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적정성 지표 규제 수준 10%p~20%p 하락 전망자본확보 부담 줄어…자산운용 내 장기채 매입 유인 감소K-ICS 지속적 감소 변수…"중소형사 수요 더 커질 수도"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초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도 변동하고 있다. 오는 2분기 들어서는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K-ICS 저하 압박이 계속돼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차원에서 중소형사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초장기 국고채 강세 완화…수요 감소 전망도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당국이 K-ICS 규제 합리화 방책을 발표한 뒤 만기 30년 초장기 국고채 강세가 다소 완화됐다. 강세는 수급 측면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을 뜻한다. 채권 발행 이자율이 낮아질 수 있는 여건이다.
초장기 국고채 특정 종목의 경우 이미 대차잔고가 감소하고 있던 상황이다. 여기에 K-ICS 규제 완화로 장기채에 대한 보험사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사는 만기 20년~30년 초장기채 시장 내 주요 투자자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계약 기간이 길어 부채 듀레이션(금리민감도) 역시 길게 형성되는데, 매칭을 위해서는 자산 듀레이션도 함께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활용되는 수단이 초장기채 매입이다.
듀레이션 매칭 수준이 미흡하면 금리 변동에 따라 자본이 크게 휘둘리고, 그 여파로 K-ICS 비율도 저하된다. 보험사 운용자산에는 국공채나 회사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금리가 떨어지는 시점에서는 채권 가격이 반대로 증가한다. 다만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보다 길게 형성된 만큼 부채 가치가 자산보다 빠르게 늘어 자본이 쪼그라들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K-ICS가 크게 저하되면서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초장기채 매입이 늘기도 했다. 만기 20년 이상 채권의 순매수 추이를 살펴보면 ▲1분기 6.7조원 ▲2분기 5.3조원 ▲3분기 6조원 ▲4분기 7.7조원 등으로 파악된다. 올해도 3월 초까지 7.7조원을 넘어섰다.
K-ICS 비율 권고치가 현행 150%에서 10%p~20%p 낮아지면 자본 확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자산운용도 채권 외 부문으로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론적으로 초장기채 매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중소형사 수요 확대 불가피…실질적 효과 의문도
금융당국 규제 완화 조치가 상반기에 이뤄짐에 따라 2분기 초장기채 수요는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정도 더 인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고채 금리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진 상태다. 올해 국고채 10년 평균값은 2.81% 정도로 언급되는데 금리 인하에 따라 2.5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K-ICS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금융당국에서 권고치를 낮춰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파로 K-ICS 비율이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중에서도 특히 후순위채 한도 문제로 자본 확충 여력이 없는 곳은 듀레이션 매칭과 같은 ALM 관리 필요성이 더 커진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 ALM 측면에서 자산 듀레이션을 급하게 늘려야 할 유인이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지만 K-ICS 비율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는 초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명실 iM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K-ICS 규제 완화에도 보험사 자본 관리 전략 관점에서 초장기채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특히 후순위채 발행이 한정된 중소형사 보험사들의 매수가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중소형사 수요 확대에 특별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초장기채 투자를 통한 듀레이션 관리가 K-ICS 변동성 측면에서는 유효하지만 비율을 직접적으로 올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ICS 요구자본 산출에서 금리위험액을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가용자본을 일시에 늘려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K-ICS의 절대적인 수준을 제고하는 효과가 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LM 관리 측면에서 초장기채 수요는 경상적으로 항상 있는 부분”이라며 “지금처럼 K-ICS를 빠르게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지 먼저 답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