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하나금융그룹(하나금융지주(086790))의 주력인 하나은행이 베트남에 이어 인도를 비롯한 해외사업에서 브라운필드형 투자 전략을 확대해 현지 공략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는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합작하는 방식의 투자 사업을 통해 초기 설립비용을 감축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최대 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은행)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BI은행은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25개 지역에 진출한 인도 최대 국영 상업은행으로 이번 협약은 글로벌 사업 확대가 목적이다.

 

향후 SBI은행과 해외 금융 시장 공동 투자, 양사 진출 해외 영업점 상호 지원·손님 우대, IB·무역금융 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하나금융은 인도와 더불어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주요 금융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현지 성장 기반과 영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현지 진출을 위한 글로벌 금융사들과의 '공동 지분투자', '공동 딜 소싱' 등 보다 고도화된 협업 사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하나금융 측이 언급한 '공동 지분투자'와 '공동 딜 소싱'이 주목되는 이유는 하나은행의 베트남 시장 진출 당시 이 같은 방식을 효율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다른 시중은행들은 해외에 진출할 경우,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화를 추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지점 진출과 함께 현지 우량 은행에 지분을 투자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투트랙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브라운필드형 투자 전략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베트남 진출과 관련해 지난 1999년 하노이지점, 2015년 호치민지점을 개설하면서도 별도의 현지법인을 설립하지 않았다. 이후 2019년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 중 하나로 자산 규모 1위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를 1조444억원에 사들여 2대 주주가 된 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은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2019년 11월 1조444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BIDV 지분 15%의 가치(해당 지분의 장부가)는 올해 상반기 기준 1조6414억원으로 57.2% 증가했다. 지분법손익은 지난해 160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4%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334억원을 기록하는 등 투자의 결실을 맺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하나은행이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할 당시 현지 상황을 제대로 간파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코트라 베트남 다낭무역관의 '베트남 브라운필드형 외국인 투자 동향 및 유의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베트남에서도 기존 기업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브라운필드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자본의 베트남기업 소유 지분 제한 철폐와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계획 등에 따라 투자기회가 확대되고 투자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하나은행도 브라운필드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초기 설립비용이 적고 피인수 기업의 현지 경영 노하우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브라운필드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 제조업 관계자는 "기존에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현지에 공장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방식을 선호했다"라며 "하지만 코로나 이후 투자 리스크 부담이 커지면서 현지 기업이나 시설 인수와 합작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베트남에서의 성공사례가 SBI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은 인도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 소식과 함께 1억달러 이하 소규모 IPO 시장도 호황을 누려 92개 기업이 상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은행들의 기업 잔고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지난 7월에는 인도 최대 민간은행인 주택개발은행(HDFC Bank)과 주택개발금융사 간 400억달러(약 51조1000억원) 규모의 대형 합병 소식도 전해졌다.

 

또한 하나은행이 인도에 첸나이 지점과 구루그람 지점을 개설해 운영중이고, 향후 2개의 지점 추가 개설도 검토중이라는 점도 브라운필드형 투자의 가능성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는 현지에 법인 설립보다 지점 개설에 이어 현지 유력 금융사와 손을 잡아 지분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BI은행에 지분투자를 하는 계획은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며 "현재는 SBI은행과 함께 해외 금융시장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에 공동으로 지분투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있다"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