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신약, 윤석근 회장 1인 체제 굳히기…창업주 별세 후 '속도전'
최근 각자 대표 맡았던 차남 사임…윤 회장 1인 대표 체제
윤 회장, 올해 초 지분율 2배 확대…가족 경영에서 1인 경영으로
공개 2023-09-11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7:1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일성신약(003120)이 창업주 윤병강 회장 별세 후 2세인 윤석근 회장 체제로 새롭게 개편되는 모습이다. 윤병강 회장 시절에는 가족 간 지분율도 비슷했고, 2세인 윤 회장과 3세인 윤종욱 이사가 각자 대표를 맡는 등 가족 경영을 표방했다. 그러나 창업주 별세 후 윤 회장은 바로 지분율을 2배 가까이 늘렸고, 차남인 윤종욱 이사가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1인 독주 경영체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일성신약 전경.(사진=일성신약)
 
지분 늘리고, 아들 내치고…1인 독주 체제 굳히기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성신약은 최근 윤석근·윤종욱 각자 대표 체제에서 벗어나 윤석근 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일성신약은 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차남인 윤종옥 이사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명실상부 1인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모습이다.
 
윤 회장의 독주 체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올해 2월 8.44%였던 지분율을 한번에 15.6%까지 끌어올렸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일성신약의 주식 19만주(7.15%)를 윤 회장 개인이 216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5월 회장에 오른지 10개월 만이고, 특히 지난해 9월 아버지인 창업주 윤병강 회장이 별세한지 5개월 만이다. 그런 후 최근에는 2019년부터 윤 회장 자신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았던 차남까지 대표 자리에서 사임한 것이다.
 
윤 회장이 지분율을 늘린 것은 가족 간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의 기존 지분율(8.44%)은 특수관계자인 이복동생 윤형진씨(8.03%), 친동생 윤덕근씨(4.15%)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지분 확대로 격차를 벌려 놓았다. 세 번째로 지분율이 높은 석산디엔피(지분율 5.29%)도 윤 회장의 소유로 사실상 20%이상이 윤 회장의 지분으로 경영권 방어를 확고히 하고 있다.
 
아울러 윤 회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해 올해 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했다. 황금 낙하산이란 '적대적인 기업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경영진이 퇴직할 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는 전략'이다. 일성신약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통해 '대표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하여 실직하거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 회사는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 150억원을 퇴직 후 7일 이내에 지급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만들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2월 지분율을 일시에 늘리고, 이후 3월 주주총회에서 이런 정관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어떤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의 이복동생과 친동생 등 윤씨 일가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분율을 늘리고 이런 정관을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금융당국 제도 개선 이슈도 지분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상장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사주 비율을 1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성신약 자사주는 44.25%에 달한다. 30%가 넘는 자사주가 시장에 풀릴 경우 윤 회장의 경영권 방어 전략이 무너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자 경영 4년 만에 윤종욱 이사 사임…윤종호 상무이사 이어가나
 
여기에 윤 회장 차남인 윤 이사가 최근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면서 윤 회장 1인 독주 체제가 더욱 확고해지는 모습이다. 윤 이사는 2019년 윤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부자 경영 체제에 서막을 올렸다. 그러나 윤 이사가 취임된 2019년부터 영업손실로 돌아섰고,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올해 다시 마이너스(-) 전환되면서 악화 폭이 커졌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2분기까지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11억원)보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19억원, 2021년 18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13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일성신약이 하반기에 대규모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역대 최대 손실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원인은 원가율 하락이었지만, 올해는 원가율이 더 하락했음에도 영업손실로 돌아선 것이 눈길을 끈다. 실제 일성신약의 원가율은 지난해 반기 57.01%, 올해 반기 48.47%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실적 하락이 윤 이사의 대표이사 사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윤 회장도 같은 시기에 각자 대표를 맡았다는 점에서 실적 하락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이 때문에 실적 하락을 이유로 윤 이사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 회장 장남인 윤종호 이사가 올해 상무이사로 승진하면서 새로운 부자 경영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들들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되기 때문이다. 다만, 창업주 별세 이후 1인 독주 체제를 확립한 윤 회장이 당분간 단독 대표로 회사를 이끌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B토마토>는 일성신약 측에 퇴직 급여 증가와 경영 체제 등과 관련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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