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라는 발언을 해 고금리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 시장에선 채권 발행 이외의 자금 조달이 시장의 화두가 됐다. 지난 3분기 유상증자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고, 메자닌 발행 금액도 14.2% 증가했다. 하지만 각 자금조달 방법엔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 요인도 잠재돼 있다. <IB토마토>는 현재 시장에서 주목되는 자금조달 별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KB증권이 DCM(채권발행시장)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KB증권의 굳건한 1위 수성에 가장 큰 버팀목은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 시장이었다. ABS는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이나 매출채권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증권의 총칭으로 자본조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투자자들의 분산된 자금이 융통되는 거래 구조 특성상 시장의 큰 충격 발생시, 연쇄적인 부실화 가능성이란 단점도 지적되지만 여전히 자본조달 시장에서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ABS 발행으로 DCM 1위 굳히기 들어간 KB증권
(사진=KB증권)
2023년 채권발행시장(DCM)이 마무리에 접어든 가운데 KB증권이 주관실적 1위 수성을 견고히 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분기까지 KB증권의 채권 주관실적은 총 822건, 주관금액은 24조5657억원을 기록했다. 주관액 기준 전년 동기 기록한 23조661억원 대비 6.5% 증가한 수치로, 전체 주관액에서 점유율 16.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DCM 시장 2위
NH투자증권(005940)은 총 661건, 21조99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기록한 20조9719억원 대비 4.8% 증가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까진 여신채 발행 부문에서의 선방과 회사채 시장에서 고등급 회사채 발행을 따내며, 1위인 KB증권과의 격차를 불과 9738억원까지 좁혔으나 2분기와 3분기 들어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ABS 발행에서 갈렸다. 지난 3분기까지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회사채 발행 실적에선 각각 10조5816억원과 9조5027억원을 기록해 KB증권이 소폭 앞섰다. 여신채를 비롯한 기타금융채와 은행채에선 NH투자증권이 13조7700억원, KB증권이 12조2774억원을 주관하며 NH투자증권이 앞섰다. 그러나 ABS 발행에선 KB증권이 1조7067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해 NH투자증권의 1750억원에 크게 앞서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KB증권은 지난 2020년 이후 DCM시장에서 ABS 발행 비즈니스의 파이를 키워왔다. 단말기 할부채, 자동차 할부채 등 각 분야 유동화 딜을 수임해 ABS 발행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고,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넓은 사업영역을 영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와 같은 통신사의 매출채권 유동화(유플러스파이브지제육십구차유동화전문) 발행과 메리츠캐피탈과 롯데캐피탈의 오토론 유동화 증권 발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딜로는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일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건이 있다.
리스크 분산은 장점 그러나 연쇄 부실화 위험은 단점
(사진=SCI평가정보)
자산유동화증권(ABS)이란 특정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하여 발행되는 증권을 총칭하는 말이다. 기초자산에 따라 △부동산인 경우에는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상업용 부동산인 경우에는 CMBS 채권이나 CDS, CLN 등△부채성 증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경우에는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이라고 불린다.
그 외 신용카드사, 보험회사, 캐피탈사의 경우는 자사가 가지고 있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해 ABS를 발행하는 경우와 건설사의 경우 시행사가 건설 중인 프로젝트(PF)를 담보로 해서 발행하는 ABCP (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유동화기업어음)도 있다.
예를 들자면 A기업이 가진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ABS를 발행한다면, 그 ABS의 현금흐름(이자)은 그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기반하게 된다. 이 경우 통상적으론 금융사는 A기업에게 부동산 현금흐름에 대한 소구권을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사에선 AB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당장의 현금을 마련하기 힘든 것을 여러 투자자들을 모아 현금화시킬 수 있다는 점과 투자자 수만큼 위험을 분산시켜 채무 불이행시의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ABS는 자본조달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여러 투자자들이 연결되어 있는 조달 구조의 특성 상 만일 시장 전체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리스크가 발생시 연쇄적인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0월 채권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레고랜드 사태다. 해당 사건은 강원도청이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부도 처리될 뻔한 사건이다. 지자체 보증은 곧 초우량등급 이란 시장의 공식이 깨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계된 다른 투자자산으로 까지 부실화가 전염됐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보증 한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일부 자산유동화증권에서 부실화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발행사를 비롯한 투자자가 지게된다"라며 "리스크가 분산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산 부실화시 연쇄적인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자산유동화증권의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자본조달 시장 주목은 계속 ...정보 프로세스 구축은 과제
실제 시장의 충격을 가져온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증가세를 이어가던 국내 자산유동화시장은 2023년 상반기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비롯한 시장에선 여전히 자산유동화증권이 새로운 자본조달 창구로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관련한 자산유동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법령으로 구체화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 교육원에서 자산유동화법 주요 개정안 설명회가 개최됐다. (사진=IB토마토)
23일 금융투자협회 교육원에선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와 공동으로 내년 1월12일 시행되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과 하위규정의 주요 개정 내용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자산유동화법의 주요 개정 사항과 적용되는 실무 프로세스가 설명됐다.
주요 개정안건으로는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은 △자산보유자의 신용도 제한 기준 완화와 △기존 채권자산과 부동산 자산에서 지식재산권으로 유동화 가능 자산 확대 △ 등록·비등록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때 유동화전문회사의 유동화증권의 발행 내역 등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자산보유자를 포함한 자금조달 주체는 유동화증권 지분의 일부(5%)를 보유하도록 하는 의무도 새로 부여됐다.
실무 프로세스에선 유동화증권 등록 정보 프로세스와 관련한 예탁원 주도의 통합정도시스템이 소개됐다.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주목해온 KB증권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정보 업무 프로세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자산 유동화 과정에서의 정보가 연계된 투자자들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계된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정보의 정확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KB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ABS 발행에서 주된 리스크는 증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SPC가 온전히 기초자산의 현금흐름을 수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외부 회계법인이 해당 자산의 실재성을 실사 후 자산현금흐름을 평가하고 신용평가사와 법무법인과 연계한 업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발행 전체를 주관하는 만큼 자산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구조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