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디지털손해보험사 출범 후 해를 넘겼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장 교체 카드로 전열 정비에 나섰다. 새 수장으로 내정된 장영근 대표는 대형 보험사로부터의 지분투자와 관련된 입장 정리와 자사의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실적 개선 돌파구를 찾아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사진=카카오페이손해보험)
미니보험 위주 사업으로 수익성 한계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는 장영근 전 볼트테크코리아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전신인 카카오페이보험준비법인 대표를 맡은 이후, 2022년 10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출범과 함께 회사를 이끈 최세훈 현 대표가 조기 퇴진하는 모양새다. 최 대표는 CEO(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 카카오페이 고문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최 대표는 취임 당시 사업계획안을 통해 소비자가 참여하는 DIY보험, 플랫폼 연계보험 등 일상생활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여의 기간 동안 금융안심보험, 해외여행자보험, 골프 홀인원보험 등 생활밀착형 상품을 출시했음에도 특별한 성과 없이 CEO직을 내려놓게 됐다.
회사 경영공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첫해인 지난해 2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85억원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부문을 살펴보면, 보험영업손실이 지난해 263억원에 이르렀고, 올해 1분기에도 7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손보가 디지털손해보험사로서의 '미니보험'에 초점을 맞춰 MZ세대 공략에 나선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니보험은 보험료가 1만원 이하, 가입기간은 1년 미만인 상품으로 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보상하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저렴한 가격과 필요한 보장 선택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에 맞출 수 있지만, 보험사로서는 보험료가 저렴하고 가입기간이 짧다는 것이 독으로 돌아와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페이손보의 연간 신계약실적 60건, 가입금액이 총 2억원 수준에 불과했고, 올해 1분기 보험료 수익은 4800만원, 재보험 수익 7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카카오손보, 지분매각설 이후 대표 교체
이 같이 카카오페이손보가 좀처럼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손보 지분 절반을 교보생명에 매각하려 한다는 설도 돌았다. 카카오페이손보 입장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고, 교보생명 입장에서도 내년 상반기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카카오페이손보가 내부 투자위원회를 개최하고 교보생명의 지분인수 건에 대해 최종 부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성장을 위해 외부 투자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나 정해진 것은 없다"라며 "장기적 성장을 위해 지분투자 유치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사안을 구상하고 여러 기업들과 논의한 바 있으나 업계에 돌고 있는 경영권 매각설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보 지분을 인수하려 한 것이 악사손보 인수까지 연계한 것이었던 데 비해 카카오페이손보 측에서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라며 "보험사가 출범해 상품을 출시하고 자리를 잡으려면 1~2년이 아닌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카카오페이손보의 행보가 너무 급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지분매각설이 돌고 난 이후 카카오페이손보는 최세훈 대표 체제에서 장영근 대표 내정자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도 실적 개선을 향한 강한 의지로 비친다. 장 대표 내정자는 글로벌 리딩 인슈어테크사인 볼트테크와 IT스타트업,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근무했고, 디지털 보험 상품 및 IT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전문경영인이다.
장 내정자는 "국내 최초 테크핀 주도 디지털 손보사로서 어떤 보험을 팔지보다 어떻게 보험의 가치를 전달할지에 더 고민하는 카카오페이손보의 방향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회사 측은 디지털손해보험사 출범부터 해외여행보험 출시까지 기반 작업을 완료했기에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보증보험과 재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업 종목 전부에 대해 허가를 받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자동차보험, 장기인보험까지 판매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올해 말 금융플랫폼을 통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에 출시한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피해 보장 상품 운용과 함께 하반기에 자동차, 여행자, 대리기사, 레저 등 생활밀착형 보험 상품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최 대표 시절 준비된 것이기에 장 대표 내정자 취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