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위기사 자금조달 나선 메리츠증권, 이번에도 승부수 통할까
메리츠증권 포함 6곳 금융사 1400억원 규모 PF대출 진행
롯데 백기사 나서 1000억원 수익 기록 …시장선 역시 메리츠
PF시장 강화되는 옥석가리기, 메리츠 선택 자체가 긍정 시그널
공개 2024-03-0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5:4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진 중견 건설회사 SGC이테크건설(016250)의 자금 조달에 참여해 이목을 끈다. 메리츠증권이 주관사로 진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총 1400억원 규모 자금이 조성됐다. 이번 메리츠증권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자금조달에 참여하는 방식의 승부수가 지금까지 통했기 때문이다. 옥석가리기의 명가로 불리는 메리츠증권이 이번에도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메리츠금융그룹)
 
자금 목마른 중견 기업 전문 구원투수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 SGC이테크건설은 메리츠증권 등 금융기관을 통해 1400억원, SGC에너지를 통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800억원을 조달해 총 2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달로 SGC이테크건설은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됐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라며 작년 기준 289.1%였던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조달 중 1400억원은 PF대출로 진행됐다. 메리츠증권이 주관사로 나섰고 국내 6곳의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메리츠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했지만 1400억원 중 실제 투입 금액은 총 대출 대비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SGC이테크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 가뭄을 겪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GC이테크건설의 미수금은 3381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급증했다. 1년여 사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이에 따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같은 기간 167억원에서 –1376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 또한 전년 171%에서 297%로 증가했다.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공사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승부사 메리츠, 이번에도 통할까
 
통상 시장에선 메리츠증권을 승부사 집단이라고 평가하곤 한다. 철저한 성과주의 경영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딜을 주관하고 성공시켜내곤 했기 때문이다. 이번 SGC이테크건설의 PF대출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 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메리츠증권 주축으로 공동 조성한 부동산 PF 펀드는 당시 1조5000억원 규모로 메리츠증권·메리화재·메리캐피탈 등 계열사가 선순위로 9000억원을, 롯데물산·롯데호텔·롯데정밀화학(004000) 등이 후순위로 6000억원을 출자했다.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에 보장했던 금리는 연 12% 수준이었다.
 
메리츠증권은 해당 펀드 조성으로 14개월 만에 1000억원에 가까운 이자수익을 올리게 됐다. 롯데건설도 이를 기반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매입·소각해 위기를 넘겼다. 사실상 윈윈(win-win)이 된 딜로 최근 롯데건설은 오는 3월 펀드 만기를 두고 은행권과 대출금리를 한 자릿수에서 협의하고 있다. 당초 은행권은 롯데 지원 펀드에 부정적 분위기였지만 메리츠증권이 주관한 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아직까지는 위기론 우세…'옥석 가리기' 가능할까
 
메리츠증권 행보가 시장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저평가되는 건설사의 자금을 융통해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경우와 같이 메리츠증권 자금을 끌어왔다는 것 자체가 옥석 가리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3800여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 개정은 부실 사업장의 조속한 정리를 위해 대출 만기 연장 기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을 단순히 만기 연장으로 끌고 가면서 부실을 이연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부동산금융 사업지별로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SGC이테크건설은 해외 공장 건설 수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분위기다. 사우디 SPEC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설비 증설공사(5억287만달러)에 이어 중원ENG의 미국 LGES-혼다 JV 배터리 공장 산업설비 프로젝트(9600만달러), 엘에일렉트릭의 영국 위도우 힐 에너지 저장 시스템 EPC(7835만달러) 등을 수주했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 펀드 조성에도 나선다. 메리츠증권이 만드는 1호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올해 상반기 내 조성이 목표다. 현재 주요 공제회, 연기금과 접촉하며 자금 유치를 진행 중이다.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출자에 나서며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사업에서 꾸준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성이 높은 선순위 대출 PF에 투자하거나 실물 부동산 담보 대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 진행된 대출에서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의 출자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은 아니다"라며 "다만 건설사 입장에선 메리츠증권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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