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아름 기자]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IPO(기업공개) 시장은 증시 부진 직격탄을 맞아 침체기가 지속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단군 이래 최대 IPO 대어’로 불리며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수요예측에는 무려 1988개 기관이 참여했고, 전체 주문 규모는 1경5203조원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역사를 남겼다.
해당 IPO 자문을 맡았던 홍승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IPO를 비롯해 자본시장 거래, M&A(인수합병), 사모투자, 펀드투자 등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금융 분야의 법률 자문을 수행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IPO, GDR 발행, M&A를 비롯해 다양한 구조의 사모투자 및 펀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홍 변호사는 벤처캐피탈 투자, 가상자산 거래 및 규제, 인수금융, 항공기 금융 및 선박금융, 금융 관련 소송, 크로스보더(국제중재·국제소송) 건 또한 담당하고 있으며, 은행, 증권사, 운용사, 투자자, 기타 금융 및 일반 회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홍승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진=태평양)
다음은 홍승일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태평양에서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
△IPO를 비롯해 증권발행과 같은 자본시장 거래, Pre-IPO 사모투자, 펀드를 통한 부동산, 인프라 대체투자, 투자분쟁 대응과 전반적인 크로스보더 건들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의뢰인들의 요구에 맞춰 디지털 자산 거래나 관련 규제에 대해서도 자문하고 있다.
-기업 법률 자문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의뢰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큰 그림으로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는 산업과 시장에 변동성이 커진 시대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의뢰인이 올바른 궤도 안에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조력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미리 그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의뢰를 받는 사건은 어느 것이나 다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선 아무래도 규모가 크거나 특별한 의미를 담은 건들이 생각이 난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고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 IPO와 여러 방면에서 ‘최초’ 타이틀을 달았던
롯데리츠(330590),
신한지주(055550)의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 이슬람 금융기법을 썼던 아부다비 대학교 투자가 있다.
-지난해 IPO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자문을 성공적으로 이끈 노하우가 있다면?
△태평양 IPO 팀은 ‘항상 준비가 돼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IPO들을 거의 모두 자문하다 보니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이슈들은 선제적으로 태평양 팀에서 파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원 비케이엘(One BKL)‘이라는 지향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사자들이 원하는 바를 태평양내의 가장 적합한 전문가와 함께 연구하는 팀플레이가 정착되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무려 11개 증권사로 구성된 인수단이 참여한 IPO였던 만큼 자문 내용도 다양했는데 이를 전문적이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던 것은 태평양 IPO 팀의 준비된 역량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IPO 시장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향후 시장에 대해 전망한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IPO를 하기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상황이 전개돼 왔고, 이는 IPO 외에도 전반적인 자본시장과 사모투자, 펀드투자 부문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채권 금리, 환율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고, 최근 해외 금융기관 도산 등에 따른 여파도 있어서, 투자자금이 IPO에 몰리고 자본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투자자와 기업에게는 이러한 시장이 또 다른 측면에서 기회가 아닐까 싶다. 현재 부실자산에 대한 투자 움직임 외에 인수·합병(M&A)과 Pre-IPO 메자닌(전환사채 등) 투자, 펀드투자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IPO도 현재는 규모가 다소 제한적이지만 잠재적인 대어(大漁)도 나와 있으므로, 하반기부터는 투자 거래가 보다 활성화되는 동력이 분명 있다고 본다.
홍승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진=태평양)
-일각에선 FI와의 ‘풋옵션’ 분쟁 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법적 다툼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FI와의 법적 다툼의 소지를 줄이려면 먼저 주주간계약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당시에는 회사와 FI 간 서로의 필요에 따라 이해관계가 맞아 우호적으로 협상하다 보면 향후 IPO나 기타 투자 회수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고 계약 체결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투자를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데 굳이 가능성이 낮은 분쟁 얘기로 계약 협상을 어렵게 만들기 싫다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일단 분쟁이 발생하면 거래내용 일체가 계약서로부터 원점에서 출발하여 검토되기 때문에 계약 체결 당시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변호사의 조력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분쟁 발생 시 소송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들 간 실질적인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 먼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해 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업 법률 자문 변호사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기업 자문 변호사는 군사(軍師)나 참모(參謀) 역할이다. 현대 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업이 기업을 통해 추진되기 때문에 기업 자문 변호사는 어찌보면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자문은 대부분 비(非)제로섬 게임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와 방안을 강구하며, 변호사 개인으로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극을 받고 자신의 발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 IPO 거래에선 금융기관들과 외국에서 앞서나가는 금융기법들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를 통해 국내에 법률 자문에서도 많은 배경지식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매력이 있는 일이다.
-나만의 강점이 있다면?
△여러 분야에서 쌓은 법률 자문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시장의 변동성이나 의뢰인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더 다각도에서 검토할 수 있고, (의뢰인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최대어를 맡은 변호사’로 주목받았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
△의뢰를 받는 사건들은 최대어이든 작은 물고기이든 모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다. 따라서 가만히 앉아서 낚시를 하기보다는 물고기를 잡으러 다이빙을 해야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뛰어들어 자세히 보고 의뢰인에게 현실감 있는 조력을 하는 것이 변호사의 사명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마음만은 젊게’ 항상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