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생존 전략 기초 R&D 경영…재무 성과 창출은 과제
SK이노, 10년 R&D 비용 2.4조원…정유업계 평균보다 3배 이상
SKIET, 간신히 흑자 전환했지만…배터리 투자 영향에 재무 성과 아직
유증 자금 대부분 그린 사업체 투자 및 연구 인프라 확장에 투자
공개 2023-08-30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7: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정유업을 넘어 배터리와 바이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체질 개선 이면에는 SK그룹의 연구개발(R&D) 중심 경영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의 R&D 비용은 국내 정유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다만, R&D 성과라고 할 수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와 상장을 앞둔 SK온의 재무 성과 창출이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 28일 SK(034730)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SK이노베이션 R&D경영 40주년 성과 분석 심포지엄'이 열렸다. SK이노베이션의 경영분석 연구를 진행한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SK이노베이션이 정유회사에서 시작해 종합에너지를 넘어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 경영층의 리더십이 이끈 R&D경영"이라고 분석했다.
 
교수팀은 기존 R&D에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이 포함된 R&BD 구조가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차별적 우위라고 강조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유공 인수 직후 R&D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982년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1983년 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자기 몸집보다 큰 유공을 인수하면서도 단순히 원유를 정제해 석유를 파는 사업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셈이다. 기술개발연구소가 전신인 환경과학기술원은 현재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를 주도하며 그룹 핵심 미래사업인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선제적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든 결과 정유업계로서는 드물게 석유제품, 화학제품, 윤활기유,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신약개발이라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최근 10년 R&D 비용, 정유사 평균보다 3배 많아…올해도 광폭 투자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999년 말 4조1000억원에서 2022년 말 약 23조원 수준까지 약 6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2.17배 성장했는데, 이지환 교수는 "40년에 걸쳐 원유 정제업에서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수혈을 R&D가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R&D 경쟁력은 비용에도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10년(2013~2022년) SK이노베이션이 R&D에 쏟아부은 총비용은 2조3872억원으로, 업계 평균 7857억원보다 약 3배 높게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들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22.7~28.4%임을 고려하면 독보적으로 많은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산 규모가 경쟁사 대비 큰 탓도 있지만, 매출액 대비 비중을 살펴봐도 SK이노베이션의 R&D 투자비용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 간 매출액 대비 R&D 비용 평균 비중은 0.45%로, 업계 평균 0.18%보다 0.2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물론 고성능 및 고부가 소재를 계속 발굴해내는 석유화학사들과 비교하면 R&D 비용은 낮은 편이다. LG화학(051910), 롯데케미칼(011170), 한화솔루션(009830)이 10년 동안 쓴 R&D 비용은 3사 평균 3조7081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LG화학이 평균치를 끌어올린 형태로 정유업계의 전방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학사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R&D 투자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경영분석 연구를 진행한 교수팀은 SK이노베이션이 현재 그린 에너지기업으로 변화하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송재용 교수는 "기술개발연구소가 2021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 상징적"이라고 설명했는데, 명칭 변경뿐만 아니라 2021년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비용이 크게 확대되기도 했다.
 
2013~2020년 평균 연구개발비는 2008억원이었으나 2021년 3633억원으로 80.9% 늘었고, 2022년에는 4177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연구비용은 2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했다. 단순 증가폭으로만 놓고 보면 석유화학 3사 평균(25.27%)을 상회하고 있다.
 
 
배터리 매출 비중 18%까지 확대했지만…재무적 성과 도움은 아직
 
R&D 경영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며 사업다각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SKIET, SK온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IET와 SK온은 지난해 각각 523억원과 1조72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IET는 올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SK온은 턴어라운드에 실패하며 상반기 기준 476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의 증설투자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은 6조9980억원까지 불어났다. 당해 영업현금흐름 4066억원을 크게 상회해 현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2023년 상반기 CAPEX는 5조5542억원으로 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순차입금만 17조75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2% 늘어났다.
 
SK온의 매출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온의 매출 비중은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의 18%로 지난해 말보다 8%포인트 끌어올렸다. 배터리 매출 비중이 확대된 만큼 매출 비중이 확연하게 줄어든 부문은 석유 사업 부문이다. 아직 59%로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67%에 비해 8%포인트가 하락했다. 그만큼 SK온의 턴어라운드나 재무적 성과, 향후 기업공개(IPO)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박원우 한국기업평가(034950) 연구원은 "꾸준한 판매량 증가와 신규공장의 수율 향상,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효과로 2024년 연간 영업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정유부문의 영업현금창출력 및 SK온의 추가 자본조달 등으로 투자 소요자금의 일부를 충당하나 향후 SK온의 IPO를 통한 대규모 자본확충 이전까지는 차입부담 증가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재무부담 확대에 유증 자금으로 연구 기반 투자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 부담에도 R&D 투자 확대를 늦추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는 친환경 연구개발을 위한 SK그린테크노캠퍼스에 투입되는 5422억원이 포함돼 있다. 타법인증권에 투입되는 3828억원도 수소·암모니아, 저탄소 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등 아직은 연구개발이 더 필요한 분야에 뛰어든 업체에 대한 투자금이다. 채무상환자금으로는 3500억원만 쓰일 예정이다.
 
R&D 특성상 투자비용이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 R&D 비용이 실제 재무성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는 경영학 차원에서도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환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R&D 성과가 재무적으로 변환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선제적 투자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배터리와 분리막에서 재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R&D 투자 고삐를 느슨하게 쥘 수 없는 이유는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송재용 교수는 "그동안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R&D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 현 시점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라며 "중국기업들과 규모의 경제나 인건비 경쟁은 할 수 없고, R&D를 통한 혁신으로 경쟁해야 승산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R&D 비용을 줄인다면 성장과 혁신을 어디에서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우리 사회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R&D에 투자해야 하고, R&D경영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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