리 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의 증감폭을 축소하면서 대응할 수 있다.
유동성비율 항목 조정…"과도기적 특성 고려해야"
유동성 항목에서는 기존의 수지차비율과 현금흐름 안정성, 현금수지차비율을 삭제하고 유동성비율(생명보험업)과 유동성 관리 능력(손해보험업)을 신설해 대체했다. 수지차비율은 지난 1년간의 총수지차(보험손익+투자손익+영업외손익)를 연간 지급보험금 누계액으로 나눈 비율인데 보험사의 대표 유동성 지표 중 하나다. 다만 보험사 수익 인식 방식이 바뀌면서 산출이 어려워졌다.
(사진=나신평)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은 현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를 충당하는 유동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유동성 비율은 유동성 자산을 평균 지급보험금으로 나눠 산출한다. 해당 지표의 경우 생명보험업보다는 손해보험업 평가에서 더 주요하게 다뤄진다. 손해보험사 보유계약이 상대적으로 단기이고, 보험금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손의료보험 보상 비중이 높아 일시적으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할 수 있어서다.
손해보험업의 경우 보험 포트폴리오 적정성 항목에서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 비중을 삭제한 내용도 있다. 회계기준 전환으로 보험수익 산출 방식이 변경된 만큼 기존의 원수보험료 기준 정량적 지표가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보험 포트폴리오 적정성에서는 보장성 보유계약이나 CSM 비중이 중요하다.
나신평은 신용평가 방향성이 신제도 도입의 과도기라는 시기적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보험사의 재무제표나 규제비율이 과거 기준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한울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과거 재무실적과의 연속성 저하, 경과조치 등 규제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라면서 “미래 사업이나 재무실적을 전망하는 데 일정 수준의 정성적인 평가를 병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