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치권 싸움 속에 잊힌 경제와 민생
비상계엄 이후 골목 상권 및 경기 침체 지속
정치권 탄핵 정국 벗어나 정책 지원 시급
공개 2024-12-2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8: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벌써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이다. 올해는 단순히 '다사다난'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비상계엄'은 단연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들이 이번 ‘비상계엄’처럼 우리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만큼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이 우리의 삶에 미친 파급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고, 그 여진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되긴 했지만, 이번 ‘비상계엄’은 투자 시장에 강력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유가 명확하게 증명됐다"며 한국 시장을 기피하고 있고, 국내 투자자들 역시 "한국 주식은 믿을 수 없다"라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정부의 노력도 한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서울 시내 폐업 예정인 상가 모습.(사진=뉴시스)
 
자본 조달 시장이 흔들리면 그 여파는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올해는 예년보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한 해였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살아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반도체 업황은 완벽한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소비재 시장 역시 꽁꽁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지 못하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욜로’(한 번 뿐인 인생을 즐기자)가 아닌 ‘요노’(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자)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경제 상황 속에서 '비상계엄'은 그야말로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격이다. 실제 이번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봤다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 해외 거래처가 국내의 불안정한 정국을 이유로 계약을 지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골목상권도 말이 아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라며 가장 먼저 골목상권 침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에서도 골목상권의 어려움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정국은 혼란한 상황이고, 골목상권은 고물가 영향 등으로 여전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산업이 우울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 국내 조선업은 내년에도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약 3년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그동안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저가 수주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향후 수익성 개선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산업계에서 그나마 조선업 호황 전망이 반가울 뿐이다.
 
결국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건물도 내력과 외력의 싸움에서 내력이 이겨야 무너지지 않는다. 내년에도 외부 변수에 의해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가계 경제까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어떤 외부 저항이 와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자체 체력을 키우는데 더욱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대통령 탄핵 여파에 묶여 민생 문제 해결에 소홀한 모습이다. 정치권이 내년 대선에 초점을 맞추며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현 상황은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문제에 대한 진단이 끝났다면 이제는 해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될 시기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기대한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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