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함에 따라 건설업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도 당분간 잠잠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메마른 유동성과 함께 과도한 PF 보증액을 보유해 신용등급이 강등된 롯데건설,
태영건설(009410) 등 주요 건설사들은 이번 대책으로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대책이 PF 부실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없는 ‘미봉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건설사들의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숨통을 틔워 주는 차원의 정책인 탓에 금융·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악화된다면 또 다시 위기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해 상세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중 PF대출 보증 확대·정상화 지원 내용이 PF 보증 규모가 과중한 건설사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정상 사업장의 PF대출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심사기준 등을 대폭 개선키로 했다. 기존 15조원이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PF대출 보증 규모가 25조원으로 확대되고,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의 경우 원활한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사업성을 제고하며 신규자금 유입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는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및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PF 우발채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포함된 만큼 건설사들에게 실질적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및 신규자금 유입 지원으로 ‘PF 재구조화’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관측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PF 보증 규모를 25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PF의 '동일 조건 자동연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또한 PF 차환 단계에서 건설사들의 부담을 일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건설·태영건설, ‘위험 PF’ 비중 상위권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태영건설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 대비 주의·위험 PF 보증액 비율은 183.7%로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도급사업 PF 보증액 1조원 이상 건설사 중 가장 높았다. 롯데건설 역시 이 비율이 146.3%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한신평은 PF 리스크를 양호·주의·위험 등 세 가지로 위험성을 분류했다. 착공 현장의 경우 분양률 75% 이상을 양호, 분양 기타·주거 외 현장을 주의, 분양률 75% 미만 현장을 위험으로 평가했다. 미착공 현장은 지역별, 사업 종류별로 나뉘는데 인천·경기, 지방의 준주거시설과 지방의 상업시설 등 기타 시설에 위험 등급이 부여된다.
앞서 태영건설과 롯데건설의 경우 단순히 PF 보증 규모만 큰 것이 아닌, 자기자본에 비해 PF 리스크가 큰 현장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한신평이 평가한 PF 보증액 1조원 이상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태영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인데 이 중 태영·롯데건설을 제외한 3개사의 해당 비율은 9.5~20.0% 수준에 불과했다.
먼저 한신평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올해 8월 말 연결 기준 도급사업 PF 보증액은 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을 포함해 약 5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77%가 미착공 현장 관련 보증이다. 향후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분양 실적이 부진할 경우 PF 상환 부담이 롯데건설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롯데건설은 기존 PF 우발채무의 본PF 전환, PF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우발채무 감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최근 광주광역시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민간사업시행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은 최근 이 사업에 약 1조원대 PF 조달을 마쳤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앞서 이 사업 특수목적법인(SPC)과 총 7000억원 규모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사업의 본PF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짐에 따라 롯데건설의 자금보충 의무가 해소된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 5295억원 규모의 본PF 전환을 성사시킨 것에 이어 연달아 큰 성과를 거둔 만큼 앞으로 회사의 신용등급 향상 등 점진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8월 말 연결 기준 도급사업 PF 보증 규모는 2조8000억원 수준이지만, ‘실질적 자체사업’인 자회사 차입금에 대한 PF 보증을 포함한 별도 기준 보증액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태영건설에 대해 “PF 차환 과정에서 발행금리가 여전히 10%를 상회하고 있고, 최근 금융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일부 현장의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는 등 어려운 조달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도급사업 PF 보증 중 미착공 현장이 39%를 차지하고 있으며 착공 PF 중에서도 아직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현장이 산업단지, 물류센터 등 비중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주택시장 활성화 없다면 더 큰 PF 위협 올 것”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이 PF 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부실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는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건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PF 보증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정주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의 새로운 지원책은 ‘민관합동조정위원회’를 만들어 건설사업의 PF 보증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것인데, 이는 민관 합동 사업에만 적용된다. PF 리스크가 가장 큰 부문은 민간사업”이라며 “민간사업의 경우 기존 시행 중인 대주단협약의 운영을 지속한다는 것뿐인데, 대주단의 지원 규모 변화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견·중소건설사가 맡은 비주택 부문 본PF 사업장은 대부분 채무인수 협약이 맺어져 있는데, 이번 대책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라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가 불안해 단기적으로 끝날 수 있다.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채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진다면 현재의 PF 보증 리스크는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