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리츠(REITs)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증권(016360) 대체투자본부 리츠금융팀이 회사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작년 여름 고금리 대안으로 주목받던 리츠주가 같은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상업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본격화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사진=삼성증권)
투자자들의 외면받는 리츠 주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리츠인프라 지수는 전날 대비 0.23% 하락한 1407.58로 마감했다. 작년 8월 기록한 고점인 1704.80 대비 17.5%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와 함께 SK리츠, 롯데리츠 등 시가 총액 상위 10개 리츠로 산출하는 KRX 리츠 TOP 10 지수도 전날 대비 0.49% 하락한 821.64로 장을 마감해 비슷한 시기 최고점인 1030.89 대비 2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는 부동산을 기본 자산으로 해 건물 임대 수익을 주식의 배당과 같이 지급하는 방식의 투자 상품이다. 한때 고금리 대체주로 각광받았으나,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발 부동산 채권 위기와 함께 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과 부동산 하락 여파에 주가 하락세를 겪었다. 이어 가파른 금리 인상 속 부동산 가격 조정과 차입금 이자 부담이 배당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리츠주는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리츠주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상장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8~9%대까지 높아졌다. 배당수익률은 현재 주가 대비 지난해 말 배당금 비율로 내가 지금 투자해서 배당금을 받으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종목으로의 자금 이동이 이어지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4%대 정기예금 상품이 나오면서 리츠는 위험 대비 투자 매력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대출 시장이 위축되고 차입금리가 급등해 실물 부동산을 담고 있는 상장 리츠에도 영향을 미쳤다"라며 "상장 리츠는 개발형 자산을 담고 있지 않아 PF와 직접적 연관은 없을지라도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레고랜드 사태의 원만한 해결과 부동산 금융시장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리츠사업부도 피하지 못한 악재
삼성증권 리츠사업부도 리츠주 부진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국내 리츠 분야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쳐왔다. 한국리츠협회(KAREIT) 자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6일 기준 국내 상장 리츠 23개 중 6건의 리츠 IPO를 주관했다. IPO 이후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 업무도 전담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리츠주에선 금리인상 기조 강화와 오피스와 같은 상업 부동산 투자 심리 감소로 임대료 중 일부가 담보로 잡히고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위)와 인천 항동 스마트 물류센터 (사진=마스턴프리미어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경우 해당 리츠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캐쉬 트랩이 발생한 노르망디 아마존 물류센터와 남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캡레이트(Cap rate, 자본환원율)의 상승으로 최근 감정평가금액이 매입가인 671억원보다 낮은 651억7952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담보대출비율(LTV)이 현금 유보 기준인 65%를 넘는 67%로 조정돼 올 상반기 임대료 중 88만유로(약 12억4192만원)가 묶이게 됐다. 해당 자산에 대한 대출 원금은 436억4100만원이다.
캐쉬 트랩은 기초자산의 감정평가액이 떨어질 경우 자산에 대한 담보대출비율이 커지면서 발생하는데, LTV가 기준치를 넘어서게 되면 부채가 생길 확률이 높아 이를 조기 상환하기 위해 임대료가 묶인다.
코람코더원리츠의 경우 서울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하나증권 본사 건물을 기초자산 상품으로 SK리츠와 더불어 분기배당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작년 말 시작된 상업부동산 가격 하락과 고금리를 피해가지 못했다. 코람코더원리츠는 지난 2022년 3월28일 5260원에 상장돼 같은해 4월 장중 한때 6730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해 이날(26일) 기준 4720원에 장을 마감해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리츠 상장을 주관하면서 취득한 지분도 골칫거리가 됐다.
삼성증권이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인수한 리츠 주식의 장부상 총액은 작년 말 기준 24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평가손익에서 69억원 손실이 반영된 액수로 삼성증권은 마스턴프리미어리츠에서 14억300만원, 이지스레지던스리츠에서 16억6300만원 코람코더원리츠에서 26억4400만원의 손실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리츠는 상품의 특성상 주가의 가격보다는 기초 자산이 되는 부동산의 가치와 배당 여력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상업 부동산의 경우 공실률이 2% 이하로 매우 낮아 안정성이 입증된 자산군으로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리츠들은 대부분 주로 수도권 상업시설과 오피스를 자산군으로 두고 있다"라며 "금리의 변동에 따른 시장 유동 자금의 변화가 있지만 리츠는 주가의 변동보다는 배당여력과 안정성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