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전장(전기자동차 부품)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장 사업은 수익 창출이 부진했지만, 최근 전장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전장 사업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기업들의 사업 현황 및 투자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LG전자(066570) 전장(VS: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본부가 출범 10년 만에 수주 잔고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했던 전장(VS) 사업은 최근 들어 효자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LG전자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장치), 차량용 램프 등 3가지를 주축으로 전장 사업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LG그룹 내에서도 LG전자·
LG이노텍(011070)·
LG디스플레이(034220)가 협업하며 전장 사업 시너지는 확대되고 있다.
전장(VS)본부, 출범 10년 만에 두각…인포테인먼트 1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 올해 상반기 전장(VS)사업 부문 매출은 5조51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전장 매출인 3조9082억원에 비해 29.3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33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3월 LG마그나 멕시코 공장 설비 확충에 936억원이 투입된 것이 일시적으로 반영되면서 상반기 영업손실은 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출범한 VS사업본부는 10여년 만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업손실률은 2018년 -2.79%, 2019년 -3.57%, 2020년 -6.33%으로 점차 확대되다가, 2021년 -12.97%로 최대치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률은 1.96%로 올라섰다.
VS사업본부 성장에는 전장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설비 투자가 주요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내비게이션 등)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장치), 자동차 조명 시스템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시스템 업체 ZKW를 인수하고, 2021년에는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e)파워트레인’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및 합작 투자로 몸집을 불렸다.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23.9%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2020년 21.2%, 2021년 24.2%, 2022년에도 23.3%로 1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 ‘메르세데스-벤츠 AG’에 플라스틱 올레드(P-OLED)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에도 플라스틱 올레드 기반 ‘디지털 콕핏’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 르노그룹, ‘GM’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포테인먼트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설 투자 지속…LG마그나 재가동에 하반기 실적 ‘파란불’
LG전자는 전장 부문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2019년부터 시설 투자액 증감은 있었지만, LG전자 사업영역에서 가장 주력으로 하고 있는 가전(H&A) 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시설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LG마그나는 한국 인천, 중국 남경, 멕시코에 이어 헝가리에 네 번째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2021년 전장 부문 설비 투자 규모는 4563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45.2% 증가한 66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전체 시설 투자 규모인 4조1682억원 중에서도 8600억원을 기록한 H&A 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올해 전체 시설 투자 규모는 5조3339억원으로 VS 사업 부문은 지난해 대비 20.7% 늘어난 799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이미 투자한 금액으로만 따지면 전장 부문 투자금액은 3421억원으로 H&A 부문 투자 규모인 2381억원을 앞서기도 했다.
멕시코 공장은 지난달부터 가동을 재개하면서 하반기 VS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는 VS 사업 부문에서 630억원가량 흑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ZKW는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 BMW의 대형 전기세단 ‘i7’,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의 럭셔리 SUV 모델 ‘레인지로버(Range Rover)’,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의 신형 전기차 C40과 XC40 등에 스마트 조명을 공급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주문이 이어지며 LG전자 VS사업본부는 연내로 수주 잔고 10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당시 수주 잔고(약 80조원) 비율에 대해 “인포테인먼트가 60%, 전기차 부품이 20%대 중반, 차량용 램프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8월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MID 2023'에서 LG디스플레이 김병구 오토 사업 그룹장(전무)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 3자 구도로 시너지
전장사업은 LG전자를 필두로 LG그룹 계열사에도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에서도 전장 부품을 함께 생산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전장 부문에서 흑자가 나며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기판소재, 전장부품 총 3개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전장부품은 모터/센서, 차량통신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장부품 사업부 매출은 2020년 9103억원, 2021년 1조623억원, 2022년 1조4463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3년간 LG이노텍의 매출이 늘면서 LG전자 실적에도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LG전자는 LG이노텍 지분을 40.8% 보유하고 있다. LG전자 부문별 실적에서 LG이노텍 매출은 2020년 9조6332억원, 2021년 14조9500억원, 2022년 19조59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LG이노텍 매출은 8조283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조655억원 대비 8.2% 증가했다.
아울러 LG전자가 매입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 부품의 주요 매입처는 LG디스플레이다. LG전자 VS본부에서 생산하는 AV, AVN용(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자재는 2020년 5978억원으로 전체 원재료 매입액 대비 17.7%를 기록했는데 2022년에는 9852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체 매입액의 19.3%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적으로도 해외 완성차 업체 고객사들과 디스플레이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 경영진과 차량용 OLED 협력 의논을 나눈 바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0%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김병구 LG디스플레이 오토 사업 그룹장(전무)는 '국제 정보 디스플레이 학술대회(IMID) 2023'에서 "2026년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매출 기준)을 달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OLED 분야에서 1위 사업자"라며 "LG디스플레이가 수주형 사업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수주형 사업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