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승계작업 본격화?…에이치솔루션, 유증 출자 부담 어쩌나
주력 자회사 투자 부담 여전한 상황
1500억원 가량 출자…재무안정성 부정적
에이치솔루션 “자체자금 충분, 문제없어”
공개 2021-04-07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5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한화시스템(272210)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에이치솔루션의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력자회사인 한화에너지의 차입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유상증자 출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소요는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화시스템을 통한 경영승계작업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에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1572억7000만원을 출자한다. 이를 통해 한화시스템 보통주 1031만2813주를 확보하며 출자일(주금 납입일)은 오는 6월11일로 예정됐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의 2대주주다. 13.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7868만9000주의 기명식보통주를 발행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에이치솔루션의 출자 예상금액 1573억원은 배정된 물량 120%에 해당한다.
 
다만 공시된 최근 사업연도 기준으로 투자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1500억원대의 대규모 현금소요는 에이치솔루션의 재무안정성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에이치솔루션의 자금조달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부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지주사로서 자체 수입이 없는 가운데 주력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로부터 배당금만으로 이번 자금 소요를 충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가 에이치솔루션의 즉각적인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한화시스템의 배당성향(지난해 배당성향 27%, 시가배당률 1.48%) 등을 고려할 때 투자자금 회수는 장기간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5월에 주력자회사인 한화에너지의 등급전망 하락, 영업수익성 저하, 투자확대로 재무안정성 약화와 당분간 과중한 재무 부담 지속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었다.
 
외감법인인 에이치솔루션의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재무안정성 지표가 2019년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이치솔루션은 자회사 한화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19년 기준 에이치솔루션 전체 매출(연결)에서 한화에너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는 100%, 영업이익은 108%에 달했고 자산은 92%, 부채와 차입금은 각각 97%, 98%였다. 이에 한화에너지의 상황을 토대로 에이치솔루션의 재무부담을 유추할 수 있는데 지난해 한화에너지의 부채(연결기준)는 3조22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98.9%로 4.8%p 상승하며 우량기준인 200%에 육박했다.
 
차입금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총차입금은 2조6773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2.3% 늘어났으며 차입금의존도는 54.4%로 적정기준인 30%를 20%p 이상 넘어섰다.
 
영향력이 큰 한화에너지의 차입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는 에이치솔루션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1000억원이 넘는 현금출자는 이를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시스템의 유상증자 참여 결정을 한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영승계를 위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형제인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50%)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25%), 삼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25%)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로 한화에너지(지분 100%), 한화종합화학(지분 39.2%), 한화토탈(지분 50%), 한화시스템 등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경영승계에 핵심으로 꼽힌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한화시스템의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은 ‘에어모빌리티’와 ‘위성통신’ 등 항공우주분야의 투자를 위해 사용될 계획인데 성과로 이어져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면 2대주주인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고 이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도 커져 김동관 사장이 경영승계를 위한 (주)한화의 지분 확보에도 유리해지는 등 활용 폭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그룹 내에서 항공우주산업을 포함한 그룹의 신사업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김동관 사장의 경영능력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다만 에이치솔루션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출자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출 등을 통해 일부 출자자금을 조달할 계획은 있다면서도 보유자금이 충분해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9년 연결기준 에이치솔루션의 현금·현금성자산은 2697억원이다.
 
에이치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화시스템의 2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위해 유상증자 출자를 결정했다”라며 “신용등급을 기반한 자금조달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고 자체자금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 참여에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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