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불안한 대내외적 경제 환경 속에 건설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말부터 치솟은 원자재 가격 인상 릴레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고,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던 주요 건설사들의 계획이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다만, IPO 시장은 바닥을 치고 내년 반등의 기회를 모색 중이다. 이에 따라 <IB토마토>는 내년 IPO 가능성이 점쳐지는 주요 건설사들의 현재 상황을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 2020년부터 신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며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 SK에코플랜트는 IPO 준비에 총력을 쏟고 있다. 기존의 ‘건설업’에서 탈피해 친환경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한 결과 투자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충분치 않은 신사업의 영업실적과 높은 재무부담은 SK에코플랜트가 상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사옥.(사진:뉴시스)
6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당초 SK에코플랜트의 상장예비심사 청구는 연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회사 측은 IPO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없다”라는 답변을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올 들어 일반 재무부문과 전략·IPO 추진 조직을 전면 통합하는 등 IPO를 위한 내부 조직 변화가 단행되는 등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밸류에이션 ‘관건’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적절한 ‘몸값’이 필수다. 수 년째 침체된 건설경기 속 SK에코플랜트가 신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투자은행(IB) 업계는 SK에코플랜트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10조원 내외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프리IPO(상장 전 자금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8조원 가량으로 평가받았고, 당시 투자자들을 고려한다면 약 10조원의 공모가 책정이 예상되는 것이다.
다만 거론되고 있는 10조원 안팎 몸값의 조건은 신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착이다. 2020년 진출을 본격화한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꾸준한 성장과 수익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누적 매출은 6조5138억원, 영업이익은 29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76% 증가했다. SK에코플랜트의 사업 부문은 △환경사업 △에너지사업 △솔루션사업 등으로 나뉜다. 솔루션사업은 기존의 건축, 토목, 주택 등 전통적 건설사업이고, 환경·에너지사업은 새롭게 진출한 사업이다.
솔루션사업의 매출 비중이 여전이 높다. 올해 1~3분기 솔루션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은 4조2292억원으로 65%를 차지했다. 에너지사업에서는 21%, 환경사업은 14%의 매출이 각각 발생했다. 다만 환경·에너지사업의 매출 비중은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21년 15.3%(9541억원)를 차지했던 매출 비중은 2022년 29.8%(2조2471억원)를 차지했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35.1%(2조2845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신사업 진출에 약화된 재무건전성…'부채' 관리 모니터링 필요
신사업의 수익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환경·에너지사업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1758억원이다. 특히 올해 환경사업에서는 115억원의 영업손실까지 발생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환경사업 부문에 도입 중인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T) 설비투자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그동안 인수해 온 환경기업들의 개별 규모가 영세한데다, 이들 기업의 합병을 완료한 시점도 지난해 9월이었기 때문에 자회사간 인수합병 등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회사는 올해 9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계열사 7곳을 대원그린에너지로 흡수합병해 경영 효율성을 증대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368억원 규모 삼원이엔티 지분 전량을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에 처분했다. 다만 이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SK에코플랜트 측은 “자회사의 경영 효율성 제고일 뿐, IPO와는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1~2022년 2년간 연결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누적 –2조6395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3분기 누적 6113억원의 현금이 투자활동으로 인해 순유출됐다.
이로 인한 회사의 차입금 부담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2020년 말 별도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차입금의존도는 22.7%였다. 그러나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한 2021년 말 32.9%, 2022년 말 28.6%, 2023년 3분기 28.6% 등을 기록했다. 통상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일 때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감안할 때, 아슬아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2020년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5조171억원이었는데, 올해 9월 말 부채총계는 10조1197억원이다. 약 2년9개월 만에 부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다만, SK에코플랜트의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적정 수준’인 209%를 유지하고 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