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건설 대전환기)①'배터리'에 베팅하는 건설업계
SK에코플랜트, 미국 블룸에너지와 '연료전지' 점유율 확대
포스코이앤씨, 포스코그룹 계열사들과 '2차전지' 시너지 노림수
공개 2023-10-19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8:4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기점으로 한층 더 움츠러든 건설경기에 국내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 찾기’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친환경’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단순히 신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친환경 건설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IB토마토>는 이 같은 건설업계의 변화에 발맞춰 주요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 진행 상황과 함께 이 사업들이 향후 각 건설사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건설업계가 ‘배터리’를 친환경 신사업으로 점찍고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해외 연료전지 기업과의 합작으로 직접 생산에 나서거나 배터리 관련 계열사가 있는 그룹 내 건설사는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실제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이앤씨 등은 각각 연료전지, 2차전지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블룸에너지 등에 업은 SK에코플랜트…북미·유럽시장 잇단 ‘노크’
 
SK에코플랜트와 미국 수소연료전지 제조기업 블룸에너지가 합작해 만든 블룸SK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제조공장 전경.(사진:SK에코플랜트)
 
SK건설 시절부터 친환경 사업 행보를 본격화한 SK에코플랜트는 연료전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 수소연료전지 제조사인 블룸에너지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국내 독점 공급권 계약을 맺으며 협력을 시작한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합작법인(JV)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싱가포르 데이터센터에 SOFC를 공급·설치하는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중국의 데이터센터 개발·운영 기업인 GDS가 싱가포르에 구축하는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시스템의 SOFC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또한 블룸SK퓨얼셀은 지난 2020년 경북 구미에 SOFC 제조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국내 SOFC 수주 규모는 약 380MW에 달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분 49%를 보유한 합작법인 외에 블룸에너지의 지분도 직접 취득하며 북미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날 기준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블룸에너지 지분은 10.5%로 최대주주다. SK에코플랜트는 블룸에너지에 현재까지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2021년 30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올해 3월 SKS PE와 함께 각각 약 2100억원, 총 42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 결과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회사는 연료전지 사업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진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에너지 사업 매출은 6919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3조9273억원)의 18%를 기록했다. 에너지 사업에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염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SK에코플랜트는 환경 및 에너지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인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사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높은 진입장벽과 양호한 수익성을 시현하는 사업이 추가되면서 건설업 영위에 따른 고유위험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에코플랜트와 블룸SK퓨얼셀, 블룸에너지는 각각 SOFC 생산과 공급부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블룸에너지는 올 들어 영국과 독일에서 각각 SOFC 공급계약을 맺으며 이들 국가 진출을 본격화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병원 등 중소규모부터 대규모 발전용 연료전지까지 연료전지 기반 전력공급 솔루션 경험을 두루 갖춘 만큼 다양한 상업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블룸에너지는 물론 국내 기업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을 선점하며 수출에도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2차전지 플랜트' 스페셜리스트 노리는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 포스코이앤씨 사옥.(사진: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2차전지 공급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올해 ‘2차전지 열풍’을 이끈 포스코퓨처엠(003670), 포스코엠텍(009520), 포스코DX(022100),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등 주요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위해 건설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 역시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7월 철강, 수소, 2차전지 소재 등 ‘7대 핵심사업’을 제시하고 ‘친환경’을 향후 사업의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다. 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리튬 생산능력 42만3000톤, 고순도 니켈 24만톤을 확보하고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 100만톤, 음극재 37만톤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에 포스코이앤씨 역시 지난 9월 기존 플랜트·인프라·건축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에코비즈·어반비즈 등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005490)A&C 등 계열사·자회사와 협력해 음극재 생산 공장 건설에 설계·구매·시공(EPC) 역량을 집중하며, 양극재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포스코퓨처엠과 협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는 연간 9만톤 규모 양극재 생산 공장인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서 양극재 2·3·4단계 공장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양극재 생산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세종시 첨단산업단지에는 연간 2만톤 규모 천연음극재를 생산하는 2-1단계 공장을 준공했고, 현재는 연간 2만5000톤 규모 2-2단계 공장 증설공사를 수행 중이다. 세종시 공장 증설 공사가 완료된다면 이 공장에서는 연간 4만5000톤의 음극재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포스코이앤씨의 2차전지 등 친환경 사업은 당장 실적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별도 기준 포스코이앤씨 매출의 42.7%(1조9892억원)는 국내 건축부분에서 나왔다. 국내 플랜트부문에서 26.5%(1조2319억원), 인프라부문에선 11.4%(5317억원)의 매출이 각각 발생했다. 최근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플랜트부문 내 이차전지 영업부문도 지난해 연말께 신설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포스코이앤씨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그간 포스코그룹의 발주 축소로 감소했던 플랜트부문 매출이 포스코, 포스코에너지 등의 투자규모가 확대되면서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사업 투자 등과 관련한 계열 공사를 바탕으로 플랜트부문에서 연간 1조원 내외의 계열 매출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 계열사들과 에너지 플랜트 EPC 역량을 강화해 그룹의 2차전지 산업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리튬 추출 신공법 개발과 신사업 상품별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등 2차전지 관련 차세대 기술 개발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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