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BNK금융지주(138930)의 부산은행이 20년 넘게 독점해 온 안방이랄 수 있는 부산시금고 열쇠 사수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도전장을 낸 시중은행들과 경쟁도 치열해져 가고, 지역공헌도 부족을 지적하는 지역 민심의 요구도 충족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행 본점(사진=부산은행)
부산은행, 부산시금고 두고 시중은행과 경쟁 불가피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도 부산시금고 재선정에 BNK부산은행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수의 시중은행들이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시는 올해 약 15조3400억원의 재정규모를 갖춰 전국 지자체 중 서울시에 이은 2위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2020년 10월 주금고(1금고)로 부산은행을, 부금고(2금고)로 KB국민은행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부산은행은 일반회계와 각종 기금을, 국민은행은 특별회계를 각각 관리 및 운영한다. 올해 부산은행은 시의 일반회계 12조50억1575만2000원과 기금 1조3631억2400만원 등 약 13조3681억원(82%)을, 국민은행은 특별회계 3조3227억2768만9000원(18%)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한 은행이 1금고와 2금고를 동시에 지원이 가능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1금고는 부산은행이 차지하고 2금고를 두고 시중은행이 격돌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지자체 금고로 지정되는 은행은 지자체의 현금과 유가증권 출납·보관, 세입금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등을 전담할 수 있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산하기관 임직원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부산은행이 경쟁해야 하는 시중은행들은 벌써부터 치열한 유치전에 나서는 형국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시금고인 부산은행(1금고)과 국민은행(2금고)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각각 303억원, 102억원을 금고 협력사업비로 약정해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4115억원), 인천시(1342억원)에 이어 전국 시금고 가운데 3위 수준이다.
협력사업비는 출연금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자치단체와 금고은행 간 약정에 따라 금고은행에서 자치단체에 용도 지정 없이 출연하는 현금으로 일반재원에 해당해 지자체 예산으로 활용된다. 금고를 맡은 은행이 지방세, 각종 기금 등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얻은 투자수익 중 일부를 돌려주거나 기여금 성격으로 지급하는 자금을 뜻한다.
현재 부산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들은 추가적으로 부산신용보증재단에 지역 발전을 위한 대출 재원 형식으로 출연금을 내기도 한다. 부산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주요 은행의 재단 출연금 규모는 △부산은행 70억원 △하나은행 52억원 △농협은행 30억원 △우리은행 20억원 △신한은행 18억원 △국민은행이 16억원 순이었다.
이에 부산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1, 2금고로 선정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간 누적 출연금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부산은행 275억원 △하나은행 92억원 △농협은행 63억6700만원 △우리은행 50억원 △신한은행 48억원 △국민은행 46억1900만원이었다.
특히 하나은행은 최근 들어 부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규모가 부산은행에 이은 2위 수준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3년간의 누적금액은 92억원으로 부산은행(275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만, 올해 상반기엔 52억원으로 부산은행과의 격차를 18억원 차이로 줄였다. 하반기에 60억원을 추가해 올 한 해 총 112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6월 부산신용보증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고 소상공인에게 1500억원대 대출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정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부산시 1금고 유치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020년 국민은행과 치열한 2금고 경쟁을 펼쳤던 농협은행도 다크호스다. 출연금 규모를 2021년 18억3300만원, 2022년 15억2400만원으로 유지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30억원으로 대폭 상향하면서 시금고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2금고를 맡고 있는 국민은행은 부산시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10억원대 후원금을 쾌척하고,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킨 엑스포 홍보영상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금고에 사회적 책임 요구한 지역 민심
부산은행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부산시의회에서 시금고 지정 평가 항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역 내 파장이 거센 영향이다.
앞서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박진수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수십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시금고에 고금리 시대에 시민과 상생하는 금융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시금고의 지역사회 기여와 협력사업비가 낮은 만큼 '부산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 개정을 검토해 시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발언의 요지다.
박 의원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6.49%)가 비교적 낮은 이유는 신용도가 600점 이하인 시민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시 저신용자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저신용 취약계층을 위해 보다 촘촘하게 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서지연 대변인도 "부산은행은 앞서 주택담보대출 고금리에 대한 지적을 받았음에도 연 1% 정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정도만 검토하고 있어 충분하지 않다"라면서 "자치단체와 금고은행 간에는 약정을 통해 자치단체 용도 지정 없이 출연하는 금고 협력사업비가 존재하는데 부산은행은 약정기간 4년간 예산대비 0.23%에 불과한 405억원을 약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부산은행은 지난달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3월 브랜드전략부에 통합됐던 홍보부를 다시 독립시켜 경영지원 부문으로 옮기고 지역 민심 수습에 나섰다. 아울러 2024년 열릴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메인 스폰서 자리를 두고 협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부산 지역의 한 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에서는 1금고를 차지한 부산은행의 출연금 규모를 두고도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다"라면서 "다만 비교대상이 된 인천시의 경우 수도권인 데다 시중은행인 신한은행(1206억원)의 공격적인 영업전략이 반영된 것이라 지방은행과 규모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산은행이 금고 협력사업비로 출연금이 나가는 비중을 따져보면 당기순이익(올해 상반기 기준 2662억원)의 20% 수준이다"라면서 "여기에 지역 발전을 위해 부산신용보증재단의 대출 재원 등으로 나가는 출연금과 엑스포 유치 후원 및 내년에 열릴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후원까지도 고려하면 지방금융사의 재정규모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불리함에도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은행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