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배터리 밸류 체인 확대…질적 성장 견인할까
지난해 전체 실적 역대 최대치 달성했지만 4분기 실적은 '뒷걸음'
배터리 신기술 확보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질적 성장 노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 7304억원…적극적인 투자 지속
공개 2024-01-1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18: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허찬영 기자] 역대 최대 실적에도 4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하 LG엔솔)이 올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할 전망이다. LG엔솔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배터리 가격 하락 등 업황 악화에 내실을 다지는 한편 미래 먹거리 확보 전략을 세웠다. 폐배터리와 교환형 배터리 투자에 집중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역대 최대 실적 뒤에 숨은 4분기 '어닝 쇼크'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엔솔은 최근 지난해 연간 매출액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0조원대, 2조원대를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최대치다. 이전까지 최대치는 매출액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기록했던 2022년이다. 1년 사이에 매출액이 31.8%, 영업이익이 78.2% 증가한 것이다.
 
다만, 분기별로 놓고 보면 4분기 실적은 사실상 뒷걸음질 치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4분기 기준 매출액은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기 대비 매출액 2.7%, 영업이익 53.7%가 감소한 수치다. 또 증권사가 발표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매출은 8조4593억원, 영업이익 587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컨센서스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4%, 42.5% 낮다. 2차 전지의 주요 원자재인 리튬과 니켈의 가격이 하락하고 전기차의 수요가 둔화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둔화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배터리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구개발 투자 늘리고 내실 다지기에 총력
 
김 사장의 발언과 같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몇 년간 고속 성장과 외형 확대 등 양적 성장에 힘을 쏟아 왔다. 이런 와중에 올해 배터리 산업의 전망이 좋지 않자 숨 고르기 시간을 가지며 질적 성장과 같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 근거로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경쟁력을 확대하는 등 배터리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7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3분기만 별도로 놓고 보면 연구개발비에 2599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분기 최대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독점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해 중국의 공세를 막아내고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만드는 차세대 배터리로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부를 통해 해당 연구를 진행 중이며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두 종류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이를 토대로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로드맵을 세우기도 했다.
 
약점으로 꼽히던 LFP 배터리 개발에도 집중한다. LFP 배터리는 양극재로 리튬, 인산, 철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저가용 배터리로 평가되던 LFP 배터리는 현재 중국에서 95% 이상 생산될 정도로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중저가용 모델에 LFP 배터리를 장착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16%에서 매년 늘어 2022년에는 35%까지 늘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FP 배터리 양산 시점 목표를 2026년으로 공식화했다. 그러나 삼성SDI나 SK온 등 국내 배터리 경쟁사도 LFP 배터리 양산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 개발에 집중해 LFP 배터리 양산 시점을 당초 목표보다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또 LM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LMFP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망간을 추가해 기존의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15~20%가량 높인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외에도 전기이륜차용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사업 진출을 위해 전용 배터리팩을 개발하고, 교환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사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카이스트와의 공동 연구팀에서 리튬이온전지 대비 주행거리를 약 50% 늘리고 충방전 효율과 수명도 개선한 리튬메탈전지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기술개발과 사업모델 혁신을 선도해야 나가야 한다"라며 "외부 업체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전지에서도 리더십을 유지하고 신규 수익 모델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chanyeong66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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