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는 세계 경제 흐름을 뒤흔드는 경영 전략 키워드가 되면서 기업들은 디지털 선구자 자리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있다.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 깊은 곳까지 파고든 디지털은 비용 절감 및 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되는 등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IB토마토>는 창간4주년을 맞아 경제위기 속 디지털 고도화의 물결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략을 담아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디지털화의 활용과 문제점 등 현안을 5회에 걸쳐 톺아본다. (편집자주)
인공지능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디지털 전환이 세계적 흐름이 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 기술 활용 열기가 뜨겁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움직이는 방향키가 됐다. 이종산업간의 경계를 허물고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모두 아우르는 트렌드가 돼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양날의 검인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면서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세계 디지털 전환 각광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각광받으면서 디지털 전환의 개념이 기존의 디지털화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전산화와 디지털화의 다음 단계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로보틱처리자동화, 블록체인 등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술이다. 기업 내의 디지털 전환은 데이터 수집으로부터 이뤄진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수익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주요 목적이다.
경제 생산 요소 변화. (사진=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
이전까지 세계 경제가 노동투입, 자본투입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면, 현재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구조, 조직의 변화를 통해 경제와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생산, 소비, 유통 방식이 변화하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전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전환은 크게 제품 및 서비스 혁신, 프로세스 혁신, 마케팅 혁신 등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제품 및 서비스 혁신의 특징으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신사업 진출, 인공지능(AI) 및 데이터활용 확대를 들 수 있다. 프로세스 혁신 유형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탄소중립 실현과 전문기업과의 협업, 스마트 제조의 특징이 있었으며 마케팅 혁신 유형에는 비대면 고객에 대한 개인화된 수요 대응이 특징이다.
글로벌 디지털 가속화에 기업·정부 총력
글로벌 기업들은 세 유형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경쟁력 확보의 핵심 동력으로 인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세계 주요 국가도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진행해 왔는데, 지난해 챗GPT의 출시로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지 두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1억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생성형AI의 시대가 열리면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져 인공지능에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있다.
미 스탠포드대학교 HAI연구소의 2023 AI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AI 기업 투자는 지난 2021년 대비 감소추세를 보였으나 2022년 투자액은 1896억달러(약 한화 244조원)로, 지난 2013년 대비 18배 증가했다.
전세계 AI 기업 투자 추이 (사진=스탠포드대학교 HAI 연구소)
이처럼 투자의 중심이 된 AI시장에서 글로벌 금융사들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신용 심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GPT기술을 내부자료 검색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 자산관리 영역에 활용한 사례로, 특히 시장조사와 투자전략 데이터 활용도를 향상시켜 고객 상담 속도를 향상시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공지능 기반 가상 금융 비서인 에리카를 지난 2018년에 출시해 지난해 10월 기준 3200만명의 이용자를 유치했다. 에리카는 문자와 통화를 통해 개인송금과 투자 조언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프로세스를 바꾸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는 고객 주행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시스템을 자사 제품에 탑재했으며, 전기차용 자체 보험서비스를 제공해 신사업에 진출했다. 또 의류업체인 워크맨은 AI 자동주문 시스템을 구축해 발주작업을 자동화하고 수요예측과 재고관리를 최적화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따라 정부도 디지털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미국은 정책명 '위대한 재건'을 통해 지난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1조3000억달러(한화 약 1677조원)를 들여 디지털 인프라 재건 및 저변 확대를 위한 10대 전략적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중국도 신인프라 건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진행되는 해당 정책은 2조1000억달러(한화 약2709조원)를 들여 인공지능 등 7대 주요 신 인프라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 기업 디지털 전환 활발…정부 역할 대두
국내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이다. 우리 경제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디지털 전환이 미칠 영향이 특히 크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사회 사외이사진에 디지털 전문가를 선임하는 한편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035720)와
SK텔레콤(017670)(SKT)도 AI 활용에 힘을 주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코GPT2.0을 올해 3분기에 출시하고 챗봇을 출시할 예정이며 SKT도 거대언어모델을 바탕으로 한 한국어 특화 AI인 에이닷을 고도화한다. 네이버(
NAVER(035420))도 오는 8월 초대규모 AI서비스인 하이퍼클로버X를 8월 중 공개하고 네이버의 검색 흐름 데이터를 모델링해 신뢰성을 갖춘 정보를 생성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금융권에서도 생성형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AI행원 서비스의 지원 업무를 40개에서 58개로 확대했으며, AI환율예측 모형도 개발했다. 증권가에서도 토큰증권발행(STO)협력체를 구성하는 등 새 시장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주요국가 민간 투자 현황 (사진=스탠포드대학교 HAI 연구소)
이처럼 활발한 디지털 전환 추세에 우리나라 투자 규모도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터내셔날데이터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국내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는 2024년까지 연평균 18%씩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2024년 말에는 전체 ICT투자의 6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해 우리나라 AI 민간 투자 총액은 31억달러(한화 약 4조원)로 6위에 그쳤다.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는 만큼 양면성도 존재한다. 도덕적 해이와 인공지능의 신뢰도 등과 더불어 기업 기밀 유출이라는 위험도 있다. 특히 생성AI가 기업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신뢰성이 선결과제로 부상했는데, 학습된 데이터의 답변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향적인 답변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 규제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과 규제에 나섰다. 지난 2021년 산업통상 자원부는 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해 업종과 기업규모, 공간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특히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단계별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목적으로 법도 제정했다. 지난해 1월 제정된 산업디지털 전환 촉진법으로, 산업데이터의 생성 및 활용을 활성화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에는 과기부가 ‘선허용 사후 규제’를 인공지능 역기능 방지 유제 원칙으로 설정하고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규제와 미국의 자율규제의 중간 수준의 규제를 통해 AI 위험성을 관리하는 방향의 법안이다.
구본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해당 법안의 발의를 통해 AI산업 육성 및 기술 경쟁력 강화와 안전성 확보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법안 통과 후 인공지능 위험도를 구체화하고 역기능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역기능 방지를 위해 기술 및 산업 육성 목표와 신뢰 및 안전확보가 균형을 이루는 합리적인 규율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유재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IB토마토>에 "생성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은 신산업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면서 "글로벌 빅테크가 선도해 사업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유출, 일자리 대체 등 사회적인 이슈에도 대응해야 한다"라면서 "기업들도 기술 원천 금지보다는 적정 수준에서 활용을 장려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