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주택사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대우건설(047040)이 안정적인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무궁화신탁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적극성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타 대형건설사들이 건축·토목 외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대우건설은 기존 회사가 보유한 핵심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향후 성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대우건설 사옥.(사진=뉴시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액 5조3153억원 가운데 주택건축부문에서 69.9%인 3조7194억원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이같은 주택사업 비중은 경쟁 건설사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또래(Peer)그룹에 속한
DL이앤씨(375500)의 경우 총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별도 기준 64.7%이고, 포스코이앤씨도 48.0%에 불과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7383억원) 대비 2.9% 증가했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중흥그룹에 인수된 원년에 기록한 호실적이어서 향후 실적에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러나 올 들어 원가율 상승으로 주택사업 실적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주택건축부문 영업이익률은 5.0%로 전년 동기(6.7%)에 비해 1.7%포인트 감소했다.
대우건설-무궁화신탁 시너지 기대감 증폭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은 최근 무궁화신탁의 지분 2.2%를 사들였다. 매입 규모는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무궁화신탁은 기존의 부동산신탁사업 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현대자산운용, 케이리츠투자운용, 무궁화캐피탈 등 금융사들과 벤처캐피탈(VC)인 송현인베스트먼트까지 거느린 종합 부동산금융그룹이다.
대우건설은 무궁화신탁과 서울 강남과 경기 용인시에서 각각 데이터센터 조성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고, 북미 부동산 개발사업에서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가 예상하는 두 기업간 가장 큰 시너지는 ‘도시정비사업’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정비사업 부문에서 역대 최대 실적인 5조2763억원의 수주고를 올렸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삼익파크아파트 재건축(계약금액 4746억원), 의왕오전다구역 재개발(4001억원) 등 두 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수주 부진도 신탁사를 통한 정비사업 수주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반대의 입장이지만 사모펀드인 키스톤에코프라임을 통해 동부건설을 인수한
한국토지신탁(034830)(한토신)의 경우 한토신이 신탁을 맡은 개발사업, 도시정비사업 등의 시공사로
동부건설(005960)이 선정된 사례가 많다”라며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신탁사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대우건설이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무궁화신탁 관계자도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우건설과의 협력 관계 구축은 ‘리딩 부동산 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무궁화신탁의 정비사업 개발 역량과 대우건설의 시공 역량, ‘푸르지오’ 브랜드 파워가 합쳐진다면 정비사업 시장에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주택시장…‘내실 강화’ 절실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은 전국에서 주택 7000여가구를 분양하며 3조71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3조1063억원)보다 19.7% 증가하며 높은 주택 공급 실적을 보였다. 대우건설은 올해 연말까지 1만8000여가구 분양을 목표로 잡고 있어 올 하반기 더욱 적극적인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올 상반기 분양시장이 여전히 침체 분위기임을 감안할 때 대우건설의 주택 공급 실적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공급을 앞둔 물량도 현재 계획상 무리없이 소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적극적인 주택 사업 진행을 위한 수주 저변 확대와는 별개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는 주택부문 영업이익률은 개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2021년 12월 말 별도 기준 12.2%였던 대우건설 주택건축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6.7%로 크게 떨어진 이후 지난해 말 12월 말 5.8%, 올해 상반기 5.0%로 매 반기마다 하락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무궁화신탁 지분을 취득하며 사업에 대한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단기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는 정비사업 등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 분양을 목표로 한 1만여가구는 인허가 등 변수가 없다면 모두 완료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