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호, 또다시 조달 지연에…2차전지 사업 개시 '차일피일'
지난해 델 매출 감소·2차전지 자회사 설립에 '적자' 전환
200억원 전환사채 납입 연기에 2차전지 사업 추진 '발목'
공개 2024-05-10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18: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율호(072770)가 지난해 2차전지 신사업에 나섰으나 운영자금 조달이 미뤄져 본격적인 사업 개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율호는 주요 매출처인 델의 수요 부진과 2차 전지 자회사 율호머트리얼즈 설립 비용으로 지난해 적자로 전환해 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아졌다. 200억원에 달하는 운영 자금을 전환사채(CB)로 충당할 예정인 가운데 납입일이 연기돼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아쿠아메탈스가 미국 네바다주에 짓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렌더링 이미지. (사진=아쿠아메탈스)
 
스토리지 솔루션 수요 감소에 2차전지로 수익성 반등 목표
 
7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율호는 지난해 매출 900억원,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2022년 1096억원보다 17.87% 감소하고 적자로 전환했다. 글로벌 기업 델(Dell)과 200억원대 프로젝트 계약 수주에 실패하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2차전지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관련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율호는 델 테크놀로지스에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티타니움(1차) 공급사다. 스토리지를 통해 서버나 개인용 컴퓨터(PC)에 연결해 데이터베이스, 파일, 이미지, 비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델을 비롯해 1차 금융권과 공공기관 등에서 수주한 프로젝트가 축소되면서 매출이 적게 나왔고 적자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율호는 기존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부터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서버 스토리지 관련 솔루션 수요가 줄면서 2차 전지 관련 사업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자회사 율호머트리얼즈를 세워 전처리 분야를 담당하고, 계열사 아쿠아메탈스를 통해 후처리 분야까지 아우르기로 했다. 율호는 지난해 나스닥 상장사 아쿠아메탈스에 68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어 율호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9억원 규모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발행했다. 당시 최대주주는 태영이엔지홀딩스였으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자금 지원이 어려웠고, 2차전지 전문기업 이엔플러스(074610)가 유상증자 발행 대상자로 나서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율호는 변경된 최대주주가 2차 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향후 사업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올 초 이정남 단독대표에서 최용인 이엔플러스 대표를 율호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올해는 조달한 금액 중 66억원을 투자해 지난 3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현지법인을 세웠고 향후 켈과 리튬, 흑연 등 광산개발과 원소재 거래 사업을 신규 추진하고 있다.
 
율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는) 코로나 특수 상황에서도 선전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여파들이 같이 몰리면서 (적자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2차 전지 관련 사업은 열심히 진행해서 올해부터는 아마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CB 납입일 연기에 운영자금 조달 '안갯속'
 
율호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납입일이 지속적으로 연기되고 있어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자금 조달에 성공하더라도 부채가 늘어나 유동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흑자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율호는 지난 2일 10회차 전환사채(CB) 납입일이 4월30일에서 8월15일로 연기됐다. 납입일이 2월 22일에서 4월30일로 변경된 후로 두번째 미뤄진 것이다. 지난달 30일에는 11회차 CB 납입일도 4월30일에서 8월21일로 연기됐다. CB 발행 대상자(투자자)들의 요청으로 납입일이 차일피일 밀려나고 있어 본격적인 2차 전지 사업 개시는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율호는 9회차 CB도 비슷한 이유로 발행 결정이 철회된 바 있다. 지난해 4월26일 9회차 CB를 200억원 규모로 발행해 해환과 씨에스에이치테크가 각각 100억원씩 출자를 하기로 했으나 납입일을 지속 연기한 끝에 결국 사채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아울러 율호가 이번 10회차·11회차 CB로 200억원 조달에 성공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유동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동부채는 515억원을 기록해 유동비율은 189.30%로 우수한 수준에 가까웠다. 하지만 단순 계산해 유동부채가 715억원으로 증가한다면 유동비율은 136.35%로 내려갈 예정이다.
 
다만 율호는 올해 영업처를 지속적으로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29일 율호는 삼성전자(005930)와 505억원에 달하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 슈퍼컴 증설 사업에 판매 및 설치 등 용역을 제공키로 했다. 삼성전자와는 두 번째로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델 매출의 축소분을 상쇄할 전망이다.
 
율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에도 납입하시는 분들 요청으로 납입일이 한 번 더 연기됐다. 운영자금은 내부적으로 사용 목적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 확정되면 재공시를 할 예정”이라며 “2년 전에도 삼성전자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1차 벤더(협력사)로 등재가 돼 있다. 올해 신규 영업처를 지속 발굴해 전년보다는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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