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 적대적 M&A까지 고려하나
"주주연대, 긴 시간 동안 서로 계약을 깰 수 없도록 계약한 상태"
"경영권 보유 시, 조원태 한진 회장 경영 배제할 것"
최근 한진칼 지분 꾸준히 매입…조원태 회장에게 사실상 선전포고
공개 2020-02-21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19:1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강성부 KCGI 대표는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가 한진(002320)그룹의 경영권을 쥘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한진그룹 경영에서 배제시킬 계획이다. 또한 주주연합의 단단한 결속력을 강조하며 긴 시간 조 회장과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공방전을 펼칠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주주연대의 지분 확대에 대해서는 공시 등의 이유를 들어 말을 아꼈다. 
 
강 대표는 20일 오전 10시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회견이 끝난 이후 "전문 경영인을 도입할 경우, 조원태 회장을 한진그룹 경영에서 배제시킬 생각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까 말씀드렸다"라고 답했다. 이후 "배제한다는 의미로까지 이해해도 되는가"라고 다시 묻자 "네"라고 짧게 답변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의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속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의 단단한 결속력과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발표했고,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는 한진 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서 비전과 포부를 밝혔다. 
 
이날 발표를 요약하면 강 대표는 한진그룹의 위기를 외부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오너의 소통 부재와 방만한 경영에서 찾았다. 또한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재무구조 개선, 전문경영인 도입, 플랫폼 사업 확장, 연계 산업군의 주요 기업들과 협력 등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주주로서 조 회장에게 경영상의 책임을 물음과 동시에 더 나아가 구체적인 경영 방안도 내놓았다. 
 
또한 정관 변경을 통해 조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떼어놓으려는 제안도 내놨다. 즉, 정관 변경으로 소유 경영을 원천 차단한다는 의미다. 이사회 소집권한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에게 주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만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대표이사는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없고,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하기 위해선 사외이사의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또한 정관변경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강 대표는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한 번 바꾸면 불가역적"이라고 말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제안한 정관 변경. 사진/IB토마토
 
이 경우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구성원들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강 대표는 이사를 8명 추천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그가 추천한 사내외이사에 대해 "정말 드림팀으로 구성했고,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처럼 회사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조원태 회장과 대화를 통해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도 대비했다. 주주연합이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상황에서 "주주연합은 긴 시간 함께할 것"이란 그의 말은 올해 주주총회를 넘어서 앞으로도 한진칼의 지배권을 확보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적대적 M&A는 기존 경영권을 갖고 있는 자의 의사에 반해서 기업의 경영권을 갖고 올 때  쓰는 용어다. 기존 최대주주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절대적인 지분을 획득하면 기업의 지배권을 획득, 경영권을 갖고 올 수 있다. 경영권을 획득하면 주주로서 경영 간섭하고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회사에 시스템 경영, 소통 경영과 같은 다양한 가치를 담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델타항공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델타를 환영하지만 항공사 시너지를 위해서라면 한진칼 주식이 아닌 대한항공(003490) 주식을 사야 했다"면서 "경영권 분쟁에 끼어들어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회사의 공익을 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시장의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피력하고 있는 강성부 대표. 사진/IB토마토
 
한진그룹 경영실패, 오너가 책임져야 
 
이날 강 대표는 한진그룹의 오너십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실패의 원인은 오너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원인"이라며 "실패한 의사결정에 대해 최고경영자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이 분(조원태 회장)을 믿을 수 없다"라며 전교(에서) 꼴지하는 아이가 공부하지 않고 팽팽 놀다가 전교 1등 하겠다고 ,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진해운 인수를 들었다. 한진그룹은 과거 한진해운을 인수하며 최소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또한 대한항공에서 한진해운에 많은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한진그룹의 신용등급은 내려갔고, 한진그룹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졌다.  
 
또한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S-Oil(010950) 지분을 팔았는데,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자신이었다면 절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산업은 유가가 오를 경우 손해를 보지만, 정유사는 유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기에 유가 변동 리스크를 자연스레 줄일 수 있다(내츄럴 헷지, Natural Hedge)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장 기대치보다 1000억원 이상 웃돌았던 대한항공의 지난해 실적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 1선으로 나온 첫해다. 그는 "실질적인 영업의 개선 없이 만들어진 실적"이라며 "회계상의 장난이 많다"라고 주장했다. 즉, 실직적인 영업이익이 아니라 장부상의 이익에 불과하다는 설명했다. 그 근거로 항공기 내용연수 증가, 정비순환부품의 자산화를 들었다. 대한항공이 항공기의 감가상각기간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며 감가상각비가 줄었고, 자산화를 통해 비용이 줄어 그 결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주주연합, 긴 시간 함께할 것…Exit는 자연스레
 
강 대표는 주주연합이 앞으로도 오랜 시간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자 연합은 계약을 통해 협력관계 등을 법적 확약했다"라며 "재무구조 개선에만 최소 2년이 소요되고 기업 체질까지 개선하려면 3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분이 조 회장 측을 앞선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세가 기울었고,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기필코 이길 것이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투자금 회수(Exit)에 대한 질문에는 "특별한 엑시트 전략은 없다"라면서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면 당연히 아름다운 엑시트 전략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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