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K-철강)②저가 외산 vs 고가 국산…시장 양극화
저가 시장서 중국산 등 점유율 확대…올해 전년보다 28.4% 증가
고급 철강 및 특수강 시장은 국산 인기…가격보다 기술력이 중요
공개 2023-11-03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19: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철강업계도 전세계적인 고금리 물결을 피할 수 없다. 10년간 이어져온 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기업들은 주머니를 닫고 있다. 기업들이 주머니를 닫으면서 철강업계도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2021년과 2022년 상반기까지 역대급 호황을 맞았던 철강업계는 고금리에 따른 수요 급감에 공급과잉으로 전환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산 철강은 저가 철강을 찾는 국내 수요에 국내에서 세를 불리면서 한국 철강사들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이에 급변한 한국 철강시장의 상황을 짚어보고 철강업계의 생존방법을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철강 시장이 저가 시장과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및 일본 제품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고급 철강 및 특수강 시장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산 철강이 우위를 점하며 고수익 중심 시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세아베스틸 특수강 생산.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세아베스틸)
 
수출입 거의 없던 철근 시장…이례적인 중국산 수입 증가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철근 시장이다. 국내 철근 수요는 연간 생산량 1천만톤을 중심으로 그 이상이면 성장, 이하면 위축으로 판단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근 시장은 2021년을 정점으로 지난해와 올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2021년 1041만2000톤이었던 국내 철근 생산량은 지난해(999만톤) 4.1%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철근 생산량은 656만4000톤으로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철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철근 생산량이 줄었지만, 판매량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며 철근 시장은 공급이 우세한 시장으로 전환됐다. 국내 철근 판매량은 2021년 1030만7000톤, 지난해는 966만6000톤으로 6.2%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철근 판매량은 624만3000톤으로 생산량 대비 판매량은 95.1%를 기록했다. 올해 철근 시장 수요는 2021년(99%), 2022년(96.7%)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가 고금리 여파로 혹한기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부도 건설 업체 수는 6곳으로 이미 지난해(5곳) 수준을 넘어섰다.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싼 철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산 철근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올해 1~9월까지 20만3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8000톤)보다 28.4% 증가했다. 철근은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수출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내수 시장 위주의 구조가 형성돼 왔다.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중국산 철근 수입량이 국내 전체 철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증가폭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일본산 철근은 중국산에 밀려 지난해보다 수입량이 줄었지만, 여전히 중국에 이어 국내 철근 수입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철근 시장이 위축되면서 철근 제조사들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철근 제조사 매출은 일제히 줄어들었다. 국내 철근 제조사들은 오직 철근만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철근 수요 증감이 매출에 직결된다. 올해 상반기 한국철강 매출은 48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04억원)에서 8.5% 줄었고 대한제강 철근 매출은 올해 상반기 386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983억원)보다 35.4% 급감했다.
 
고급 철강과 특수강 시장은 여전히 한국산 인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과 일본산 철강이 철강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고급 철강과 특수강 시장에서는 한국산 철강이 내수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고급 철강은 한국산과 중국산 철강 가격이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수입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산 철강을 사용할 만한 이점이 없다는 게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고급 철강 쓰려면 한국산을 쓰지 중국산을 쓸 이유는 없다”라는 말이 통용된다고 전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산 고급 철강 제품은 톤당 90만~91만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중국산 고급 철강 제품 가격은 87만~88만원 수준이다. 톤당 가격 차이가 3만~4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통관에 드는 시간 및 신고절차,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산 고급 철강을 사용할 요인이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산 특수강도 수입산 급증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특수강 사업을 하는 세아베스틸과 세아제강의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의 연결매출은 올해 상반기 3조488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4060억원)에서 2.4% 증가했다. 철강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했다. 특수강은 자동차 부품, 선박 부품부터 수도관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특수강 시장은 대체재 여부로 시장을 구분할 수 있다. 자동차, 선박용 부품 등 수요처에서 별도의 품질을 요구해 대체재가 없는 기계 및 중장비 시장과 수도관, 파이프 등 대체재가 많은 건설토목 시장으로 나뉜다.
 
특수강은 완성차 제조사 등에서 별도로 품질에 대한 요구를 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중요하다. 즉 맞춤형 생산이 필요한 분야이며 수익성도 높다. 반면 대체재가 많은 수도관, 파이프 등 건설과 토목 분야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입량이 늘어난 특수강 제품은 특수강봉강이 유일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특수강봉강은 총 50만2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만1천톤)보다 56.6% 늘어났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산 특수강들이 특수강 시장의 핵심인 자동차, 조선, 산업기계 등 분야보다 수도관, 파이프 등 토목과 건설 분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산 특수강 수입 증가에 대해 “특수강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SPEC)을 충족하는 생산 기술이 경쟁력”이라며 "특수강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닌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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