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신한지주(055550)가 부동산신탁 자회사의 건전성 악화에 고심하고 있다. 외형을 키우고 수익을 안겨 준 효자 자회사였으나,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모회사 경영지표를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사진=신한금융)
건전성 낮은 책임준공형 사업 비중 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의 지난해 9월 말 신탁계정대는 5666억4000만원이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업 중 부동산 개발 사업비로 활용하기 위해 신탁사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실행한 대출을 뜻한다. 전년도 동기에 비해 대폭 증가한 규모다. 신한자산신탁은 신한지주의 부동산신탁 자회사로, 지난 2007년 신탁업 본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한 후 2022년 신한금융지주의 완전자회로 편입됐다.
신탁사의 사업은 차입형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으로 나뉜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신탁회사가 의무를 대신한다.
책임준공형의 경우 신탁사가 중소건설사의 공사를 보증하는 형태로, 이행이 불가한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에 신탁사가 대신 돈을 물어주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분양 등으로 회수가 불가한 상황이라면 신탁사가 모든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문제는 4대 금융지주 수주 건의 경우 책준형 사업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외형을 키워온 한국토지신탁 등에 비해 빠른 시간 내 몸집을 따라잡으려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신한자산신탁이 신규 수주한 책준형 토지신탁은 21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차입형 토지신탁이 153억원임을 감안하면 규모가 훨씬 크다. 차입형 토지신탁을 지난 2023년부터 키웠음에도 책준형 수주 규모가 더 크다. 지난 2021년 신한자산신탁은 1411억원의 책준형 토지신탁을 수주했으나, 같은 해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액은 4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책준형 사업과 관련된 신탁계정대는 일반적으로 상환 후순위에 해당한다. 건전성이 낮은 자산으로 분류돼 고정이하 자산으로 묶인다. 책임준공형의 신탁계정대가 늘어나면서 신한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도 급격히 증가했다. 책임준공의무 이행을 위해 책준형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의 투입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3분기 신한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 중 고정이하자산은 4064억2700만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고정이하 신탁계정대는 2924억1400만원이었는데, 이에 비해 39% 불어난 규모다. 9월말 기준 고정 분류 신탁계정대가 2030억3100만원, 회수의문 2027억5600만원, 추정손실은 6억4000만원이다.
지난해 6월 말 대비 추정손실자산 규모는 줄었으나, 고정자산과 회수의문 자산은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고정이하 신탁계정대가 증가한 것은 미준공 사업장 중 책임준공기한을 초과한 사업장 세 곳이 발생한 영향도 받았다. 세 곳의 사업장에 투입된 신탁계정대는 114억원으로 전액이 고정이하로 분류됐다.
신한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뿐만 아니라 전체 자산 건전성도 악화됐다. 대부분의 자산이 신탁계정대에 몰려있는 탓이다. 지난해 3분기 신한자산신탁의 총자산은 5916억7300만원이다. 이중 고정이하자산은 4224억6700만원으로, 직전 분기 2493억8500만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 신탁사와 비교해도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각 사의 신탁계정대 고정이하자산 증가율은 KB부동산신탁 11.2%, 우리자산신탁 35.2%, 하나자산신탁 27.8%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본비용을 감안한 수익증가를 위해 담보신탁 등 저자본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균형잡힌 영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라면서 "지난해 책준형 사업장 관련 충당금을 최대한 반영해 올해에는 추가 적립과 손실 발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 경영지표 관리에도 악영향
신한자산신탁의 건전성 악화는 비단 자회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신한자산신탁은 신한지주의 100% 자회사로서 재무제표 상 악영향을 미친다. 건전성 악화로 지주 전체의 고정이하분류 자산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손실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신탁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을 자본적정성의 지표로 삼는다. 신한자산신탁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04.3%다. 지난 2022년말 1107.7%, 2023년 926.8%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지난 2020년부터 금융위원회는 신탁계정대의 건전성에 따라 자기자본 차감 비율을 차등적용했다. 이전까지는 자산건전성등급에 상관없이 신탁계정대 금액에 16%를 곱했다면, 현재는 고정분류 신탁계정대는 25%,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를 적용하는 식이다. 고정이하로 분류되는 신탁계정대가 늘어날수록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신한지주의 계열사 중에서도 신한자산신탁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유난히 높았다. 지난해 9월 말 신한자산신탁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1.37%로 같은 시기 신한투자증권 15.91%, 신한저축은행 8.47%, 신한은행 0.27%에 비해 컸다. 지난 2023년 말 54.66%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올랐다.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3분기 신한자산신탁의 당기순손실은 178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534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대손관련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누적대손비용률은 37.2%로 전년 동기 1.2%에 비해 크게 올랐다.
신한자산신탁의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는 신한지주의 분기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지주는 신한자산신탁에 대한 손상징후가 발생해 외부 평가법인을 통해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지난해 3분기 신한지주의 손상차손 규모는 245억1300만원으로, 전년 말 54억200만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232억1500만원이 신한자산신탁으로 인한 손상차손 인식으로, 회수 가능액이 감소한 탓에 발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책준형 사업 부실로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신탁사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신한금융지주의 부채 규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한지주의 지난해 3분기 부채는 11조2461억원으로, 전년 말 11조1904억원 대비 증가했다.
신한자산신탁의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자 지난해 신한지주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산건전성 악화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모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신한지주는 신한자산신탁에 주주배정방식으로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날 신한자산신탁이 발행한 500억원의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전액 신한지주가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에만 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준 셈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올해 신한자산신탁에 유상증자 등 금융지원을 할 계획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