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합종연횡을 이어가던 금융권의 토큰증권(ST Security token)시장 경쟁에서 대어급 증권사들의 연합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현행 법률에 따른 ST의 첫 거래서비스도
키움증권(039490)을 통해 시작됐다. 하지만,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더디게 추진하고 있는 제도적 보완이 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어들의 연합이 시장에 미칠 영향
(왼쪽부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사진=KB증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7일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은 토큰증권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로 각 증권사는 토큰증권 공동 인프라 구축과 분산원장 검증, 토큰증권 정책 공동 대응과 업계 표준 정립, 토큰증권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과 유통 시너지 사업모델 발굴 등에 관해 협력할 계획이다.
MOU에 참여한 증권 3사는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같은 결정은 시장 안정까지의 비용 절감 문제 때문이다. 앞서 증권사별로 토큰증권 시장 진입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인프라 구축과 발행, 토큰증권의 기초자산이 될 상품군 확보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기존 진행 사업별 이슈에 운영 여력이 묶여 증권사별 STO 사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실제 KB증권은 토큰증권 협력체인 'ST오너스'를 구성해 토큰증권 인프라 표준화를 노렸고, 신한투자증권은 연초 개념검증(PoC)을 통해 토큰증권 발행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을 테스트하는 금융사·기술사·발행사 생태계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한 바 있다. NH투자증권도 연초 조각투자사업자와 기초자산평가업체 등이 포함된 협의체 'STO비전그룹'을 구성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업 가시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번 MOU는 자산규모 순위 10위권내 대형 증권사 3곳이 힘을 모은 것이기에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안착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심수빈 KB증권 연구원은 "발행과 유통의 분리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각각의 주체들은 시장 초기 단계에서 사업의 중점을 어디에 둘 지 선택해야 한다"면서 "규제의 불확실성이 더 완화돼야 추가적인 협의체 구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률 조건에 따른 첫 거래 서비스 개시
토큰증권 시장에서 공동 플랫폼만큼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는 것이 토큰증권의 실제 거래 가능성이다. 키움증권이 처음으로 음악 저작권 수익증권에 대한 계좌도입을 완료하면서 이 같은 실거래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사진=키움증권)
최근 키움증권은 뮤직카우와 음악 수익증권 발행·고객 실명계좌 도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이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음악 수익증권은 전자증권법에 따른 전자등록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의 수익권을 표시하는 수익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음악의 저작재산권에 대해 관리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해 거래가 가능하게 했다. 이전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으로 거래되던 1084곡을 음악 수익증권으로 전환 발행을 완료했다.
이번 키움증권의 음악 수익증권의 발행과 유통 시도는 현행 법률에 따른 첫 거래 시도라 의미가 깊다.
전자증권법 19조에 따르면 증권사, 신탁운용사, 한국은행, 은행, 보험사 등이 가능한 계좌관리기관은 △ 분산원장 업무 요건을 충족하고 △권리자정보와 거래정보를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사후 조작·변경을 방지해야 하고 △금융기관과 같은 발행인과 관련없는 계좌관리기관이 참여해 분산원장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외 법조인, 증권사무 전문 인력, 전산 전문 인력이 각각 2명 이상이 있어야 하며 투자계약증권 발행량에 비례한 기금을 적립해야 하고 총량관리 정보를 전자등록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에 통보해야 한다.
키움증권의 이번 음악 수익증권 거래 개시는 발행사(뮤직카우)와 계좌관리기관(키움증권)이 협업해 법률 조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뮤직카우와 협업하여 음악 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수익증권 서비스를 출시했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업체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하고 향후 토큰증권으로의 확장에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자존심까지 굽히게 한 성장성...그러나 더딘 제도화
각자의 영역에서 좀처럼 협업하는 경우가 없고 사내 기술력과 정보에 민감한 증권사들이 각사의 자존심까지 굽히며 협업에 나선 것은 토큰증권이 갖는 미래 성장성 때문이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내년 34조원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토큰증권의 시장 규모는 관련 법제화가 완비되는 2024년 34조원을 시작으로 오는 2028년에는 233조원 규모로 성장해 국내 GDP의 9.4% 수준에 도달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STO의 주 사업영역으로는 주식과 부동산 등 기존 금융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고, 중장기적으로는 STO 관리나 보험 등의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듯 금융가의 토큰증권 사업은 점점 구체적인 안착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까지는 더뎌 시장에선 조속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STO의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발표하고 국내 토큰증권발행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6월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국회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7월에는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그 이후의 진척 상황은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토큰증권 시장은 신흥 중소 업체에게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쟁점사항은 과감하게 하위법령으로 위임해 탄력적인 규제체계를 구축하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