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해지리스크(대량해지 위험) 재보험 출재로 신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 하락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방법 외에 또 다른 수단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대형 생명보험사가 관련 협약을 선제적으로 진행한 가운데 다른 보험사도 뒤따라 관심을 보이며 활용도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K-ICS 제도서 형성된 해지리스크…재보험으로 위험 전가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지리스크에 대한 재보험 출재가 K-ICS 비율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부각되고 있다. 해지리스크는 보험계약자의 옵션행사율(해약율·중도인출율·연금일시금전환율 등) 변동이나 보험계약 대량 해지로 자기자본 가치가 감소하는 위험을 뜻한다.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제도가 기존 RBC 체계서 K-ICS로 변경되면서 새롭게 형성됐다.
지급여력제도는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 대비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해당 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 규모를 늘리는 방안이 있는데,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권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 여기에 속한다.
반대로 분모인 요구자본 크기를 낮추는 방향도 있다. 요구자본에서 측정하는 위험은 △생명·장기손해보험리스크 △일반손해보험리스크 △시장리스크(금리리스크 포함) △신용리스크 △운영리스크 등이다. K-ICS 체계서는 보험리스크 내 하위 항목으로 △장수리스크 △해지리스크 △사업비리스크 △대재해리스크 등이 추가됐다.
요구자본 위험액은 보험사의 보험영업이나 외부의 시장 환경에서 파생되는 만큼 그 규모를 조정하기 쉽지 않다. 해당 위험을 재보험으로 돌리는 이유다. 재보험은 보험사(원수사)가 인수한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사(국내외 재보험사)가 다시 인수하는 개념이다. 원수사가 특정 리스크를 재보험사에 전가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적용(3분기 실적부터 예정)이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와 같은 경제적 가정의 변동(내년부터 순차 적용)으로 K-ICS 비율 하방 압력이 거세진 상황이다. K-ICS 수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부각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홍재
현대차증권(001500) 애널리스트는 "가장 우려를 모았던 연말 K-ICS 비율도 해지리스크 출재 등으로 그 하락 폭이 축소될 공산이 커졌다"라면서 "이는 보완자본 조달보다 원수사 입장에서 유리한 방안으로 판단되는데, 계약 기간이 1년 정도이고 경우에 따라 출재 후 한도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출재로 10%p 효과 본 한화생명…동양생명·현대해상 진출 전망도
일부 생명보험사는 이미 해지리스크에 대한 재보험 출재 전략으로 K-ICS 비율 하락을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한화생명(088350)의 경우 지난 2분기 K-ICS 비율이 180% 정도인데 여기서 해당 출재 효과가 약 10%p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 업계에 의하면 한화생명은 지난 2분기 기업설명회(IR) 당시 K-ICS 변동 요인으로 대량해지위험 8000억원가량을 재보험 출재하면서 해당 비율을 위 수치만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는 지난 4월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 상환에 따른 10%p 하락,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유입으로 인한 5%p 상승 등이 언급됐다.
향후 자본확충 방안으로 신종자본증권 등 추가적인 자본성증권 발행 예정은 없지만 대량해지위험 재보험은 검토할 수 있다는 게 한화생명 측이 밝힌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대형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도 대량해지 위험을 재보험사에 출재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6월 외국계 재보험사인 뮌헨리(Munich Re)와 관련 협약을 맺었다. 교보생명은 K-ICS 비율이 지난 1분기 기준 232.4% 수준으로 높게 나오지만 경과조치 효과를 제외하면 156.0%로 떨어진다.
이외
동양생명(082640)이 올해 하반기 대량해지 위험에 대한 재보험 출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다른 대형 생명보험사들과 달리 장기 고금리확정형 비중(13.2%)이 높지 않지만 지난해 말 저축성보험을 다수 판매하면서 요구자본이 늘어난(운영리스크 증가) 부분이 있다.
손해보험 업계서는
현대해상(001450)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현대해상은 2분기 K-ICS 비율이 185.4% 수준이나 지난 8월 만기가 도래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상환에 따른 부담이 있어서다. 또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높은 탓에 오는 3분기부터 적용되는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CSM과 자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재보험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량해지 재보험은 금융재보험의 일종인데, 현재 관련 시장 전반적으로 진행 중인 사안들이 몇몇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