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자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국 제철소 건설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 판재를 수출하는 현대제철 입장에서 한국산 철강에 대한 고관세는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현지 제철소 건설을 통해 관세를 피해야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노사갈등도 문제다. 현대제철의 노사갈등은 매년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노사갈등은 안정적인 운영을 저해한다. 두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성격으로 현재 출구전략도 부재하다. 미국 제철소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사진=현대제철)
대내외 리스크 심화에 비상경영 전환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비상경영체제의 골자는 모든 임원 임금 20% 삭감, 비용 최소화 등이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비상경영체제의 배경으로는 대내외적 사업 환경이 악화가 있다. 저가 수입 철강재 유입 증가로 내수 시장에서 국산 철강 제품의 지배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 시장도 관세로 인해 전망이 어둡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부터 한국산 철강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미국 완성차 제조사 등에 판재를 수출하는 현대제철은 관세 부담이 커졌다. 관세 부과 이전 한국산 철강은 관세 부과없이 수출량만 제한을 받았지만, 관세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이에 미국 현지에 판재를 수출할 경우 가격 상승 효과가 나타나며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게 됐다.
매년 반복되는 노조 문제도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노사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4000만원대의 성과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제철 측은 기본급 450%에 1000만원을 얹어 총 265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제시했다. 성과급 액수를 두고 이견이 컸던 까닭에 지난 1월 노조는 총파업과 부분 파업을 이어갔다.
지난 2월 현대제철은 당진 제철소 냉연공장 직장폐쇄 조치로 노조 파업에 대응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13일부터 각각 파업 및 직장폐쇄를 해제하며 긴장이 완화되는 듯했으나, 임단협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 14일 다시 파업에 돌입하는 등 안정적 운영이 어려워졌다.
현대제철은 노조의 성과급 인상 문제로 인해 매년 홍역을 앓는다. 현대제철의 원청인 현대차만큼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현대제철 노사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소재 공급사의 이익율이 완성차 업체보다 낮기 때문에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0.7%였지만, 현대차는 8.1%를 기록했다.
출구전략 부재…미국 제철소 건설 힘 받나
한국 철강산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산업 부흥을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자국 내 공장 건설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통상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한국 철강 산업의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현대차의 미국 공장 가동 시기에 맞춰 판재 수출을 늘릴 경우 관세 부담이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관세 문제는 현대차의 가격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관세 문제를 돌파해야하지만 국내 제철소를 기반으로 통상 문제를 풀어내기 어렵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그룹사인 현대차 및 기아차에 소재 공급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대제철의 소재 공급 가격이 완성차 그룹사의 원가율에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노조 문제도 매년 반복되고 있어 해답을 찾기 어렵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에 안정적인 사업 환경도 조성하기 어렵다. 노사 갈등은 수익성 감소로 이어진다. 현대제철은 직장폐쇄로 인해 공장 가동이 일부 멈추고 금전적 손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지난해 현대제철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 잠정 집계치를 3144억원에서 1595억원으로 낮췄다. 노조 성과금 등 증가분을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과거 철강 가격이 높았을 때는 영업이익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에 성과금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철강 장기 불황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은 반복적인 노조 문제가 수익성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에 현지 제철소 건설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현지 제철소를 건설하면 현대제철의 주력 사업인 자동차용 판재 사업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노조 리스크도 지금보다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미국에 진출할 경우 고로 대신 전기로 건설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해서 전기로 방식이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현대제철은 고로에서 나오는 쇳물을 전기로에 넣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양산 방식을 준비 중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대제철이 통상 문제 등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인데 여러 리스크를 낮출 수 있고 현대차의 메타플랜트와의 시너지도 있을 것이라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