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삼진제약(005500)이 새로운 연구개발(R&D) 전략으로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선정하면서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진제약은 현재 게보린 등 일부 상품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어 새로운 동력 찾기가 절실한 상태다. 이에 치매치료제(AR1001)를 개발 중인 아리바이오를 필두로 13개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어 향후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진제약 전경.(사진=삼진제약)
주력 제품으로 매출 늘었지만…영업이익은 감소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진제약 매출액은 1431억원으로 전년 동기(1283억원) 대비 11.5% 증가했다. 이는 전체 제품의 매출 증가뿐 아니라 주력 제품인 게보린과 플래리스 등 정제 품목 매출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751억원을 기록했던 정제 품목 매출이 올해 상반기 794억원으로 5.7% 올랐다.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게보린 등 정제 품목 비중은 5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삼진제약의 생산실적을 살펴보면 정제는 334억원으로, 전년 동기(291억원)보다 14.77% 늘었다. 생산실적은 발생한 총매출에서 수입의약품 매출 및 해외 생산액을 제외한 것으로 실제 정제 품목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삼진제약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전년 동기(42억원)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원가율 상승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원가율은 62.45%로 전년 동기(57.02%)와 비교해 5.4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삼진제약의 주요 원재료인 Vancomycin의 가격이 190만원에서 205만원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반면, 판관비율은 34.78%로, 전년 동기(36.75%)보다 줄었다. 이는 매출은 증가한 가운데, 판매비와 관리비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판매비와 관리비를 구성하는 항목인 연구개발비용은 늘었다. 올해 상반기 삼진제약의 연구개발비용은 171억원(연구개발비율 11.92%)으로, 전년 동기 140억원(연구개발비율 10.92%)과 비교해 22.1% 급증했다.
공동연구 파이프라인 13개…본격 신약개발 주력
이는 삼진제약이 기존 보수적인 R&D 전략을 타파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삼진제약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총 13개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 계약을 체결한 연구는 7개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아리바이오와의 독특한 관계가 가장 눈에 띈다. 삼진제약은 1년 전 아리바이오와 지분 교환을 했다. 삼진제약과 아리바이오는 서로의 지분을 각각 5.47%, 8%를 취득하면서 공동연구에 집중했다. 아리바이오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AR1001)가 지난해 미국에서 임상 3상을 개시하면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이후 삼진제약은 아리바이오와 1000억원의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삼진제약은 기술도입료 1000억원을 제공하면서 임상 성공 시 국내 독점생산권 및 판매권을 갖게 됐다. 또한, 아리바이오는 부족한 연구개발비용을 충당하며 상부상조 관계가 된 것이다.
기술계약 체결한 아리바이오…적자 지속에 손상 우려
다만, 아리바이오가 바이오기업 특성상 수년 간 큰 폭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추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해 상반기도 영업손실 2억원, 당기순손실 2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아리바이오는 화장품, 의료기기, 기능수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연구개발을 하면서 큰 돈이 지출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484억원을 기록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올해 상반기 100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아리바이오는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무형자산 상각비가 당기순손익에 반영될 수 있다. 이는 삼진제약의 지분법손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통상 임상 3상부터는 연구개발에 사용되는 비용을 무형자산화한다. 실제 아리바이오는 지난해까지 계상하지 않았던 개발비 68억원을 올해 상반기 신규 계상했다.
여기에 삼진제약은 현재 다수의 공동연구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공동연구 진행 시 연구개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삼진제약의 경우 지난해부터 단기간에 7개의 파이프라인이 늘고, 기존 회사의 파이프라인도 유지하기 때문에 R&D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이 비교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한 삼진제약의 공동연구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항암제(SJN309, SJN303, SJN308, SJN301, SJN302A), NASH치료제(SJN306),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SJN314)가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 있다. 순조롭게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임상 완료 후 상용화까지 최소 6~7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임상 단계가 높아질수록 투입되는 비용이 많아진다. 특히 임상 3상의 경우 수천억까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 향후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 삼진제약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69억원으로 평균 한해 100억원이 넘는 R&D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삼진제약은 매년 100억~200억원 정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을 차입금으로 들여오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60억원 순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진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동연구들의 경우 계약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최근 지속됐던 10%대 수준의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다"라며 "추후에도 감당 가능한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정부과제로 78억원을 수주하는 등 향후 이런 자금 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