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첫발' 하이트진로, 테라 돌풍에 축배?…숙제는 남았다
박문덕 회장 장남 박태영 사장 승진
영업적자 지속 맥주 부문, 올해 첫 흑자
연간 2200억원 마케팅 비용 부담
모회사 현금수입원으로 높은 배당성향
공개 2020-12-15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09: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하이트진로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테라의 흥행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며 적자행진이었던 하이트진로(000080)의 맥주 부문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치열한 국내 맥주 시장을 감안하면 소비침체 상황에서 시장 경쟁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히 최근 연말 인사로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실적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와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200~400%에 달하는 배당성향의 고배당 정책은 성장의 큰 숙제로 꼽힌다.
 
10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8일 정기 임원인사 발표를 통해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과 차남 박재홍 전무가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무엇보다 신임 박태영 사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 박 사장은 지난 5년간 경영전략본부장과 영업, 마케팅을 맡아 소주 부문에 비해 적자가 지속됐던 맥주 부문을 흑자로 돌아서게 한 부분이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박태영 사장. 출처/하이트진로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대외적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이 돼 왔다"면서도 "이번 박태영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3세 경영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지금부터 하이트진로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경영 심판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 9월 소주사업자인 진로(존속법인)와 맥주사업자인 하이트맥주가 합병하여 출범한 종합주류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구성은 소주 57%, 맥주 36%, 생수 및 기타 7% 수준이다. 현재 회사의 최대주주는 하이트진로홀딩스로 회사 지분의 50.9%를 보유하고 있다.
 
출처/신한금융투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243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30.9% 증가했다. 주류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추석 가수요 물량 증가와 가정용 판매 확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에도 3분기와 유사한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면서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388억원을 기록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4분기 역시 판촉 관련 비용(판매촉진비+광고선전비)은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연간 2200억원 수준에서 집행될 예정"이라면서 "4분기 예정된 판촉 관련 비용은 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케이프투자증권
 
이처럼 실적 호조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치열한 맥주 시장에 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박태영 사장의 고민도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맥주시장은 2014년 롯데칠성음료의 신규 진입과 수입맥주 성장, 수제맥주 유통 확대 등으로 경쟁 강도가 높다. 이에 공격적인 광고비 집행 등 판촉 관련 비용이 늘어나 판매 호조에도 남는 건 별로 없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 지 오래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3개 대기업 기준 국산 맥주시장 내 수량기준 점유율은 2018년 약 30% 수준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테라의 판매 호조로 같은해 하반기 이후 35~40%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2014~2019년간 영업적자를 지속하면서 테라의 초기 시장진입 및 안착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투입이 이뤄졌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로나19 완화 시 유흥 매출 회복과 더불어 점유율 확대 추세가 지속되겠다"면서도 "경쟁 강도가 높아질 우려로 마케팅비 증가 가능성이 존재해 매출 대비 이익 성장 폭은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재무적으로는 높은 배당성향이 현금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다. 하이트진로가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은 모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핵심 현금수입원으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순손실을 거둔 상황에서도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자금의 내부유보가 제약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형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로서 현금유입을 자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차입금을 감안한 실질적인 차입 부담은 다소 과중한 수준이다"라고 진단했다.
 
하이트진로의 배당금은 연간 500억~700억원 수준이다. 2016년 696억원, 2017년 626억원, 2018년 557억원에 이어 지난해 55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치열한 국내 맥주 시장을 감안하면 마케팅 비용 투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면서 "내년에도 실적 반등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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