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테코피아, 실적 악화에 일렉테라 지원 애로 '가중'
자사주·CB 팔아 250억원 자금 마련…총 600억원 규모 투자
지난해 일렉테라가 1320억원 규모 RCPS 발행
공개 2024-05-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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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덕산테코피아(317330)가 자회사인 덕산일렉테라 유상증자에 또다시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덕산테코피아의 자체 실적이 하락하는데다 재무상태도 악화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시장 전망이 불안해지면서 2차전지 전해질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덕산일렉테라의 수익성 개선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덕산일렉테라가 발행한 132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에 대해 연대 책임까지 지고 있어 덕산일렉테라의 수익성 개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덕산테코피아 2차전지 연구단지 조감도. (사진=덕산테코피아)
 
덕산일렉테라에 유상증자 등 총 655억원 투자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덕산일렉테라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50억원을 조달한다. 자금조달 목적은 운영자금 마련이고, 모회사인 덕산테코피아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한다. 덕산테코피아는 자사주와 전환사채(CB)를 처분해 자금을 마련했다. 먼저 자사주 23만6583주를 주당 4만2275원에 팔아 100억원을 확보하고, 지난 2021년에 발행한 1회차 CB를 다시 팔아 176억원을 마련했다. 해당 CB는 회사가 콜옵션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물량으로 전환가액 2만5017원에 CB 금액은 125억원이다.
 
덕산일렉테라에 대한 덕산테코피아의 유상증자 참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덕산테코피아는 지난 2022년 3월 305억원을 투자해 덕산일렉테라 지분 50.41%를 확보했다. 아울러 같은 해 80억원을 대여했고, 지난해 165억원을 추가 대여했지만, 대여금을 모두 회수하고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또 다시 투입했다. 이번 유상증자까지 합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총 655억원을 덕산일렉테라에 투입한 셈이다. 지난해 말 현재 덕산테코피아가 보유한 덕산일렉테라 지분율은 52.77%이다.
 
문제는 덕산테코피아의 실적이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산테코피아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939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 1110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각각 15.36%, 46.8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매출 1124억원, 영업이익 23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별도 기준으로 작성한 이유는 주요 자회사인 덕산일렉테라가 현재 투자 단계에 있기 때문에 덕산테코피아의 자체 실적 추이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현금 감소세도 눈에 띈다. 지난 2021년 별도 기준 632억원을 기록했던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지난 2022년에는 230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최근 수년간 규모가 하락하고 있어 현금 창출력에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220억원을 기록했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159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128억원을 기록했다.
 
 
일렉테라가 발행한 1320억원 RCPS 부담...남은 숙제는 '기업공개'
 
덕산일렉테라에 대한 덕산테코피아의 자금 부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덕산일렉테라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제1차 RCPS는 총 발행금액이 156억원, 제2차는 약 514억원, 제3-1차는 150억원, 제3-2차는 500억원에 이른다. 모두 합하면 1320억원 규모다. 제1차 RCPS를 제외하고 나머지 RCPS는 모두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덕산일렉테라가 2026년 9월29일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2027년 3월29일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특별상환청구권이 부여된다.
 
더욱이 RCPS 조건에는 '투자자가 특별상환청구권을 행사했으나, 발행회사가 법률상에 정해진 사유 등을 인해 상환을 할 수 없는 경우 이해관계인인 덕산테코피아에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덕산일렉테라가 1320억원에 달하는 RCPS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모회사인 덕산테코피아에게 자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장예비심시청구 기간까지 2년여가 남았지만, 현금성자산이 부족한 덕산테코피아에게 부담일 수 있다.
 
특히 이차전지를 소비하는 전기차 업황이 좋지 않아 IPO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덕산일렉테라는 미국 생산기지 캐파(CAPA·생산능력)를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금 상태는 안 좋지만, 투자에는 매우 공격적인 것이다. 덕산일렉테라는 지난해 매출 1억5천만원, 영업적자 1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58억원 수준이지만, RCPS 등으로 부채비율은 1644.5%을 기록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582.4% 수준으로 하락한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자체가 침체기라 이차전지 등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은데 공급만 늘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전기차 시장 구매 수요가 빠른 시간 안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시장은 일명 ‘캐즘(chasm)’ 상태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차량을 큰 폭으로 할인하고 있고, 테슬라는 업황 악화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렉테라는 이차전지 전해액 제조 주력 기업으로 전기차 시장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대해 덕산테코피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금 유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투자를 한 만큼 매출도 회복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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