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는 전 그룹사가 협업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아서 디지털로 무장해 함께 진출해야 한다.” 연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제시한 그룹의 성장전략이다. 김 회장은 ‘시장이 하나금융을 멸종해가는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라고 쓴소리를 내뱉으며 △디지털 퍼스트 △강점의 레벨업 △리딩 글로벌 등 3가지 키워드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지목했다.
빅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업의 경계가 사라진 만큼, 변화와 혁신을 화두로 던진 것이다. 이 같은 전략방안은 하나금융 계열 보험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이다. 하나생명보험과 하나손해보험 역시 '디지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그러나 내달 설립 첫돌을 맞는 하나금융파인드의 플랫폼이 아직도 구축되지 않는 등 디지털 전환이 더딘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 진출 등 디지털시장이 보험업계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생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 자회사형 GA(기업형보험대리점)인 하나금융파인드는 최근 특허청에 ‘쿼비(Quobi), 꼬비(Kkobi)’라는 명칭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권은 증권 전자거래·개인정보 관리·금융거래취급에 관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는 애플리케이션상표(09류)와 모바일뱅킹·금융상품중개·금융자산운용·금융서비스업을 골자로 하는 36류를 비롯해 35류(광고 및 홍보업), 16류(스티커), 28류(오락용구) 등으로 등록됐으며 현재 출원 상표에 대한 심사를 대기 중인 상황이다.
새 브랜드는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융합) 서비스와 관련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기술 합성어) 플랫폼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MZ(밀레니엄+Z세대) 등을 겨냥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당초 하나금융파인드는 오는 4월 중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막바지 테스트 등을 위해 목표 출시 일정을 상반기까지로 잡은 상태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출시일은 오는 4월보다는) 상반기로 보는 게 맞고, 플랫폼 완성도를 위해 내부적으로 한 번 더 점검할 필요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상표권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현재 언급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출처/특허청 키프리스
이와 함께 하나금융파인드는 인슈어테크 플랫폼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 등 시스템 운영관리 인력을 상시 채용하고 있으며, 모회사인 하나손보 또한 이달 9일까지 웹·모바일 시스템 개발과 운영 부문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IT, 핀테크 인력을 확충하며 보험계열사 ‘디지털화’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 교직원공제회가 보유했던 하나손보(구 더케이손해보험)의 지분을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으며 지난해 3월에는 하나손보의 자회사형 GA인 하나금융파인드(구 하나금융파트너)를 설립했다.
특히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기술 합성어) 전문가인 남상우 전 리치플래닛 대표를 신임대표으로 앉히며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비즈니스모델에서 벗어나 하나생명과의 협업을 꾀하는 한편 그룹이 보유한 온·오프라인 채널과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복안이다.
다만 하나금융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나손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자동차 보험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소형 보험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데다 하나생명 또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인슈어테크보험사의 경우 마이데이터 진출이 자유롭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사진/하나금융
실제 하나금융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생명의 올 3분기 누적 순익은 228억원으로 전년대비 1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RBC비율도 206.54%에서 162.5%까지 떨어졌으며, 그룹 순익 기여 비중은 1.22%에서 0.85%로 쪼그라들었다.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누적 순이익 42억원으로 흑자를 시현했지만, 본업보다는 투자영업이익이 199억원에서 253억원으로 늘어난 점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기에 지난달 말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에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위한 본인가를 신청하며 디지털 보험사 경쟁에 합류할 예정인데다 신한라이프생명의 자회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의 탄생과 최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의 핀테크 기업 인수 등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캐롯손해보험 등과 함게 디지털 보험시장에서 선발주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성과는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수장 관련 경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오는 3월 김정태 회장이 임기 만료를 필두로 계열사 사장단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김인석 하나생명 사장과 권태균 하나손보 사장 역시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 계열 보험사 수장 체제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디지털 보험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실정”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규제 강화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판매채널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