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동안 침체를 겪었던 조선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선박 가격 상승과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겹치며 앞으로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우려는 존재한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향후 성장 동력 축소, 일손 부족, 경쟁자 중국의 추격 등 조선업계 당면 과제가 상존하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가 과제를 극복하고 앞으로 어떻게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각 사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해양 분야 수주액은 30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수주목표(31억달러)를 대부분 채웠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석유 및 천연가스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양플랜트 수요는 앞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플랜트 전문가를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앉혀 플랜트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선별수주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후판 가격 인하 등으로 원가 절감 여지가 커지고 있어 향후 삼성중공업의 수익성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 사업 강화 행보 눈길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5763억원, 영업이익은 154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같은 기간 매출(4조3101억원)은 29.4% 증가했고 영업손실(5186억원)은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상선분야에서 목표수주액을 채우지 못한 반면 해양플랜트 사업에서는 목표액을 거의 다 채웠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상선분야의 수주목표액 64달러 중 53억달러(수주달성률 82.8%)가 찼고, 해양플랜트 분야는 목표 31억달러 중 30억6000만달러(수주달성률 99%)를 달성했다.
현재는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주가 꾸준한데다 앞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조 단위의 설비인만큼 생산실적과 그에 따른 노하우가 계약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에도 2건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의 일종인 FLNG(해상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를 지난 2018년, 2020년, 2021년에 각각 1대씩 인도했다. 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수주총액은 76억달러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월 15억달러, 지난해 12월 15억600만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이 예상된다. 해양플랜트 시장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국제 유가가 결정짓는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해양플랜트 투자를 늘린다. 삼성중공업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몰리는 이유도 2020년 이후 국제 유가가 꾸준히 상승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 석유 및 가스 시추 프로젝트 투자액은 1190억달러로 2013년 이래로 가장 높은 투자액을 나타냈다. 아울러 지난해 대비 2030년 해양 석유 및 가스 공급량이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18%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사업 강화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플랜트 전문가를 단독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지난해부터 최성안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삼성중공업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과거 삼성엔지니어링 플랜트사업 본부장을 맡는 등 플랜트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무리한 수주 확장보다 내실 있는 수익성 확보 집중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국내 조선산업이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위기를 겪었던 만큼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무리한 수주 확장보다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15년 유가 폭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위기를 맞은 바 있다. 2010년대 초 고유가로 인해 해양플랜트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수주를 늘렸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주문 취소, 인도 거부 사태가 속출하며 국내 조선업계가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2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9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탈출했다.
이에 선별수주, 원가 절감 등이 수익성 확대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전 세계적으로 끊겼지만, 2020년 이후 발주 증가가 이어지며 앞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선별 수주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에 발주된 FLNG 6대 중 5대는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FLNG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향후 발주분에 대한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동시에 원가율도 줄어들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매출원가율은 92%로 2022년 3분기 105%에서 13%포인트 감소했다. 영업이익 증가는 지난 2020년 이래로 수주 받은 선박들이 인도되면서 매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9조7673억원으로 2022년 말(28조5555억원)보다 4.2% 증가했다. 수주 잔량이 늘면서 향후 매출 증가로 원가부담은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말 체결된 후판 가격 인하로 인해 올해 1분기 원가부담 경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도 증가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무형자산에 들어간다. 삼성중공업의 무형자산비 규모는 지난해 3분기 270억원으로 2022년 말(239억원)에서 1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분을 합산할 경우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FLNG를 매년 1대씩 수주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조선 물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수주 목표를 상향한 것은 FLNG 수요 때문”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