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기업은행(024110) 자회사 실적에 울고 웃었다. 지난해 IBK캐피탈을 비롯한 해외 법인이 첫 동시 흑자를 기록한 반면, 비교적 외형이 큰 자회사의 실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비은행이익 성장을 이끌었던 IBK투자증권과 IBK저축은행의 실적이 저조해 모회사의 걱정거리가 된 모양새다.
기업은행 본점.(사진=기업은행)
IBK캐피탈, 자회사 실적 1위 '효자'
16일 기업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비은행 자회사 9곳과 해외법인 3곳 등 총 12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주요 자회사로 IBK캐피탈을 비롯해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등이 있으며, 지난 4일 IBK벤처투자도 출범시켰다. 벤처투자를 새로운 자회사로 세상에 선보이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다.
기업은행 자회사 중에서는 IBK캐피탈이 가장 효자다. 2022년 기준 당기순이익 1822억원으로 가장 큰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도 1841억원으로 성장했다.
반면 전년 좋은 실적을 냈던 IBK투자증권과 IBK저축은행은 초라한 성적표를 들었다. IBK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감소했고, IBK저축은행은 적자로 돌아섰다. IBK저축은행은 2022년 말 192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기업은행의 비은행이익 성장을 도왔으나 지난해에는 249억원의 적자로 발목을 잡았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시장이 악화된 데 비해 선방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기업은행의 비은행 자회사 이익 규모를 축소시켰다. 위탁매매이익과 자기매매이익 등이 대폭 성장했음에도 2022년 914억원의 이익을 올린 투자은행(IB) 부문 이익이 779억원으로 감소했고 기타손익 부문에서 3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결국 실적 저하를 이끈 건 비용 증가다.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 규모가 모두 커졌다. IBK저축은행도 전년 대비 이자수익이 증가했음에도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조달한 자금의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법인 동시 호실적으로 효자노릇
두 법인 실적 감소가 도드라지는 것은 나머지 자회사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IBK캐피탈의 안정적인 수익은 물론 해외법인 3사 실적도 크게 증가, 지난해 첫 동시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기업은행의 해외법인은 중국유한공사와 인도네시아은행, IBK미얀마 등 3곳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은행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같은 기간 두배 가까이 늘었고, 미얀마 법인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중국유한공사의 당기순이익은 381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으며 인도네시아 은행 156억원, IBK기업은행 16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해외 법인이 처음으로 동시에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각 국가에서 영업 전략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중국법인의 경우 현지 정착을 위해 현지 영업을 강화하고 디지털혁신 가속화에 초점을 뒀다.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두배 가까이 증가한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022년부터 부실여신 감축에 힘을 쏟아 건전성을 챙기는 한편 영업력을 강화시키고 인력과 조직 구조를 개선했다. 미얀마법인도 효율적인 영업기금 운용을 통해 이자수익을 증대시키고 임차료를 절감해 고정비용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고 기업은행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법인과 미얀마 법인의 총자산도 늘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2년 1조5558억원에서 1조6996억원으로 9.2% 커졌고, 미얀마 법인도 2687억원에서 2696억원으로 0.2% 외형을 성장시켰다. 다만 외형이 커지면서 해외 법인 위험가중자산도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중국법인은 2조3175억원에서 2조5376억원으로, 인도네시아법인도 1조1987억원에서 1조3436억원, 미얀마법인은 255억원에서 262억원으로 늘어났다. 통상 여신 규모가 증가하면 위험가중자산도 증가 추이를 보인다. IBK기업은행은 현지기업 중심으로 건전성을 챙기는 한편 대출자산을 확대하고 고객 만족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국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속적으로 영업 이익을 확대하고, 미얀마 법인은 국가 비상사태의 안전 등 불확실성을 해소한 뒤 적극적인 영업 활동과 비용 절감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