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업황 회복을 발판으로 신용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과거 불황으로 흔들린 재무 체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높은 신용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신용등급 상승을 목표로 현금흐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용평가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기업의 유동성 창출 능력과 부채 상환 역량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업계가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현금흐름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신용도 현황을 살펴보고, 현금흐름 개선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 지난해 고수익 선박 선별 수주를 진행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전년 대비 1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익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를 진행하면서 비용 통제와 수익 확대가 가능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현금 창출력을 신용도 상승 기준으로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신용도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도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면서 현금흐름 개선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벙커링선박(사진=HD한국조선해양)
선별수주 효과…영업현금흐름 17배 증가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883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직전연도(1688억원)과 비교했을 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7배 증가했다.
선별수주 전략이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선별수주는 수익성이 높은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하는 전략이다. 해운업계에서 친환경 선박 및 노후선박 교체 수요가 커지면서 선별수주 전략이 유리한 상황이다. 고수익 선박 수주가 늘면 인도 대금 유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개선된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선별수주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연간 수주 목표(61억8800만달러)의 100.9%인 62억4600만달러를 수주했다. 2023년 연간 신규 수주(109억8400만달러)보다 43%가량 감소했는데, 선별수주 전략을 강화하면서 신규 수주량을 더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선별수주는 비용 부담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인력, 설비 등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수주를 할 경우 비용 증가 문제에 직면한다. 생산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수주를 무작정 늘릴 경우 납기를 맞추기 위해 인건비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생산능력 범위 내에서 고수익 선박 중심으로 제한된 수주를 받으면 비용 부담도 통제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전체 비용(10조579억원)에서 재고자산 매입 비용(6조4006억원)이 차지한 비중은 63.6%였다. 2023년 3분기 현대중공업의 총비용(8조5108억원)에서 재고자산 매입비(5조5529억원)이 차지한 비중은 65.2%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산 비용 부담은 낮아지는 추세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되며 현대중공업의 신용도는 올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월 현대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금창출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이 신용도 상향의 근거였다. 신용평가업계가 조선산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 등이 개선세를 이어갈 경우 추가 신용등급 향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전화 지속…신용도 전망 긍정적
현대중공업은 매년 차입금 감축으로 현금흐름 저해 요소를 없애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순현금 상태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3889억원, 총차입금은 1조1509억원이다. 차입금이 현금 보유량보다 적으면 향후 이자가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차입금을 차환하지 않고 상환하는 모습이다. 이에 지난해 1월 이래로 회사채 발행이 없었다. 또한 남은 회사채도 상환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중공업이 발행한 미상환 회사채의 이자율은 3.18~5.38%로 다소 높은 금리의 회사채도 있다. 현금이 넉넉해진 가운데 높은 이자를 짊어질 필요는 낮다.
차입금 감축으로 이자 비용도 줄었다. 당기순이익에서 이자 비용 등을 빼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산출하기 때문에 이자 비용이 줄어든다면 현금흐름이 개선된다. 현대중공업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총 1148억원으로 2023년 1166억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이자 지급액에 설비 리스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은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의 전망이 긍정적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신용도 개선 작업은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현대중공업 자체의 재무안정성의 개선이 등급 상향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고선가 추세에 힘입어 올해도 현금흐름 확대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현금흐름 확대 전략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선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선박 건조 효율을 극대화하고, 선별수주 전략을 이어가면서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