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A 시장 부진…거래 줄고 매각가도 낮아져내년 경제 전망 안 좋아 매수자 찾기 여전히 어려워해외 시장 투자자 찾기 나서 K-컬쳐 분야서 기대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올해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부진하면서 거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보다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 자체가 줄어들면서 매각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M&A 시장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투자자 측면에서도 자금을 내놓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을 찾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M&A 시장에 몸담고 있는 변호사는 기업에 관한 법률 지식을 넓게 알아야 한다. 실사 처음부터 회사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는데 자산과 자본 구성, 인사, 조세, 계약, 인허가 등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다뤄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의 노석준 변호사는 오래된 경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자문을 시행했다. 주요 업무 사례로는 △브이피 주식회사의 흡수합병 자문 △대교의 에스티키즈 인수 자문 △지코 매각자문 △동양, 동화산업 매각 자문 △삼화페인트공업의 대운테크 인수 자문 △제주컨트리구락부 인수 자문(P-Plan) △일송개발 레이크힐스용인CC 회생 매각 자문 등이 있다.
노석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바른)
다음은 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에서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2007년 입사해서 기업법무그룹에서 17년 동안 일하고 있다. M&A나 기업경영권, 지배구조 등을 다루고 있으며 그밖에 회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일반 기업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딜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M&A 외에 회사의 구조 변경을 수반하는 합병이나 분할, 영업양수도, 주식매매, 신주인수, 경영권 다툼 등이 있다. M&A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단기간에 빨리 되는 것보다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
경영권 지배구조 분야의 경우 보통 기간이 1~2년 소요된다. 어느 한쪽이 경영권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걸린다. 오너와 계열사의 지배구조 작업은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처리하는 부분도 있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업자문 자체가 회사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와 그에 따른 법률에 대해 폭넓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도 M&A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법률 지식을 넓게 알고 있어야 한다.
사업적인 그리고 회계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넓은 법률 분야에 대해 다 안다고 해도 사업가에게 설명을 다 전하기는 힘들다. 용어를 풀어서 회사 영업이나 사업 문제와 관련해서 설명해야 한다.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 범위가 넓다 보니까 꼼꼼함도 필요하다. 자문에서 빈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요 업무·활동 사례에 M&A가 다수 있는데 특별히 소개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실제로 독자적으로 딜 전반에 깊이 관여해 주관한 것처럼 자문한 것은 동양매직(현 SK매직) 건이 있다. 동양그룹이 망해서 회생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계열사를 매각한 것이다. 동양매직 매각 자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래를 종결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한화폴리드리머는 한 회사에 있는 사업을 분할해서 팔기로 한 것인데, 분할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나중에 분할해서 거래를 종결했다.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파는 곳이 많아졌다. 원래 팔려면 미리 분할을 해놓고 분할된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 매수인 측에서는 어떤 회사를 사게 될지 대략은 알지만 분할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약을 하게 된다. 한화폴리드리머는 양쪽에서 의견 합의가 잘 된 사례다.
태백관광개발공사(오투리조트)는 원래 태백시에서 만든 지방 공기업이었는데, 회생절차 과정을 거쳐 매각하고 일반회사로 전환했다. 지방 공기업을 회생절차를 통해 매각한 최초 사례다. 태백시가 관광개발공사의 최대주주였는데 일반 사기업이 취득하면서 지방 공기업이 아니게 된 것이다.
노석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바른)
-올해 M&A 시장 전반을 평가하자면? 내년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M&A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웬만한 회사면 가격도 훨씬 높게 받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거래가 될 만한 것들도 주저한다. 가격도 낮아지고 딜 성사 건수 자체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매수자로 나서서 인수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전에는 대기업이나 사업을 전개할 전략적투자자(SI)가 주로 인수했다면 그 다음에는 사모펀드(PE)가 많았다. 그런데 PE도 힘들어진 곳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내년 경제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 매수자가 돈을 내놓지 않으려는 성향이 많아진 것 같다. 매각 물건이 나와도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영업이익이나 이런 측면에서 안 좋아지고 있고, 신규 투자 측면에서도 돈을 안 쓰려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다. 공개 매각을 한다고 하면 예전에는 5~6곳 나왔는데 요즘에는 복수의 인수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 매각자 입장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진짜 투자를 하려면 정말 좋은 회사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스타트업이나 이렇게 소규모 기업은 더욱 힘들어진 모양새다. 회생이나 파산이 늘었다. 전반적인 투자 열기가 식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M&A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나 분야가 있다면?
△사실 그런 분야를 답하기가 쉽지 않다. K-컬처와 같이 미국 문화와 연관되는 경우는 좀 나은 것 같다. 올해 한 것 가운데 미국 글로벌 회사에 국내 중기업을 매각한 건이 있는데, 미국 투자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국내였으면 과연 가능했을까 생각이 든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봤을 때 매력도나 성장성을 잘 보여야 하는 셈이다.
-내년 바른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
△일단은 계속해서 M&A 실적을 쌓는 것이 기본이다. 외부에 이런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회사들의 M&A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배들 양성하는 것도 과제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