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매출 분식회계 조사에 상장 가능성 '불투명'최고 기업가치 7조원대에서 현재 3조원 초반대로 하락2대 주주 TPG컨소시엄 등 투자자 발등에 '불'
쪼개기 상장을 거듭하며 몸집을 불려온 카카오가 최근 연달아 사법 이슈에 부딪히며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 수사 및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IPO 준비 기간은 무한정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카카오 계열사들의 IPO 가능성 및 상장 불발 시 리스크(위험 요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 받으며 한때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매출 분식회계 혐의 수사를 받으면서 IPO는 당분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수수료 체계를 바꾸고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급감한 기업가치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 의혹에 주가매출방식 IPO 부인…상장 가능성 급감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3년간 매출이 늘어났지만,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51%에 불과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2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1억원을 기록한 것에서 적자 전환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에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회계심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 회계를 통해 매출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100%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받는 운임의 20%를 모두 매출로 계상했기 때문이다. 케이엠솔루션은 운수회사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수회사에 다시 수수료 16~17%를 돌려주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20%에서 16~17%를 뺀 운임의 3~4%만 매출에 계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가매출방식(PSR)을 적용했다고 보고 있다. 통상 플랫폼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높지 않아 IPO 밸류 산정 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PSR 방식을 활용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도 실제 현금 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며 PSR 방식으로 IPO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주가매출방식을 포기하면 낮은 수익성에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IPO 가능성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이익률은 점차 늘고 있기는 하지만, 2021년 흑자 전환해 올해 상반기까지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035720)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모든 서비스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택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수수료를 3% 이하로 대폭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구체적인 수수료나 비율은 택시 단체랑 협의를 하는 중이며 최대한 연내에 마련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0일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4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사진=카카오)
7조원 기업가치 3조원대로? 투자금 회수 난감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1조원 가량 투자를 했던 기업들은 투자금 회수가 막막해졌다. 한때 7조원을 넘었던 기업가치는 최근 3조원 초반대로 급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한국투자증권 오릭스 등이 뭉친 TPG컨소시엄이 5000억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하면서 창업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2월에서 6월 3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칼라일에서 2200억원, 구글에서 565억원, TPG컨소시엄과 국민연금에서 각각 1400억원을 투자 받았다. 같은 해 7월엔 기업가치가 4조930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TPG컨소시엄이
대신증권(003540)에 700억원가량(약 16만1000주) 지분을 팔 때 기업가치는 7조80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최대주주인 카카오(57.3%) 외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TPG컨소시엄(KHAKI홀딩스) 14.31%, 킬로미터홀딩스 6.18%, 한국투자증권-오릭스PE(모빌리티 코-인베스트) 5.35% 등이다. 이외에도 모빌리티홀딩스 3.41%,
LG(003550) 2.46%, 구글 1.52%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2대 주주인 TPG컨소시엄은 벌써 두 차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실패했다. 지난해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노조들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올해는 우리금융그룹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으나 금감원 수사가 진행되면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분 인수 계획을 접었고 빠른 시일 내 IPO 가능성은 공중분해됐다. 업계에 따르면 일정 조건 충족 후 4년 내 IPO 지연 시 경영진을 교체해야 하는 등 경영권 행사 조항도 있다고 알려졌지만, 카카오 측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TPG컨소시엄에 속해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21년 오릭스PE와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를 했지만,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시가 총액이 떨어지면서 투자 시점 대비 손해가 예상된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카카오모빌리티 1주당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추정 시가총액은 3조574억원이다. 2021년 TPG컨소시엄 등이 투자를 했던 3조3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물론 상장을 한 후에 성장을 보고 한 투자이긴 하지만 단기적인 이슈로 당장 어떤 조치나 엑시트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지 차차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