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공격적인 해외공사 수주로 기업공개(IPO) 재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공사 수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건설업계 화두로 떠오른 원가율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신사업 성과가 IPO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폴란드·사우디서 대형 수주 기대감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서 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먼저 초소형모듈원전(MMR) 조성과 관련해 미국 USNC사와 폴란드 그루파 아조티 폴리스사와 함께 그루파 아조티 폴리스 사업장 내 MMR 도입을 논의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할 것으로 전망되는 원전은 MMR로, 10MW급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초소형 원자로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도 참여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날 체결한 ‘현대엔지니어링-PGZ사 폴란드 건설 사업 및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위한 상호 협력 MOU’를 통해 폴란드 국방부 산하 국영방산그룹인 PGZ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에 유리한 고지를 선제적으로 점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뉴시스)
폴란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 발전, 인프라, 방위산업 분야 등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하면서 동행한 기업들이 현지 발주기관들로부터 계약 체결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또 지난달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할 전망이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으로, 계약금액만 6조5544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이 사업 수주 공시와 함께 “동 프로젝트는 당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행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 중 착공 예정이기 때문에 현대건설은 이 사업의 확정 계약금액과 현대엔지니어링과의 지분율 등을 조만간 정정공시할 예정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의에 달려있지만 현대건설이 공동 수행을 추진키로 한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이 최소 3조원 이상의 지분은 가져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3월에도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스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수주한 바 있다. 이 때에도 현대건설이 꾸린 컨소시엄에 참여해 롯데건설,
DL이앤씨(375500) 등과 함께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몫의 계약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실무진을 꾸려 뉴질랜드 출장도 진행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지 공공주택 사업인 ‘키위빌드’ 프로젝트 수주에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현재 구체화된 내용은 없지만, 현지 사업성 검토는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수주·신사업으로 밸류에이션 회복 과제
현대엔지니어링이 이처럼 해외 발주공사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지난해 한차례 좌절된 IPO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22년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에 증시 냉각으로 인한 저조한 수요로 IPO를 철회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1년 IPO 준비과정에서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006800)과 KB증권, 골드만삭스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상장예비심사결과 통지 이후 4개월 이내에 신규상장을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재추진한다면 상장준비 단계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상장 주관사도 기업의 계획에 따라 재입찰을 진행할 수도, 그대로 상장 주관을 맡길 수도 있다.
건설경기 부진과 여전히 냉각된 IPO 시장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이 IPO 계획을 완전히 접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로 엮인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동시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력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진 당시보다 더욱 떨어진 밸류에이션, 여전히 냉각된 시장 상황을 타개하고 상장을 재추진하기 위해선 사업의 포트폴리오 확대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결기준 상각전이익(EBITDA)은 IPO를 한창 추진하던 2021년 4157억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174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전방위적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원가율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만, 올해 1분기 연결기준 EBITDA는 1318억원으로 전년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신용평가사들도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프로젝트의 원활한 기성 수령과 원가율 추이, 국내 주택경기 변동과 더불어 향후 IPO 재추진 여부를 신용등급 산정의 주요 지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의 ‘본업’으로 여겨지는 플랜트 등 해외 건설공사 수주잔액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건설공사 계약잔액은 6조8037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해외 합계 계약잔액(29조8806억원)의 22.7%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해외공사 계약잔액은 11조5695억원으로 전체 공사 잔액의 39.8%를 기록한 바 있다. 1년 만에 해외공사로 창출할 수 있는 매출액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000720)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엔지니어링에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에서 전기차 공장 증설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현대차와 대규모 공사를 연이어 수주하고 있는 현대건설로부터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건설업계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원가율’ 역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피어그룹으로 꼽히는
GS건설(006360)과
대우건설(047040)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추정치 대비 각각 상승했다. GS건설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3개월 전 예상치보다 6.3% 상승한 1766억원, 대우건설은 2.6% 증가한 1632억원이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건설현장의 원가율을 재산정하기 시작해 원가 인상분을 이미 회계상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다. 2분기부터 재산정한 원가율이 본격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재추진을 위해선 지난해와 다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경기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형건설사 출신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IPO 시장 분위기와 건설경기 속에서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밸류에이션을 한다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며 “해외건설 포트폴리오 확대와 신사업 성과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IPO 재추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