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삼성전자 실적 전망…증권사 리서치센터 신뢰도 '도마 위'
국민주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증권업계 예측 전부 빗나가
금융당국은 리서치센터 질타…현장에선 업무환경 고충 토로
공개 2023-07-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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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005930)의 2분기 실적에서 증권사들의 전망치가 크게 빗나가면서 증권업계 리서치센터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일고 있다. 14곳의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관련 리서치에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의 괴리율은 69.7%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업계 리서치센터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현장에선 점점 열악해져가는 업무환경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맞춘 곳은 단 한 곳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10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2.3% 감소한 60조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7% 감소한 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 2009년 1분기에 기록한 5900억원 이후 14년여 만에 분기 기준 최저 기록으로, 지난 1분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95.5% 급감한 640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친 바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지난 7월6일 기준 269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평균치에 불과하고 증권사들은 저마다 상이한 실적 전망을 내놨다.
 
가장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는 BNK투자증권이었다. BNK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을 무려 8200억 적자로 내다봤다.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에서 반도체부문이 4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디스플레이에서 8000억원 흑자, 가전 부문에서 2조7500억원, 하만 사업부가 1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는 KB증권이었다. KB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을 증권사 중 가장 높은 9012억원으로 전망했다. 2분기 DRAM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해 예상보다 빠른 원가구조 개선이 기대돼 반도체 부문이 3조3000억원 적자, 모바일 사업부문이 2조7000억원, 디스플레이와 가전이 각각 7000억원과 5000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하만 사업부도 3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맞춘 곳은 키움증권(039490)뿐이었다. 키움증권은 삼성증권의 2분기 실적 전망에서 반도체 부문이 낸드사업부의 수익 개선과 비메모리 흑자전환으로 3조50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해 기존 전망치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부문에선 각각 2000억원, 3조3000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3분기 실적은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 개선으로 2조원 영업적자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 괴리율 69.7% 금융당국은 증권업계 리서치 질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총 14곳이다. 이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626억원이었고 평균 괴리율은 69.7%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일각에선 지난 5월 있던 엔비디아발 AI붐과 같은 변수가 있었다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실제 증권사들의 리포트에서는 이미 그와 같은 시장의 변수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 대한 신뢰도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의문이 제기돼 왔다. 종목 의견으로는 매수 일색이나 실제 분석하는 자료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고위직에서까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주재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증권사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함 부원장은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 제고와 랩·신탁과 관련한 불건전 영업 관행을 강하게 질타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함 부원장은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와 랩·신탁과 관련한 영업 관행의 개선은 증권업계의 오래된 숙제"라면서 "좋은 관행이라면 법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겠지만,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에 반하는 것이라면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선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을 비롯해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 주요 증권사 대표 대다수가 참석했으나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 짧은 인사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005940) 사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리서치보고서의 매수, 매도 의견에 관여하지 않고 객관화시키는 것이 증권사의 의무"라며 "매도 의견의 비중을 맞추는 것은 증권사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는 실적 가이던스를 내는 기업이 거의 없어 가이던스를 알아야 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기업과 원수지기가 쉽지 않다"라면서 "공매도에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에서 매도 의견을 낼 경우 주주들이 반발한다는 점 등도 우려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찬밥신세 리서치센터…현장에선 고충 토로
 
증권업계에선 이미 리서치센터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신세다. 증시 불황과 실적부진이 찾아오면 증권가에선 1순위 구조조정 대상으로 당장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리서치센터를 올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증권사의 투자역량을 갉아먹어 다시금 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금투협에 등록된 국내 59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금융투자분석사) 수는 1070명으로 집계됐다. 증시 활황기였던 2010년 기록한 1500명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현장에서는 점점 열악해지는 업무 환경에 대한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업들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정보 공개를 꺼려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애널리스트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애널리스트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애널리스트도 일개 회사원이지 워렌버핏처럼 천재나 현자가 아니라 실적 전망은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한다"라며 "실제 그렇게 뛰어난 안목이 있었다면 회사 소속이 아니라 개인 투자에 나섰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민감한 이슈의 당사자일 경우 정보 공개나 자료 요구를 꺼리는 면이 강하고 이런 추세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내부자가 아닌 이상 정확한 가치 판단을 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고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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