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수익성 '와르르'…계열사 매각에도 줄어든 현금 곳간
수익성 개선 위해 MDS 매각했지만…이익률 악화에 현금도 줄어
AI 등 신사업 투자 적극 나서고 있지만…배당 기준만 바꿔 눈길
공개 2023-12-04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17:4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한글과컴퓨터(030520)(한컴)가 올해 말 김연수 대표를 내세워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김 대표 취임 이후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회사 실적 부진으로 MDS를 매각하는 등 계열사 정리에 나섰지만, 현금성자산이 줄고 있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대신 새로운 신사업 투자를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당장 현금 확보가 필요한 모습이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기준을 바꿔 눈길을 끌고 있다.
 
김연수 한컴 대표 (사진=한글과컴퓨터)
 
한컴MDS 팔아도 수익성 감소…추가 계열사 정리 필요

김연수 한컴 대표는 최근 인공지능(AI) 사업전략 발표회를 열고 5년 안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내년 AI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 한국판 코파일럿 ‘한컴 어시스턴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외 파트너사와 연대하는 한컴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지능형 자동화(IA)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앞서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021년 김상철 한컴 회장 장녀인 김연수 대표를 변성준 대표와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 오피스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및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정비했다.
 
덕분에 김 대표가 취임한 2021년부터 매출은 2020년 1094억원에서 2021년 1153억원, 2022년 126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0년 682억원에서 2021년 39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22년에는 250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17%, 2021년 16.38%, 10.3%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다소 줄었다.
 
 
이에 김 대표는 회사의 방향성과 맞지 않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결단했다. 대표적으로 영업 실적을 깎아먹고 있던 자회사 한컴MDS를 매각했다. 한컴MDS 매출은 2019년 1549억원, 2020년 1466억원, 2021년 1551억원으로 대동소이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44억원, 2021년 40억원, 2022년에는 22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고, 특히 매각 직전 실적인 2021년에는 당기순손실 240억원을 기록해 한컴 자회사 중 가장 큰 손실을 내고 있었다. 결국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7월 한컴MDS의 지분 32.21%를 플레이그램에 950억원에 매각했다. 
 
다만, 한컴MDS를 정리했지만 일부 자회사 및 계열사 손실이 계속되면서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성자산은 지난 2021년 2349억원에서 지난해 2019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3분기에는 현금및현금성자산 644억원과 단기금융상품 820억원을 합쳐 총 현금성자산은 1464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현황을 살펴 보면 손실을 내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추가적인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100% 자회사인 한컴아카데미와 한컴메디컬솔루션은 지난해 각각 6억6400만원, 2700억원 당기순손실 기록했다. 51% 지분을 보유한 싸이타운(구 싸이월드한컴타운)은 2022년 당기순손실 65억원을 기록했다. 13.89%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해 27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월 20억원을 들여 1.58% 지분 투자를 한 페르소나스페이스는 82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신사업 먹거리 AI 등 투자 확대…배당 기준 변경도 눈길
 
한글과컴퓨터는 빅테크 기업으로 변화를 위해 관련이 덜한 계열사를 정리하고 AI 기업 관련 투자로 방향을 바꿨다. 투자 재원이 되어 줄 별도 현금성자산은 2020년 472억원, 2021년 481억원에서 2022년 1173억원으로 확 늘어났는데 2022년 한컴MDS를 매각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 3분기에는 스타트업에 투자 활동이 늘어나면서 현금성자산이 1069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금성자산 확보보다는 투자에 더 전념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유럽의 AI 기업 인수 소식을 근시일 내에 전할 것이고 국내에서도 해외 시장 확대가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배당 정책을 변경해 주주가치 제고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7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하면서 별도 당기순이익 대비 30~45%인 배당 기준을 별도 잉여현금흐름(FCF) 대비 25~30% 기준으로 변경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통상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을 뺀 값인데 충분한 배당 역량을 갖추려면 양의 잉여현금흐름을 보여야 한다. 
 
별도재무제표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 2020년 474억원에서 2021년 228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2022년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33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5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6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본적투자(CAPEX)는 2020년 202억원에서 2021년부터 148억원, 156억원, 140억원으로 비슷비슷한 수치를 나타내면서 FCF는 2021년 80억원에서 올 3분기 312억원으로 늘어났다.
 
별도 기준 FCF는 증가세에 접어들었고,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수치를 보이고 있어 배당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당기순이익은 2020년 178억원, 2021년 222억원, 2022년 138억원,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304억원을 기록했는데 FCF는 2022년부터 177억원, 올해 3분기 누적 312억원을 기록해 당기순이익을 넘어섰다. 
 
한편 발표회 하루 전날 보도된 김상철 회장 차남 김모씨의 ‘아로와나 토큰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대해 김 대표는 “회사의 득실에는 전혀 없다”라며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지난해 MDS 매각을 통해 확보한 1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투자 및 인수에 나설 예정”이라며 “내년도 한컴의 경영 방향은 현금성 자산 확보보다는 AI 사업 성과 창출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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