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적자 여파…모회사 450억원 규모 긴급 자금지원 수혈매출보다 많은 판관비…동급 증권사 대비 매출은 20분의 1 수준더딘 사업확장…미래를 위한 투자일까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인터넷 전문 증권사로
카카오(035720)에서 야심차게 설립한 카카오페이증권이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립 초기 예상과는 다른 적자행진으로 카카오페이는 모회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야 했다. 경쟁사보다 많은 판관비 지출이 적자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더불어 주력 사업인 위탁매매 부문과 기업금융 어느 것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어 카카오페이증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점점 멀어지는 카카오페이증권 홀로서기
서울 여의도 카카포페이증권 본사 (사진=카카오페이증권)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9월21일 이사회를 열고 모기업인 카카오페이로부터 450억원 규모의 자금차입을 결정했다. 만기일은 내년 6월30일로 이자율은 연 4.6%다. 차입목적에 대해 카카오페이증권 내부 사업 확장 준비를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기차입금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번 자금차입으로 단기차입금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18.45%가 됐다.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의 30% 수준이 적정 수준으로 여겨져 아직까지는 큰 부담이라 할 수 없으나 계속되는 사업 부진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상반기까지 카카오페이증권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55억원, 2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8%와 3.3%씩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매출액이 378억원으로 24% 증가하고, 수탁수수료 수익도 31억원으로 1억9000만원대였던 전년 대비 16배 이상 증가했으나 결국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하반기 실적에서 큰 반전이 없는 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설립 이후 △2020년 68억원 △2021년 170억원 △ 2022년 480억에 이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 설립 초기 핀테크 금융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문제는 비용 관리…매출액보다 많은 판관비
지난 2020년 카카오페이증권의 설립 당시만 해도 카카오페이증권은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국민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활용한 카카오페이증권 사용자 확대 전략은
키움증권(039490)과 같은 브로커리지 강자와 핀테크 선배 기업 토스증권을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설립 이후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홀로서기에 실패한 카카오페이증권에겐 시장의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앞선다.
근본적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의 지속적인 적자의 이유는 비용관리 실패가 주된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초기인 만큼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업확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증권의 한해 지불하는 비용 내역을 살펴보면 사업지속성에 의문이 들게 한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의 2022년 기준 영업수익은 626억원에 영업비용으로는 1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비용 중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하는 것은 판매관리비 명목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해 해당 명목으로 876억원을 사용했다. 판매관리비가 매출보다 많은 상황으로 판관비로 분류된 항목별로 살펴보면 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의 인건비가 385억원을 기록했고 전산운영비가 184억원으로 뒤를 따랐다.
2022년 기준 카카오페이의 자본과 부채를 합산한 자산총액은 6920억원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로는 2022년 기준 6169억원을 기록한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이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 1조3486억원, 영업이익 417억원, 당기순이익 297억원을 기록했다.
판관비와 관련해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22년 1조3068억원의 영업비용 중 판매관리비로 1700억원을 사용했다. 이중 급여와 퇴직금과 같은 인건비가 1008억원으로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했고 그 외 세금과공과금 항목이 180억원으로 뒤를 따랐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 리테일이 사업의 상당부문을 차지하지만 전산운영비는 101억원에 그쳤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1분기보다 늘어났지만 국내주식 시장 점유율이 낮고 시버트 파이낸셜 인수로 해외주식 수수료를 낮추며 수수료손익 증가가 제한적이다"라며 "MTS관련 프로모션 비용이 집행 된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비용은 그대로인데…더디기만 한 사업확장
적자 개선을 위해 카카오페이증권은 사업 확대에 힘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카톡 내 주식거래 서비스도 출시 이후 이용자들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사진=카카오페이증권)
지난 7월11일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톡에서 간단하게 주식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카카오페이 앱으로 이동해서 주식을 주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카카오톡에서 시세 확인부터 체결 완료 확인까지 가능하다. 종목에 대한 거래도 가능하다. 현재 지정가와 시장가로 주식 구매·판매·전체 취소 주문을 카카오톡 안에서 할 수 있다. 한국 정규장뿐만 아니라 미국 프리마켓·정규장, 애프터마켓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출시된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기대의 못미치고 있는 듯 하다. 카카오페이 앱스토어 사용자 평가 게시판에 개재된 카카오페이증권 관련 리플에선 "생각보다 불안정한 서버망"과 "보조지표 기능도 부족하고 타 증권사 앱 대비 다소 복잡한 앱 구성으로 혼란스럽다는 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실제 지난달 8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증권사 온라인 거래 장애 건수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8곳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산 오류 사고 총 55건 중 카카오페이 증권은 6건으로 토스증권 9건, 신한투자증권 7건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의 서비스 초기 안착비용은 그 효과가 실제 가시적인 매출증가와 서비스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페이증권도 현재 비용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강변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비용은 사전 시스템도 개발과 인력 충원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이다"라며 "카카오페이와 시너지뿐만 아니라 카카오톡과의 연계도 강화해 서비스 구축에 주식거래 전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