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이 최근 주식발행초과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눈길을 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이나 자산의 처분 등으로 발생한 순이익으로 배당 등의 재원이 된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1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결산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초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보유한 지분 매입으로 배당 재원이 크게 줄면서 배당 곳간 채우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올리브영)
CJ·오너 일가에 배당금 77% 지급…'배당 곳간' 역할
20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 중 주식발행초과금에서 2500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건에 대해서 의결했다. 증권가에서는 전환된 이익잉여금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 재원 등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은 비상장사임에도 매년 배당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대부분이 지주사인 CJ와 오너일가로 흘러가는 구조로 CJ올리브영은 그룹사의 현금 곳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CJ(001040)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올리브영 지분 51.1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11.04%,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4.21%, 이 회장의 남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현 CJ올리브네트웍스) 전 대표가 4.64%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소혜, 이호준 등이 각각 지분 2.83%를 갖고 있다. 이들을 모두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은 총 25.55%에 이른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배당 규모도 매년 늘려왔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CJ올리브영은 지난 2020년부터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2020년 57억원에 불과하던 배당금은 이듬해인 2021년과 2022년에는 301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997억원을 배당했다. 직전연도 대비 3배 이상 규모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올리브영의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도 매년 증가했다. 2019년 75억원에 불과하던 당기순이익은 2020년 589억원으로 7.8배 이상 확대됐다. 이어 2021년 950억원, 2022년 2056억원, 2023년 3606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92억원, 640억원, 1279억원, 3088억원, 5609억원으로 쌓여갔다.
올해 들어서도 실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누적 매출은 3조52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7971억원) 대비 25.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743억원에서 3459억원으로 늘었다.
글랜우드PE 지분 매입으로 부족해진 이익잉여금 추가
이 가운데 올해 3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CJ올리브영 지분 22.56%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글랜우드PE는 지난 2021년 투자목적회사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를 통해 CJ올리브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당시 구주 일부와 신주 매입 대금은 약 4140억원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은 글랜우드PE가 매각한 지분 절반을 자사주 형태로 사들였다. 나머지 절반은 한국뷰티파이오니어라는 이름의 특수목적법인(SPC)이 매입했다. 지분율은 11.3%로 39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CJ올리브영이 자사주 형태로 지분 절반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익잉여금 4000억원 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CJ올리브영 이익잉여금은 5609억원으로, 지분 매입 후 추정 이익잉여금은 단순 계산 시 1609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CJ올리브영이 빠른 기간 내에 SPC의 지분 11.3%을 추가로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올리브영이 배당 성향 30%를 지급할 경우 SPC에만 170억원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은 추후 올리브영이 콜옵션을 행사해 자사주로 되사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PC는 CJ올리브영 지분을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지분 매입 대금을 대출했다. 이 대출에 대한 이자율이 8.9%(연간 이자 350억원)에 이른다.
이에 김수현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리브영이 배당 성향 40% 이상을 계획한다면 자사주 매입한도는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SPC가 보유한 지분 3900억원을 자사주로 사오면 사실상 이익잉여금 대부분이 소진된다. 이익 잉여금 규모를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CJ올리브영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주식발행초과금에서 2500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용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