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위한 중간 배당 정책…지난해 이어 올해도 무산배당 수익도 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4% 감소힘 잃은 롯데그룹 캐시카우…지주 배당 지급 반 토막
롯데케미칼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연결 기준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해외 대규모 증설, 타법인 인수 비용 등 투자가 이미 진행중이어서 차입 부담도 확대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캐시카우 및 롯데그룹의 지원 주체 역할을 해왔으나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계열사 신용등급의 연쇄 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IB토마토>는 현재 롯데케미칼의 재무현황과 전망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경영악화 지속으로
롯데케미칼(011170)의 배당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야심 차게 발표했던 중간배당도 2년째 취소되면서 허울만 남게 됐다.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실시됐지만, 올해 턴어라운드 여부가 불투명하고 차입 규모도 더해져 배당 정책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배당현황(사진=롯데케미칼)
중간 배당 내세웠지만…지난해 이어 올해도 무산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지난 주당 배당금은 3500원으로 2021년 8300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경영 악화로 별도 기준 31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3월 119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롯데케미칼의 배당 행보는 주주 달래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월 주주환원 정책으로 중간 배당을 내세웠다. 배당 안정성과 장기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그러나 실적 악화로 인해 중간 배당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인수 비용 발생, 롯데건설에 자금을 대여하는 등 주주들의 우려가 확대되자 기말 배당이 불가피했다는 해석이다.
올해 상반기까지의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별도기준 20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올해에도 중간배당을 실시할 수 없었다. 기껏 내세운 중간 배당 정관이 무색해졌다.
배당수익 전년 동기 대비 61.4% 감소…당기순손익에 악영향
롯데케미칼의 배당여력은 전방위에서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 별도 당기순이익은 1311억원으로 전년보다 22.1%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물론이고 영업외손익이 지난해보다 악화되면서 지표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배당금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영업외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지난해 상반기 롯데케미칼에게 1277억원의 배당수익을 챙겨줬던 LC타이탄(말레이시아 법인), 롯데케미칼 트레이딩 상하이 법인, 롯데케미칼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자싱 법인으로부터의 배당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LC타이탄과 EP 자싱 법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기순손실을 이어가는 영향으로 보인다. 상하이 법인의 경우 순이익이 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 수익도 올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2021년과 2022년 180억원 이상을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해 왔지만, 올해는 감감 무소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여전히 과중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인한 사업 및 재무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롯데건설의 PF 보증금액은 상반기 기준 6조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기업인 롯데엠시시와 한덕화학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은 각각 55억원과 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1%, 45.5% 줄었다. 롯데엠시시와 한덕화학 모두 영업이익 및 반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이익 규모가 줄어든 탓이다.
그나마
롯데정밀화학(004000)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이 393억원으로 약 2배 늘었고, 독일 법인 역시 약 68억원을 롯데케미칼에 지급한 데 이어 파키스탄법인 매각으로 212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올해 상반기 배당금 수익은 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4% 감소했다.
롯데지주 배당금 수익 29.0% 감소…힘 잃은 롯데그룹 캐시카우
롯데케미칼의 턴어라운드 시점은 불투명하다. 영업외수익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올해도 당기순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과 재무부담이 겹치면서 18일 종가 기준 주가는 지난해 말 종가(17만8500원)에 비해 19.2% 낮은 14만4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주가가 큰 변동이 없고, 올해 초에 실시한 배당정책을 유지할 경우 약 952억원의 배당금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상반기 개별 기준 4조37억원의 순차입금 규모와 2223억원의 상각 전 이익(EBITDA) 규모를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미 롯데케미칼 주주인
롯데지주(004990)(25.31%), 롯데물산(20.00%), 롯데홀딩스(9.19%)에게 지급한 배당금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307억원, 240억원, 112억원을 지급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57.8% 감소한 수치다.
특히 롯데지주의 경우 지난해 별도 기준 배당금 수익이 1470억원이었는데, 이 중 롯데케미칼의 배당금 비중이 49.5%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배당금 수익은 1043억원으로 29.0%가 줄었고, 롯데케미칼 배당금 비중도 29.4%로 쪼그라들었다.
롯데쇼핑(023530)과
롯데칠성(005300),
롯데웰푸드(280360) 배당금이 증가한 건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계열사들에게 부담을 전가한 셈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당 정책은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올해 경영 현황이나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