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현대커머셜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적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지분법이익 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왔지만 올해엔 이 같은 일회성 이익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다. 아울러 현대커머셜은 보수적인 영업기조를 취하면서 수익성과 외형성장 대신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분법손익 효과 감소에 당기순이익도 줄어
28일 현대커머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1184억원)보다 20.5% 감소한 9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에 반영됐던 지분법이익 470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18.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2월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 4%를 869억원에 매입하면서 염가매수차익 470억원이 지분법이익으로 포함됐다. 당시 당기손익에 대한 지분법이익 인식액 209억원을 합한 지분법손익은 679억원이었다.
문제는 현대커머셜이 그동안 관계기업 지분법손익과 대손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우수한 수익성을 시현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커머셜이 지난해 기록한 큰 폭의 당기순이익 증가는 대부분 지분법이익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2021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3409억원으로 전년보다 84%나 급증했다. 이는 현대카드 지분 10.1%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1623억원이 포함된 일회성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올해 당기순이익 규모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커머셜의 총 자산 규모는 전년말보다 2.1% 늘어난 11조4041억원이었다. 이는 단기자금운용 목적의 유가증권이 전년 말보다 5653억원이나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를 감안하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실질적으로 전년 말 대비 4467억원 증가한 반면, 유가증권은 1340억원 증가에 그친 것이다. 현대커머셜은 잔존만기 6개월 이내 차입부채 잔액을 기준으로 보유 유동성을 관리하는데, 6개월 이내 만기도래 차입부채 증가에 따라 단기금융상품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현대카드에 대한 지분법손익, 푸본현대생명의 기타포괄손익 증가로 관계회사투자지분도 전년 말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커머셜의 유가증권 구성을 살펴보면, 관계회사 투자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관계회사 투자자산은 대부분 현대카드 및 푸본현대생명보험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 지분 매입(2월, 7월, 10월 분할 취득 총 2217억원, 취득 후 지분율 34.6%) 및 염가매수차익(1623억원) 인식에 따라 현대카드 장부가액은 크게 증가했다. 반면 푸본현대생명보험은 2021년 하반기 이후 금리상승에 따른 회사 보유 유가증권 평가손실(기타포괄손실)이 확대됐으나, 지난해 거액의 특별계정기타포괄손실 인식 등의 영향으로 푸본현대생명보험 장부가액은 크게 감소한 바 있다. 다만, 올 들어 회계기준 변경과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 증가 효과로 각각 171억원, 203억원이 증가하면서 푸본현대생명보험의 장부가액도 늘어났다.
단기금융상품은 모두 종합자산관리계좌(MMW),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리스크가 매우 낮은 수준이며, 그 외 유가증권은 대부분 투자 목적의 수익증권으로 구성돼 있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은 "현대커머셜은 안정적인 관계기업 지분법손익을 보인 데다, 2019년 이후 대손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우수한 수익성을 시현해 왔다"라면서 "다만, 2022년 이후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마진율 하락이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 속 보수 경영 기조
(사진=현대커머셜)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
현대차(005380))의 캡티브(모기업의 위험을 인수하기 위해 자회사 형태로 설립된 보험사) 할부리스사로서 버스, 트럭 등 상용차의 캡티브 물량과 건설기계를 주로 취급해 산업재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왔다. 하지만 2019년 이후 보수적인 영업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현대커머셜의 영업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7조44억원으로 전년 말(7조2404억원)보다 3.1% 감소했는데, 지난해 2분기 이후 현대커머셜의 보수적 영업정책에 따라 영업자산 성장세가 둔화됐다. 다만, 올해 2분기에는 신규취급액이 회복되면서 영업자산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커머셜은 수익성이나 외형 성장보다는 현대차그룹의 캡티브 물량, 신차금융 등 우량담보자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낮추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자본적정성 지표가 개선됐다. 현대커머셜의 레버리지배율은 자산성장세 둔화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9.3배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 8.5배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1개월 미만 연체율은 0.11%, 1개월 이상 연체율은 0.7%로 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자기자본 내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높은 점은 자본적정성에 부담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의 분배금 지급 의무, 조기상환권(Call Option) 행사 가능성도 있어 자본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3200억원으로 자기자본내 비중은 20.1%에 달한다.
동영호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3년 경기저하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한 점을 감안할 때 자산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라며 "고금리 기조 지속에 따른 이자마진 감소, 자산건전성 저하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가 수익성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무엇보다 현대카드 지분 인수에 따른 대규모 염가매수차익의 소멸도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