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 호황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언급될 만큼 국내외 빅딜이 잇달아 성사되고 있다. 통상 신약개발은 10년을 훌쩍 넘는 기간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기술이전, 제네릭 등을 통한 매출을 달성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활동을 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자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이력이 있는 기업들이 최근 다양한 방법을 통해 R&D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주요 기업들의 R&D 현황과 전략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동아에스티(170900)가 전폭적인 연구개발(R&D) 활동으로 실적이 주춤했음에도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 개척에 큰 투자를 감행했다. R&D 비용을 늘리며 다양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가운데 지난해 ADC 전문 바이오텍인 앱티스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해외로의 기술이전이 늘어난 분위기와 달리 동아에스티는 직접 빅딜을 진행한 것이다. 이에 동아에스티의 26번째 국내 신약 '슈가논'을 이을 신약 개발 활동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아에스티 본사 전경.(사진=동아에스티)
외형성장에도 실적 악화 이유는 R&D 투자 확대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아에스티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54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기간 271억원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이 4812억원에서 4829억원으로 소폭 늘었음에도 연구개발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율은 14.8%(비용 821억원)로 나타났다. 직전연도 동기 10.8%(841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특히 3분기 기준 동아에스티의 연구개발비율이 14%를 돌파한 건 2년만이다. 지난 2020년까지 11.49%(528억원)였지만 2021년 15.7%(715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2022년에 10.8%(841억원)까지 줄었다. 동아에스티 측은 최근 새로운 임상단계에 들어간 파이프라인과 기술도입 등으로 R&D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동아에스티의 파이프라인 5개가 새로운 임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비알콜성지방간염 NASH(DA-1241)는 미국 임상 2a상을 개시했으며, 제2형 당뇨병 치료제(DA-2811)과 B형간염 치료제(DA-2803)는 임상 4상을 개시했다. 여기에 4분기에는 급만성 위염 치료제(DA-5219), 제2형 당뇨병 치료제(DA-5221)가 임상 3상에 승인됐다. 통상 임상 단계가 올라갈수록 사용되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R&D 비용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동아에스티의 신약 개발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만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굵직한 MOU를 5개나 체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SK바이오팜과는 기술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여기에 동아에스티는 GC녹십자, HK이노엔, 씨비에스바이오싸이언스, 매사추세츠 주립대 의과대학, 미국 등과 공동 연구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미국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면서 공동 연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R&D 비율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상황은 아니다"라며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는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DC 시장 진출 방법은 '앱티스' 인수
R&D 활동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에스티는 ADC 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도 진행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ADC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동아에스티도 동참한 것이다. 동아에스티 측은 앱티스뿐만 아니라 주요 자회사를 통한 ADC 시장 진출에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ADC 전문 바이오텍인 '앱티스'를 인수 완료했다. 동아에스티는 계약상 이유로 규모를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 나왔던 전략적투자자(FI)의 지분 51%를 인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앱티스가 동아에스티의 주요 종속회사로 편입됐으며 이는 인수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된 이후 단 3주 만에 달성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동아에스티의 ADC시장 진출이 급했지만 시너지를 내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정재원 신한증권 선임연구원은 "앱티스가 보유한 링커를 활용해 동사의 면역항암제, PROTAC 등 다양한 후보물질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며 "저분자 원료의약품 생산에 강점이 있는 에스티팜을 활용해 페이로드 역시 그룹 자체적으로 생각가능하기 때문에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활용한 ADC개발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에스티팜을 활용한 통한 ADC링커와 페이로드 생산 효과를 볼 수 있다"라며 "여기에 CDMO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동아에스티바이오는 ADC항체를 생산할 수 있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다만, 동아에스티는 이같은 광폭적인 R&D 활동을 펼치면서 순현금 기조가 깨진 건 아쉬운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동아에스티의 총차입금은 지난 2020년 2069억원에서 2021년까 3006억원까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송도 R&D센터 설립을 위한 자금으로 당시까지는 무차입 기조가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총차입금은 4045억원까지 늘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