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수 년째 ‘매각설’이 돌고 있는
진흥기업(002780)이 최근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지속하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에 최대주주인 효성중공업이 어려운 건설업황 속 견조한 실적과 재무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진흥기업의 지분 매각에 나설지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흥기업이 시공 중인 인천광역시 부평구 소재 부평4구역 재개발 사업지 전경.(사진=진흥기업)
견조한 실적 성장·높은 재무안정성 '부각'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흥기업은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 3249억원, 영업이익 25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상반기 대비 각각 15.0%, 1.8% 증가했다.
올해 공공 공사와 민간 공사에서 매출이 고르게 성장하며 이 같은 실적 상승세를 이끌어 냈다. 민간 건축공사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한 2133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공공 토목공사 매출도 12.1% 늘어난 462억원을 기록했다. 공공 건축공사에서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한 6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매출처 중 60% 이상이 민간 건축공사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른 원가율 방어가 어려웠다”면서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만으로도 건설사로서 올 상반기를 잘 버텨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진흥기업의 매출원가는 2899억원으로 89.2%의 원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말(88.6%)과 12월 말(88.3%) 대비 소폭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이는 원가율 방어에 실패하면서 원가율 90%를 넘어선 다른 건설사와 대조된다.
우수한 재무안정성도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진흥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39억원으로 지난해 말(928억원) 대비 44.2%나 늘었다. 유동자산은 3723억원을 기록하며 유동비율 231.8%로 양호한 상태다.
진흥기업의 재무안정성 관련 지표는 워크아웃이 종료된 2019년부터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유동비율은 △2019년 146.9% △2020년 149.4% △2021년 191.6% △2022년 221.0 △2023년 6월 231% 등 매년 상승하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2019년 234.5%에서 2020년 138.1%로 대폭 개선된 이후 올 상반기에는 95.6%로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발표된 2023년 시공능력평가에서는 47위(젼년 52위)를 기록하면서 7년 만에 50위권에 재진입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최대주주 효성중공업 지분 매각설 5년째 ‘솔솔’
효성그룹은 지난 2008년 조현준 회장 주도로 931억원을 투자해 진흥기업을 인수했다. 건설업 확장 시너지를 위한 노림수였다. 그러나 경영 악화로 인한 자본잠식에 빠지며 진흥기업 채권단은 2011년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효성그룹과 채권단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 등으로 2018년 말 워크아웃 절차를 종료하며 경영정상화 행보를 시작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진흥기업 경영권은 48.2% 지분을 보유한
효성중공업(298040)이 갖고 있다. 또한 효성중공업 최대주주는 32%를 보유한
효성(004800)이다. 워크아웃 종료 이후부터 진흥기업 지분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효성중공업과 채권단 간 의견차 등으로 현재까지도 ‘설’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한국산업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서울상호저축은행 등으로 구성된 진흥기업 주주협의회는 진흥기업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이들은 모두 지분매각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흥기업 지분은 최대주주 효성중공업과 기타 주주(50.98%)가 갖고 있다. 효성중공업 지분 매각 여부에 IB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효성중공업의 진흥기업 매각설은 매년 제기되고 있지만, 효성중공업은 매번 이같은 ‘풍문’에 대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공시를 통해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하거나 확정된 사실이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를 하게 돼 있어 효성중공업은 올해 9월27일까지 총 7차례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특히 최근까지 실적과 재무상태가 개선되면서 이 같은 매각설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공시를 통해 밝힌대로 진흥기업의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면서 “효성과 효성중공업 등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도 현재로선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